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7-1x061 숙희의 마음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 12:10

숙희의 마음

   숙희는 구토는 멎었지만 속이 거북한 것과 입맛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참아야 했다.
그녀는 일어날 기운 조차 없어서 계속 누워 있기만 했다. 
물 한모금만 들어가도 일초도 안 되어 바로 나왔다.
그래도 그녀는 운진의 청에 의해서, 아니, 강요에 의해서 물을 자주 넘겨야 했다.
그의 말이 탈수 되면 큰일난다고.
회사에는 운진이 대신 전화로 말해 놔서 안 나간다.
운진은 만 이틀째 집에 안 가고 숙희를 들여다 봤다.
   "앰뷸런스 사람들이 보건소인가에다 불평 신고 하라고 했는데... 안 했어요."
   "..." 숙희는 무슨 말인가 했다.
삼일째 되는 날이다.
숙희는 이제 일어나 앉을 수는 있는데 어질어질하다.
   "숙희씨, 영양실조죠?"
   "..."
그녀는 유방을 마치 어루만지듯 젖은 수건으로 딲고 지나간 운진의 손길을 느낀다.
남의 손이, 그것도 남자의 손이 만지고 지나갔는데.
그것도 브래지어까지 밀어내리고 딲아준다고 만진 건데.
스무여덟살 넘게 그녀 자신도 만지기가 부끄러워서 얼른얼른 비누질하고 지나가는 데인데.
그런데 운진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
   어떻게 여자의 유방을 보고 만지고도 저리 뻔뻔할까.
   아예 완전 꾼이라 익숙한 거야?
나흘째 되는 날에 숙희는 물을 넘길 수 있었다.
그제서야 운서가 죽을 쑤어주었다. 
죽은 작은 그릇에 조금조금씩 담아 냉장고에 얼렸는데. 
숙희는 그 조그만 그릇 하나도 들 기운이 없어서, 아니, 냉장고 문도 당길 힘이 없어서 생각만 굴뚝 같았고, 수돗물만 꼭지에 입 대고 받아 마셨다.
그리고 그녀는 옷에다 지릴 뻔 하면서 화장실에 달려가 설사를 했다.
그녀는 소파에 가서 나가 떨어졌는데...
그녀는 입술에 와 닿는 따뜻한 감촉에 잠이 깼다. 그것은 약간 간이 배인 맛이었다.
그녀는 도리질로 피하려다가 입을 간신히 벌렸다.
물기에 젖은 밥알이 입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염체 불구하고 그것을 받아 먹었다.
이어 스푼에 미지근한 물이 들어왔다.
그녀는 그것도 받아 먹었다.
밥알.
물. 
그렇게 번갈아 들어왔고.
숙희는 눈을 감은 채 열심히 받아 먹었다.
   "어유, 착하다. 잘 먹네." 운진의 장난섞인 말이었다.
그녀의 입 언저리도 딲였고.
그녀는 소파에 바로 뉘여졌다.
   "뭔데, 찝찔... 해?" 그녀는 최초로 말을 내보냈다.
   "녜. 누님이 새우젖 넣고 죽 끓였어요. 돼지고기에는 새우젖이 약이라면서."
그녀는 그의 말이 가물가물거리면서 잠에 빠졌다.

   숙희는 운서언니가 일어나서 이것 좀 먹으라는 말에 눈이 떠졌다.
그녀의 코로 구수한 닭고기 내음이 들어왔다.
   "운진이가 숙희 영양실조 같다고 닭백숙 해 주라네."
그녀의 그 말에 숙희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첨부터 고기는 부담될지 모르니까, 국물이라도 훌훌 마셔."
그녀의 그 말에 숙희는 국그릇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거운 김에 눈물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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