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4%에서 합의하고 내일이라도 승객들을 실어 날아야 해요. 파일러트들과 플라이트 어텐던트들 그리고 비노조 노무자들이 승객을 받으며 몇몇 항로를 유지하려는 것은...]
숙희는 조사한 내용의 임금 대조표를 한장씩 돌렸다. [파일러트들은 연봉이 여섯자리를 넘는데, 그들이 승객 티켓팅에 시간을 낭비해도 회사는 그들의 연봉만큼 지불해야... 막대한 손실.]
그녀의 귓전에 운진의 말이 들려온다.
그들도 가정을 가진 사람들이요.
그들도 하루 빨리 일자리로 돌아가서 정상적인 주급을 받기 원합니다. 물론 스트라이크 하는 동안에도 회사는 비상 어카운트에서 소액을 지불하지만.
회사가 결국 사라지면 그들은 실직 수당 타 먹는 줄에 가서 서 있어야 하죠...
숙희는 그 다음 말을 해버렸다.
[회사가 비노조 인력을 긴급 채용하거나 없어지기를 원치 않잖아요?]
일동이 잠잠하다.
얼마 후, 노조 대표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내렸다.
"오케이."
다른 두 명이 움직일 기미를 보였다. [인상이 안 되면, 원래는 3%까지만 양보하려 했는데, 쑤의 마지막 제안대로 4%에서 동의하고 정상 작업에 들어가면, 회사는 1%만큼 되찾는 셈이니, 거기서 오버 타임은 주시요. 그 동안 일이 많이 밀렸소.]
동시에 한숨들이 터졌다.
노조 대표자들과 경영진 대표들이 악수를 굳게 굳게 나누었다.
숙희가 가방을 꼭 끌어안고 그 항공사의 정문을 나서는데.
사방에서 휘파람 소리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숙희는 깡통 날아간 장면이 연상되어 머리와 얼굴을 가리고 반뜀박질로 계단을 내려갔다.
쑤 한! 쑤 한! 쑤 한!
짝짝짝짝짝짝짝!
숙희는 제 차로 가서 문을 부술듯 열고 탔다.
아이고, 무서워!
'운진씨, 나 이 일 그만 둘래, 나 먹여 살려라!'
그녀의 하늘색 혼다 차 주위를 무섭게 생긴 사람들이 주욱 둘러섰다.
그들이 박수치면서 엄지손가락도 보이고 한다.
숙희는 차를 출발시키며 그들에게 머리를 연신 굽신굽신했다.
'야! 하지만 내 이름은 수키야! 숙희! 수키!'
근데 인간들이 왜 날 자꾸 쑤라고 부르지? 나는 내 입으로 쑤라고 말한 적 없는데?
운진은 그 날 반복하는 속보 뉴스를 보고 있다.
비-에어라인이 디-아워 마지막 순간에 합의를 갖고 정상 작업에 들어갔다고.
그리고 숙희의 하늘색 혼다 차가 인파를 헤치고 나가는 장면이 나왔다.
'겁을 그렇게 내더니, 실력은 있나 보네...'
운진은 매장 정리 일에 돌아갔는데.
숙희가 그를 뒤에서 콱 끌어 안았다. "나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어!"
"결국 숙희씨의 아이디어를 순순히 따릅디까?"
"몰라, 몰라! 나, 그런 일 적성에 안 맞어."
"잘 하시면서, 뭘..."
"나, 일 그만두고 시집이나 갈까 봐."
"..."
"우디한테."
숙희는 그 말을 하고 운진의 등을 더욱 힘주어 안았다. "남자들이 무서워."
"..."
"우디만 빼고."
"나는 남자가 아니란 말이요, 그럼?"
"하지 마아! 무서워!"
"일 잘 해놓고선 신나니까 어리광 부릴 줄도 알고?"
"어리광 아냐아! 나 정말 무서워어!"
"이러니까 또 귀엽네."
'[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9-4x084 (1) | 2024.07.03 |
---|---|
9-3x083 (1) | 2024.07.03 |
9-1x081 1980년 그들의 여름 (0) | 2024.07.03 |
8-10x080 (0) | 2024.07.02 |
8-9x079 (1) | 2024.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