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가 퇴근하도록 보쓰 팀은 귀사하지 않았다.
숙희는 회사 건물주차장에서도 좀 주저하며 드나드는 차들을 살펴봤다.
혹시 보쓰 사내나 같이 나간 사원을 만나게 되면 비-에어라인의 노조 파업 사태가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보려고.
그러나 그녀는 화원으로 곧장 갔다.
화원은 꽃 모종 사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파는 거짓말처럼 금새들 다 사라졌다.
곧 늦봄의 조금 이른 저녁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며 뒷뜰 넓은 벌판에 숲 그림자를 깔았다.
숙희는 또 그런 정경에 심금이 쉽게 녹는다.
나 여기 안 떠날래.
"어떻게 하기로 했대요?"
그녀의 등 뒤로 운진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숙희는 얼른 돌아서며 두 팔을 벌렸다.
둘은 동작은 컸지만 가볍게 포옹하고 몸을 떼었다.
"오늘 오후 뉴스에 스트라이크 하는 거 나왔던데..."
"스트라이크가 하루 이틀에 끝나겠어?"
"누가 잘못한 거요?"
"기록을 뒤져 보니, 전례로 봐서 5% 삭감이면 스무명에 한명이니까 살아날 기대감이 큰데, 6% 하면 이상하게 스무명에서 일 점 이가 아니라 두명이라고 여기나 봐, 응."
"그럴 수도 있겠죠."
운진이 숙희를 감싸듯한 동작으로 이끌었다.
숙희는 갑자기 장난하고픈 충동이 일었다.
"요즘엔 데이트 안 나가나 봐?"
"흥... 일단 입은 막은 셈이요."
"누... 구?"
"집에서 소개하는 여자말요. 두번 정도 밥 먹고 잠자코 있으면 연달아 건드리지 않겠죠."
"..."
"계속 버티면 불똥이 여기로 튈까 봐 말이죠."
그 때 운서가 화원 문을 열고 나왔다.
"약 먹는 동안 가리는 음식이 많다 보니 딱히 해 줄 게 없더라. 끽 해야 두부찌게."
운서가 둘을 지나치며 남동생을 쿡 찔렀다. "양다리 선수."
숙희는 새삼 운진을 째려봤다.
"숙희 약 먹고 기운나면 걔 좀 때려줘."
운서는 낡은 쉐볼레 승용차를 몰고 떠났다.
"언니가 두부찌게 하셨다는데, 먹고 가지?" 숙희가 운진의 팔을 끌었다.
둘은 식사 후 리빙름에서 마주 보고 앉았다.
"우리가 자료를 놓고 분석은 하지만,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은 없거든."
숙희가 그린티를 하며 하는 말이다. "그렇게 하면 괜찮겠다 하는 건 통계상 추측일 뿐이야."
"어쨌든 스트라이크가 일어난 것은 아이에프티씨의 잘못은 아니니까..."
"그... 그렇지. 자, 자기네가 욕심을 내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니까?"
"근데, 그 숙희씨 매네저란 자가 좀... 띠껍소."
"왜애... 날 다시 일하게 해 줬는데."
"가만 하는 거 보니까... 지가 공 다 차지하려다가 어긋나면 숙희씨를 끼게 하고. 숙희씨가 대안을 내놓으면, 또 지가 차고 앞장 서고..."
"생각 나름... 난 그냥, 하라는 대로만 하면 그만이니까. 나더러 그러래매."
"지금도 그 항공사는 스트라이크가 일어나서 완전 샷다운인데, 정작 컨퍼런스에 다녀왔다는 숙희씨는 전혀 모르고 있소?"
"나는 뉴스를 안 보니까."
"지네들, 지금, 스트라이크 일어난 것에 대책 회의를 하느라 불려갔을 거 아니요. 그런데, 숙희씨는 전혀 낯선 사람처럼 퇴근해서... 밥이나 먹고..."
"그럼,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해? 난 말단 애날리스트로서 내 능력 만큼 분석해서 보쓰한데 줬을 뿐. 그 이 후 벌어지는 일은 내가 직접 참여한 게 아닌 이상, 운진씨 말마따나 잘 난 놈들끼리..."
"내버려 두세요,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