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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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7. 08:05

   영진은 얼떨결에 따라 들어와 놓고는 걱정한다.
   "어르신들 안 계세요?" 그녀는 안을 조심히 둘러봤다.
운진은 부엌 스토브에다 물을 올려놓고 나왔다. "삼촌네 귀국하셔서 가 계시고 여긴 저 혼자예요."
   "여기, 미스타 오 혼자세요?"
   "녜."
   "아아..." 그제서야 영진이 소파에 가서 앉았다.
   "저, 라면 할 건데... 라면 같은 거 잡수세요?"
   "가끔은... 먹어요. 라면은 진희가 킬런데. 아! 내가 왜 진희 얘길 하지?"
   "요즘 진희씨 안 만나시죠?"
   "진희는 요즘... 미스타 오 사촌이랑... 맨날 붙어 다니구."
   "어? 말이 이상하다? 혹시 질투해요?"
   "네에? 아니예요! 저 진희 질투 안 해요!"
   "오, 난 또..."
   "미스타 오, 진희랑 완전 끝난 거 맞죠?"
   "녜. 한 두어번 데이트 해 봤나... 이젠 완전히..."
   음!
영진의 두 눈이 새침해지며 외면한다. "더 이상 진희 얘기... 하지마세요."
   "녜."
   "글구... 진희랑은 성가대에서 말구는 절대 안 만난다고 약속하시면, 용서해 드릴 거예요."
   "..."
운진은 이 여자가 고백하는 거라고 여겼다. "녜."
영진이 운진을 흘낏 노려봤다. "약속하신 거에요."
   "녜."
   "됐어요. 또 한번 둘이 마주 서서 얘기하는 거 눈에 띄기만 해봐라."
운진은 핑게거리를 찾다가 얼른 돌아섰다. "오! 물 끓는다!" 
두 사람은 라면 끓인 것을 가운데 놓고 식탁에 마주 앉았다.
   영진은 처음에는 라면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더니 정작 더 찾았다.
미스타 오가 끓인 라면이 맛있어요 하면서.
   "파이널 해 봐야 두달 남았어요. 그 때 B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영진이 젓가락을 놓았다.
   "전 C 이상은 받아야 GPA 2.0을 넘어요."
   "2.0 이요?" 영진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녜."
   "전... 아, 처음엔 2.0을 바라봐야 하는구나."
   "그게 최하 아니예요?"
   "전 엠씨에서 3.0 가져 갔거든요."
   "와아!" 
운진이 놀라는 표정을 보이자 영진이 음 하고 뽐냈다. "뭐, 그 정도는..."
   "역시..."
   "땡쓰!"
운진은 모처럼 만에 영진의 까부는 모습을 보고 하하하 웃었다.
영진이 벽시계를 보고는 발딱 일어섰다. "전화요!"
   "저기 부엌에!"

   숙희는 방바닥에 털퍼덕 앉아서 티비 디너를 먹다가 우연히 밖을 내다봤다.
그리고 그녀는 앉은 자세에서 더 잘 보려고 허리를 폈다.
추렄 모는 그 남자와 여자 하나가 부지런히 달려 나오는 것이다.
여자가 아마도 독일제 차 같은데 문을 부지런히 열고 탔다.
남자가 차 문을 닫아주었다.
그 차는 마치 도망치듯 주차장을 빠져 나가는데.
숙희가 보기에 둘은 안 좋게 헤어지는 것 같지않았다.
여자가 어딜 급히 가야 하고 남자가 얼른 가라고 부추기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런데.
숙희의 눈에 여자가 양품점 아가씨는 아님이 분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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