"토요일도 두시까지 하니?"
한씨가 큰딸에게 묻는 말이다. "시간 괜찮으면, 오늘 아빠랑 식사나 하자꾸나."
숙희는 작은 감동이 가슴에 일지만, 애써 미소로 응수했다. "첫날이라 몰라, 아빠."
"토요일날 오픈하는 은행 보면 주로 열두시에 닫던데."
"엄마한테 혼나지 마시고 얼른 들어가 보세요, 아빠."
숙희는 애써 부친에게는 좋게 했다.
애비도 족보도 모른다는 말이 뭐예요 하는 질문이 목구멍에서 까불까불하는데, 그녀는 애써 나오지않는 미소로 덮어버렸다.
"이따가 늦게라도 가게로 오너라."
"봐서요,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숙희는 아빠가 우정 따라 나와서 그 정도까지만 대화를 해 준 것만 갖고도 기쁘다.
아빠는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나를 늘 관심있게 보니까!
그녀는 그렇게 자족하며 소형 혼다 차의 시동을 그 날 따라 경쾌하게 걸었다.
광고는 전부터 나갔지만 처음 오픈한 토요일이라 그런지 은행은 파리를 날렸다.
[우리의 잘못은 아니예요. 아직 고객들에게 인식이 안되어 있다는 이유 뿐.]
수키는 그 날 출근한 두 명의 텔러를 그렇게 위로했다. [혹 누가 알아요. 다음 토요일에는 정신없이 바쁠지? 그래서 은행이 증원해 줄지?]
그 날 출근한 일행은 파이팅을 외치고 헤어졌다.
수키는 텅 빈 주차장에서 움직일 줄을 모른다.
거기서 똑바로 북상하는 도로를 타면 부친의 가게로 간다.
가, 말어.
수키는 어떤 행동을 하기에 앞서 그 여파를 미리부터 걱정하는 습관이 있다.
가서 아빠랑 식사하면 공희가 제 엄마한테 바로 이를 텐데.
그리고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미국 와서 주눅들어하는 아빠가 더욱 위축되겠다까지 연상한 그녀는 아니 하고 도리질을 하며 혼다 차의 시동을 걸었다.
차라리 어머니한테 가서 잘 해드리는 것이 여러 모로 낫겠다!
그녀는 혼다 차를 출발시키려다가 뭘 보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부사장이 웬일로?
은행 부사장 하워드의 벤즈 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서서는 수키의 혼다 차를 향해 곧장 왔다.
수키는 차에서 얼른 내렸다.
오늘 업무가 어땠나 물어볼 텐데 큰일났다!
수키는 정장한 옷 매무새를 열심히 둘러봤다. 정직하게 말하지, 뭐.
하워드가 평복차림으로 다가왔다, "하이, 쑤!"
"하이, 썰?" 수키는 저도 모르게 경직되는 목을 강제로 숙였다.
하워드가 손을 내저어 보였다. "플리이스..."
"썰?"
"Please, don't call me sir. (제발, 나를 써라고 부르지 말아요.)"
[그러나 당신은 은행에서 두번째 위치인데.]
"Not to you. (당신에게는 아니요.)"
수키는 하워드의 그 말에 잠시 당황했다.
나에게는 그가 은행에서의 두번째 실력자가 아니라니...
"Today was like dead... I'm sorry. (오늘은, 거의 죽었어요. 미안합니다.)"
수키는 정말 미안해서 고개를 숙였다.
"플리이스! 노..."
하위드가 손을 황급히 내저었다. [당신이 미안해 할 필요는 절대 없어요. 오늘 단 한 명의 고객이 있었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여길 겁니다. 단 한 명이라도 있었어도.]
[그래서 텔러들을 위로했어요. 우리의 잘못은 아니라고.]
"Of course not! Absolutely! (물론 아니죠! 당연하죠!)"
[광고가 혹시 잘못 나갔나요?]
"Could be... who knows. (그럴 수도. 누가 알아요.)"
수키는 그제서야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좋은 주말을. 그리고 월요일에 봅시다.]
하워드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