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8-1x071 그런 아픔들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7. 08:04

그런 아픔들

   운진은 명년 봄까지 클로즈한다는 안내문을 써붙이고, 화원 건물 문을 잠궜다.
올해는 삼촌이 일찍 기권한 바람에 수입이 짭짤했다. 벤더보다 나은 걸로 봐야 하나...
그리고 운진은 부모가 기다리고 있을 원래 삼촌네 집으로 향했다.
삼촌은 결국 딸을 누이동생 즉 운진모에게 맡기고 귀국하는 것이다.
   "운서에미하고 자네가 집에 살고. 우리 애는 아파트에서 운진이랑 있게 하나?"
   삼촌이 하는 말이다. "우리 애가 오빠하고 있겠다 하네."
   "에이. 그건 안 되지, 오빠." 운진모가 펄쩍 뛰었다.
   "안 돼?"
   "어떻게 애들끼리 있게 해. 말도 안 되지!"
   "지가 밥빨래 한대."
   "그래도 그건 안 돼. 내 새끼들이지만, 요새 애들... 안 돼."
그래서 아파트 임대가 끝날 때까지 운진만 혼자 아파트에 남고, 그의 부모가 무인씨네 집으로 들어가기로 결정보았다. "운진이 오면 내가 말하지, 뭐."
   운진은 아파트가 끝나면 차라리 화원으로 들어가 살지 하고 혼자 결정했다. 그 곳에는 창고 같은 방이 아주 넓고 해서 저쪽 끝에서 뭔짓을 해도 이쪽 끝에서 모를 정도이다.
그리고 샤워 시설도 있다.
   부엌만 들이면 되는데, 스토브 하나면 되지 하고 운진은 이미 설계를 해 놓았다...
그런 운진이 삼촌네 집에 도착하니 그의 부모는 이미 나오고 있었다.
   "어, 벌써 나오세요? 부지런히 온다고 왔는데..."
   "니 엄마가 니들 둘은 안 된다고 해서 혜정이가 집으로 온단다." 무인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아, 녜! 좋죠, 걔도."
   "가구는 그냥... 깨끗하게만 써준다면 놔둬야지. 화원에다 갖다 놓을 수도 없고."
   "그럼뇨."
   "그럼, 오라버니가 나가 사시는 김에 벌초도 다 하세요."
   운진모가 웃으며 말했다. "얘네 선친 산소도."
   "어렵쇼?"

   운진은 병선이가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형네 아파트로 오고 싶다는 것을 거절했다.  
   "애가 섭섭해 하겠다. 너 말이라면 꺼뻑 죽는데."
   "엄마. 걔가 좀... 피곤해. 찰거머리 같고."
   "걔가 형 없이 혼자 자라다가 널 만나고는 맘도 잡고 달라졌단다."
   "별 볼 일 없다 그래, 엄마. 난 귀찮아."
   "너도 동생 없는 김에 좋잖니."
   "왜. 이모가 엄마더러 그렇게 말하래?"
   "아아니!"
   "그 이모도 은근히, 아주... 자식 교육을 남더러 시키래?"
   "병선이가 입만 벌리면 니 얘기랜다."
   "필요없다 그래, 엄마."
운진은 혹시 미쓰 킴이, 아니, 김형이 동생 데리고 놀러올지도 모르는데, 그 때 병선이 자식 같이 있으면 또 영진이한테 찝쩍거리고... 에이, 새끼! 하고 지레 빼는 것이다.
   지니가 나랑 동침한 얘기를 그렇게 한다는데도... 새끼!
운진은 수시로 창 밖을 내다보며 병선이자식이 오나 하고 지레 걱정한다. 미쓰 킴이 연락하거나 놀러올 때가 됐는데... 
아니면, 지니를 바로 부를까?
그러다가 운진은 수영을 불러내 보자 하고 밖으로 나갔다.
운진은 지난 밤 추렄을 아주 멀리에다 세워놔서 아파트 건물들 사이를 따라 걸어야 했다.
그는 이생각 저생각하며 걷느라 어떤 차가 지나치는지 누가 쳐다보는지 알지 못했다. 하늘색 혼다 승용차가 지나치다 움찔움찔거린 것을 그는 보지 못했다.
그 차 안에서 여자가 그를 보고 손을 흔들려다가 만 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뒤를 돌아다 보지도 않았다. 
   지니를 확 잡아야겠다! 하고 생각하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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