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6-9x059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6. 30. 10:50

   영진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지난 해 윈터 브레이크 때 한국에 다니러 나갔다가 바로 돌아올 형편이 안 되어서 여태 못 오고 있다가 이번에 비행기표를 구입할 수 있어서 돌아왔다고.
여권에 찍힌 스템프와 비행기표 카본 카피를 근거로 제출했는데.
학교에서 심사 후 연락한다는 말을 듣고 오는 길이다.
그녀는 새로 얻은 중고 쉐볼레 차를 화원 쪽으로 모는 중이다.
그녀는 한 가지 이해 못하는 것이 있다.
   왜 집에서 엄마 아빠가 운진씨한테 꼼짝 못하는지.
   그에게 소금을 뿌렸던 일이 큰 약점이라서?
   사람에게 소금을 뿌리는 일이 서로 한대씩 주고 받은 것보다 더 안 좋은 일이라서?
영진은 화원 앞 주차장을 운진의 추렄과 동시에 들어섰다.
그녀는 차에서 부지런히 내려서 추렄으로 다가갔다. "안녕?"
   "오, 왔어요?"
   운진이 추렄에서 내려서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학교 다녀오는 길이예요?"
   "어떻게 알았어요?"
   "마저 다녀야죠."
운진이 추렄의 뒤로 돌아가고 영진이 종종 걸음으로 따라 붙었다.
그 광경을 운서가 안에서 보았다.
   영진은 바로 안 가고 운진이 여기저기 움직이는 대로 쫓아 다니며 재잘거린다.
   나도 밭 맬 줄 알아요. 그 오빠네가 농사를 짓는데, 도왔거든요.
   호미질도 잘 하고.
   이제 나, 밥도 하고 반찬도 다 만들어요.
   학교 그만 두고, 시집가서 살림하고 밥이나 할까?
그런 것을 지켜보는 운서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병선이 말처럼 쟤가 소문 안 내는 돈 황인가?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저렇게 아는 여자들마다 다 건드리는 거 아닐까?
영진은 화원이 닫혀서야 집에 간다고 돌아섰다.
그 날 따라 숙희의 퇴근이 더 늦어지는 모양이었다.
운진이 영진과 저녁을 사 먹는다고 나가고.
운서는 숙희 혼자를 위해서 뭘 해 주나 하다가 그냥 돌아갔다.

   그 날 따라 숙희는 회사에서 일이 너무 많아 점심까지 건너뛰고 지친 몸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운진의 추렄이 화원 앞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반가웠다.
그러나 그는 안에도 뒷뜰에도 안 보였다.
그녀는 먹을 게 하나도 없음에 당황하고, 의심하고, 속상해 하다가 배달을 시켰다.
그녀는 차이니스 음식 배달차가 이제나 저제나 오나 하고 화원 옆 마당에서 기다리다가 어떤 승용차가 와서 멎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배달차는 아니다라고 여겼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얼른 숨었다.
   전에 같이 다니던 그 여자다!
   저 여자를 다시 만나면서 선 봤다고 해?
그리고 숙희는 운진이 운전석에서 내리고, 여자가 옆문에서 내러서는 그를 쫓아가서 안고 입술을 맞추려는 동작을 지켜보게 되었다.
운진이 그녀의 입에다 가볍게 쪽 키쓰를 하고는, 그녀더러 얼른 가라는 손짓과 함께 그녀의 등을 툭툭 쳐 주는 것이었다.
   "바이, 운진씨! 집에 가서 전화할께요?"
   "일루 하지 말고 집으로 해요."
   "알았어요!"
영진이 차에 타려는데, 길에서 차 지붕에 선전등을 매 단 승용차가 들어왔다. 
차이니스 푸드 시킨 배달이 온 것이다.
숙희는 그 때 마침 나오는 척 하고 숨었던 곳에서 몸을 나타냈다.
영진이 숙희를 보고 움직이려는데, 운진이 그녀를 차에 타게 했다.
그 때 그의 동작은 또 상대방을 마구 다루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그의 동작은 그 여인의 몸에 익숙한 듯 보였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7-1x061 숙희의 마음  (0) 2024.07.01
6-10x060  (0) 2024.06.30
6-8x058  (0) 2024.06.30
6-7x057  (1) 2024.06.30
6-6x056  (0) 202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