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8-9x079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 10:55

   숙희는 회사에 출근해서야 비-에어라인의 파업사태가 심각함을 알았다.
소위 'I told you so' 즉 '그러게 내가 그랬지' 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다.
   "숙희씨야 그들의 비지네스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해결책을 분석해 준 것 외에, 지금의 파업에 대해 직접적인 요인을 제공하진 않았죠."
운진의 수화기 너머 그 말에서 그녀는 안도감을 찾았다.
   "다만 그들이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고 욕심을 냈다가 당하는 것."
   "저러다가 아예 뱅크렆트 하면..."
   "그러면 또 매각이나 합병 알선을 숙희씨한테 의뢰하겠죠? 아니면, 말고."
   "그럼, 나는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지?"
   "정 불안하면 조퇴하고 와요."
   "알았어. 봐서..."
숙희는 운진과의 통화를 마치고 하던 일로 돌아갔다.
이글 파이넨셜에서 아이에프티씨가 건의했던 대로 즉 숙희가 기안해서 보쓰에게 넘겼고, 그 내용이 이글로 고스란히 간대로 자회사의 지분을 팔겠다고 나왔다. 
그리고 기왕이면 그것도 상대자를 찾아 달라고.
그렇게 해서 자금을 동원하고 숨 좀 돌리면 좋겠다고.
   숙희는 뱅크를 떠올렸다. 
그 은행은 이제 담보물을 놓고 융자해 주는 안전 위주를 택해야 할텐데, 들을래나 모르겠다...
그녀는 이글 파이넨셜이 팔겠다는 지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 내용을 타자 쳐서 캘 뱅크로 퍀스 쳤다. 그런 다음 그녀는 보쓰를 찾아서 조퇴하겠다는 말을 하려고 방을 나섰는데.

   낮 뉴스에 비-에어라인의 파업자들이 본사 건물 앞을 봉쇄하고 문으로 들어가려는 직원과 몸싸움 하는 장면이 나왔다.
숙희는 브레이크룸에 켜져 있는 소형 텔레비젼을 통해 그 장면을 보았다.
다른 몇몇 직원이 모여 서서 소근거리는데 간간히 쑤라는 호칭이 들려왔다.
   난 관련이 없단다...
숙희는 그들이 알아보도록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내 매네저가 나 오고 난 뒤에 다르게 말했는지도 몰라. 운진씨 말마따나 또 내 공을 차지하려고.
   만일 그가 6% 로 밀어보라고 충동질 했다가 저 난리를 당하는 거면... 
   뜨거운 맛을 볼 걸?
숙희가 우려한 것은 아니었고 그런 맛을 보게 되면 고소할 것 같은 그 뜨거운 일이 벌어졌다.
파업하는 공항 노무자 중에서 누가 깡통 하나를 그 회사 정문을 향하는 일단의 정장 차림을 한 무리를 향해 던졌다.
그 정장한 팀 중에 한 명이 그 깡통에 맞았다. 
그는 곧 오물인지 기름인지 깡통에서 튄 시커면 액을 뒤집어 쓰고 비틀거렸다.
정문 앞을 지키기만 하던 경찰이 파업자들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고.
텔레비젼 화면은 이내 경찰과 몸싸움하는 파업자들을 확대해서 보여주기 시작했다.
   "He's right there!"
숙희는 저도 모르게 소형 텔레비젼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가 있네?'
숙희와 좀 떨어져서 텔레비젼을 보던 몇몇 직원이 가까이 왔다.
   "Oh, my God!"
   "It's him!" 
직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한편 숙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숙희는 누구한테서 조퇴 허락을 받나 찾아보자고 브레이크룸을 나섰다.
그녀는 한 계단 더 높은 매네저를 방으로 찾아갔다.
그가 의자에 길게 기대고 눕다시피 하며 전화 통화를 하다가 그녀를 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가 숙희더러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예스."
   그가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 숙희를 봤다. "What can I do for you? (뭘 해드릴까?)"
   [내 매네저가 자리에 없어요. 조퇴하려는데...]
   "고!"
   그가 손짓을 했다. "오! 유 커밍 투머로?"
   "Of course..." 
대답하는 쑤의 심장이 떨렸다. 나더러 내일 출근하냐고?

'[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9-1x081 1980년 그들의 여름  (0) 2024.07.03
8-10x080  (0) 2024.07.02
8-8x078  (0) 2024.07.02
8-7x077  (0) 2024.07.02
8-6x076  (0) 2024.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