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7-2x062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 12:11

   숙희는 일주일이 지나 몸에서 식중독 기운이 빠져 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출근했다.
그녀는 마치 공중을 걷는 듯 했다.
그녀는 사무실에서 밀린 일거리를 처리하며 자꾸 운진이 가슴을 만진 것에 대한 생각에 빠졌다.
   내가 토해서 더럽혀졌으니까 딲아준 거지.
   내가 쓰러진 김에 장난하려고 여기저기 만진 건 아닌 거야.
   지금 얹혀 살고 있는 화원에 처음 들어가 봤을 때, 깔끔히 치워져 있었던 기억.
   그는 몸단장도 늘 깔끔히 하고 다닌다.
   그는 집에서도 의복을 다 차려 입고 지낸다. 오히려 그녀가 아무렇게나 입고 뒹군다.
그래서 그녀가 토하고 쓰러졌을 때, 그가 발견하고는 일단 구급차를 부르고 나중에 그녀에게 묻어있는 오물들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물수건을 빨아가며 가슴 안에까지도 딲은 것이다.
   하긴 나 술 먹고 아무렇게나 누워 자도 장난 조차 치지않는 우디이니까...
   전에 가끔 호기심이 나서 가슴 안으로 보여줘도 외면하던 우디이니까...
그녀는 그가 물수건으로 가슴 안에까지 딲으면서 유방을 만진 것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어디 그 뿐인가.
그가 그녀의 오물로 더렵혀진 옷도 벗기고 새 것으로 갈아입혔는데.
그녀가 일어나 앉을 기운을 못 차리니까 그가 그녀를 앞에 비스듬히 기대어 눕게 하고 닭죽도 한숟갈씩 떠서 입에 넣어줬는데.
그 때 그가 그녀의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었던 가슴 안을 다 들여다 봤을 텐데.

   숙희는 닭죽을 작은 그릇에 담아 온 것을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에 데워서 제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채프먼과 마주쳤다.
   "오, 하이, 쑤! 하우 아 유!"
   "I'm fine now. (이제 괜찮아요.)"
   [피앙세가 걱정을 아주 많이 하더군, 쑤?]
   "오..."
   "Good to see you back, Sue. (다시 봐서 반갑소, 쑤.)"
웬일로 그가 사무적으로 대하고 갔다. 전에는 치근거리고 노골적으로 나왔었는데.
숙희는 제 방에 돌아와서 책상 위의 전화기를 자꾸 봤다.
희한한 것은, 그 전화기가 벨소리를 내었다.
숙희는 콜러 아이디를 안 보고 반사적으로 수화기를 집었다. "디스 이즈 쑤."
   "쑤? 수키에서 쑤로 바꿨어요?... 녜. 좀 어떠신가 해서..."
   "운진씨..." 그의 손길이 숙희의 유방을 만지며 지나간다.
   "아직 기운이 없을 텐데, 웬만하면 양해를 구하고 조퇴하죠?"
   "좀 더 있어 보구."
   "기운 다 빠지면 운전하기 무릴 텐데."
   "그렇잖아도 지금, 죽 데워 왔는데."
   "그래요. 누님이 이번에는 야채 넣고 다른 죽을 끓입니다."
   "안 하셔도 되는데."
   "그리고, 누님이 숙희씨 데리고 잘 아는 한의한테 가잡니다."
   "한의?"
   "보약을."
   "나 그런 거 안 먹는데."
   "젊은 여자분이 토하고 설사 했다고 널부러져 있는 거 아니랍니다."
   "그야..."
   "부담갖지 마세요. 제가 반 만 댈테니."
   "아니, 그래서는 아니구."
   "오늘, 제 말대로 조퇴하고 일찍 오시죠."
   "죽 먹는데..."
   "그거 드시고, 조퇴해서 오세요. 차도 운전해야 하니까."
   "알았어." 숙희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만일 운전할 기운도 없으면 전화하세요."
   "아니. 내가 갈래."
   "천천히, 조심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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