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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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7. 08:05

   숙희는 그 남자가 여기 아파트에 살고 있구나 하고 괜히 신경쓰인다.
좀 싸가지나?
내가 손 흔드는 걸 못 봤나?
가게에서는 싹싹하게 굴길래 좀... 그랬는데, 이제 보니 되게 건방지네?
숙희는 혼자 있는 아파트라 맘 놓고 옷을 훌훌 벗었다.
내가 이걸 하고 싶어서 얼마나 참았는데!
고모네는 내 방이 따로 있었어서 자주 이랬는데!
   그녀는 욕실 문에 들어서며 이미 알몸이다. 
오늘 욕조에 들어가서 때 좀 불리자!
그녀는 그 날 욕조 안에 한참 들어가 있다가 온 몸을 북북 문질렀다.
   "아, 시원해! 날아갈 것만 같다!"
그녀는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맨몸에는 긴 타올을 감고 베란다 문 앞으로 갔다. 
거기에서는 건너편 아파트 건물이 정면으로 보인다.
그녀는 커튼을 살짝 당겨서 앞으로 오게 하고 주차장을 내다봤다. 추렄이... 없네? 
그러다가 그녀는 소리 안 내고 웃었다.
   한숙희!
   너 왜 이러니!
   너 미쳤어? 절대 결혼은 커녕 남자들을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다짐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리고. 
   그 남자가 친절 좀 베풀었다고 관심두면 뭐 할 건데?
그런데도 숙희는 주차장을 자꾸 살펴봤다.

   운진은 학교 교무실에서 나오며 풀이 죽었다.
과학이 D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GPA가 1.9로 떨어졌다.
파이널에 좋은 점수 안 나오면, 미안하게 됐지만, 디스미쓰... 
카운슬러의 말이 운진의 머릿속에서 뱅뱅 돈다. [과목 선생의 의견이예요. 홈 어싸인먼트를 좀 더 신경써서 하고, 파이널에서는 전체 적어도 C 이상씩을 받아야 해요.]
   체!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도 못 하면서 나중에 4년제로 옮길 생각을 했어?
운진은 씁쓸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냥 때려쳐? 그래! 그냥 때려치고 돈이나 벌자! 내 팔자에 공부가 뭐야!" 
   체! 누구는 공부를 잘 해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정규 대학으로 추렌스퍼도 하는데.
   그야 그건 아직 젊고 머리 팍팍 돌아가는 여자애잖아!
   체!
   에이! 집에 가서 술이나 처먹고 잠이나 자빠져 자자!
그래서.
운진이 아파트로 돌아오니, 영진의 그린색 외제차가 와 있는 것이다. 그가 마침 잘됐다 김형이랑 술이나 하면서 하소연이나 하자 하고 다가가니.
   "안녕하세요?" 하며, 영진 혼자 내리는 것이다.
   "오. 김형은 안 오고 혼자 오셨어요?"
   "오빠가 같이 온다고는 했는데, 그냥..."
   "학교에서 바로 일루 왔군요? 김형 전화 와 있겠다. 아니면, 내가 해야지."
   "어머! 안 돼요!"
   "왜요?"
   "아무도 몰라요. 그런 법이 어딨어요?"
   "이렇게 혼자 다니다가 혼날라구요."
   "금방... 오늘 속이 상해서 왔는데."
   "저두 속상해요."
   "왜요! 왜 제 흉내내요?"
   "저, 파이널에 좋은 점수 못 받으면... 퇴학 당해요."
   "저두요!"
   "아니. 미쓰 킴은 공부 잘 하시잖아요."
   "칼리지 파크(메릴랜드 대학), 공부가 장난 아니예요. 추렌스퍼 한 거 후회해요."
   "그렇다면 이렇게 농땡이 치지 말고 집에 가서 공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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