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란은 게으르기 짝이 없는 남동생을 가게에 박아놓고 버지니아로 향하고 있다.
미술 선생을 했는지 자칭 화가라는 자가 영란더러 오라 하면서 말 안 듣고 거부하면 한인회에다 까발려서 부친이 장로인 얼굴에 먹칠을 하고.
'영주권 사기로 고소한다' 하고 위협을 한 것이다.
기가 막혀서!
영란은 분에 못 이겨 핸들 잡은 손이 부르르 떤다. "영주권 사기는 내가 걸어야지!"
그녀가 죽기 보다 싫지만 화가 냥반이 오라는 대로 가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어떻게 해서든 그자가 메릴랜드로 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는 것이다.
그자가 돈을 요구하면 적당한 금액에서 '쑈부'를 보고.
그런데 만일 그자가 몸을 요구하면...
'내가 눈이 삐었었지! 그런 자를 몰라 보고 내가...'
영란은 이를 간다. '오히려 내가 먼저 걸어?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그런데 그 미성년자 성폭행이 벌어진 곳이 미국에서가 아니라 십년도 넘게 한국에서이다.
고 3 여학교에 미술 교생으로 왔던 자가 당시 왜 그렇게 멋져 보였었는지.
게다가 알고 보니 옆 동네에 사는 대학생 아저씨.
군대 얘기도 얼마나 재미있게 들려주었나.
게다가 칠판에다 백묵으로 슥슥 그리기만 해도 멋진 풍경화가 탄생했다.
그가 영란을 지적해서는 칠판에다가 뎃상을 했다.
그것이 탈의 시작이었다.
그가 영란을 실제 초상화 모델이 되어 달라고 했고, 영란은 주소를 들고 그의 하숙집을 찾아갔고, 대낮에 방 안에서 활극이 벌어졌는데 당시 영란은 밖에 들릴까 봐 소리도 못 냈다...
영란의 부릅 뜬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미국만 들어오게 해 주면 물러선다더니!'
영란은 버지니아의 화가 선생 아파트을 들어서자마자 그 자리에서 옷이 벗겨졌다.
술에 잔뜩 취한 신가가 숨 돌린 틈도 안 주고 덤벼든 것이다.
영란은 하의가 벗겨진 채로 도망쳤다.
그녀는 얼떨결에 집어든 바지를 맨 하체에 입었다. "경찰 부를테다!"
"흐흐흐! 마누라더러 한번 하자는데 경찰 부르면, 그건 뭐냐?"
"입 더러운 자식! 너 정말 미술 대학 나왔어? 내가 너를 십년을 알아도 의문이다."
"니네 학교 눈 먼 병신이었냐?"
신가가 영란에게 또 달겨들었다.
영란은 부엌으로 들어가서 급한 김에 식칼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여기에 같이 있어야 할 딸이 안 보인다.
신가가 찌를테면 찌르라고 태연히 접근해 간다.
영란은 식칼 쥔 손만 힘줄 뿐 뒤로 밀린다. "다가오지 마!"
"셐스 거부에 이젠 남편한테 칼부림이라..."
"노가다 티를 내냐?"
"미국에 데려 왔으면 뭐가 있어야 할 것 아냐!"
신가가 그래도 영란의 손에 쥐어진 식칼을 눈여겨 본다. "내가 언제 영주권 달랬냐?"
"우리 사이는 미국에 내린 순간 끝났어! 약속했잖아!"
"누구냐. 새로 생겼다는 눈 먼 놈이?"
"네 놈이 알 거 없어!"
"누군지 내 짐작은 간다."
영란은 정말인가 하는 겁이 난다. 그러나 그녀는 교회에서의 한 소문을 믿고 힘이 난다.
"그 남자에게 함부로 까불어라? 너 같은 놈은 한방에 기절시킨다."
"만화 많이 보냐?" 신가가 물러설듯 하며 다가가고.
영란은 칼은 쥐었는데 그녀가 되려 떤다.
그녀는 칼을 확 내질렀다.
신가가 우잇 하고 놀라며 비켜섰다.
영란은 그 틈에 부엌을 뛰쳐 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하필 풀어 내린 머리칼을 붙잡혔다.
그녀의 몸은 아파트 카페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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