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의 보쓰 채프먼은 일주일 만에 출근을 시작했다.
그는 숙희의 방 앞을 지나치며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숙희도 구태여 아는 체 하지 않았다.
'비겁한 인간!'
숙희는 제 방에 개인용으로 따로 있는 퍀스머신에서 뿜어내는 기계적 소음에 일어섰다. '6%가 가당키나 했니? 몰매 안 맞은 걸 천만다행으로 아셔!'
퍀스는 이글 파이넨셜에게서였다.
이글에서 캘 뱅크로의 지사 매각을 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 같은 주에 있는 캐롤라이나 뱅크로 알아보는 수 밖에.'
그 날 숙희는 회사 까뻬떼리아에서 점심을 사 먹고 올라와서는 여러 일꾼들이 그녀의 방 안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치우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랬다.
'나 파이어 당하는 거야?'
숙희는 제 방인데 들어가 보지 못하고 복도에서 서성거리며 당황하는 것이다. '뭐 이래?'
그녀는 어디 컨퍼런스 룸 같은 데서 운진에게 전화를 하려고 두리번거렸다.
"하이, 쑤!" 남자의 음성이 그녀의 뒤에서 날아왔다.
숙희는 일단 돌아서서 음성의 주인을 찾으며 반사적으로 하이 했다.
그 남자는 빌딩 전체를 책임지는 엔지니어였다. "We are moving you. (당신을 이사시키는 중이요.)"
"와이! 앤드 웨어?"
"One floor above. (한 층 위로.)" 그가 천장을 가리켰다.
숙희는 동료 직원들의 농 비슷한 말이 기억났다.
진급할수록 층이 올라간다고.
그래서 최고 경영자의 방이 꼭대기 층에 있다고.
일꾼들이 캐비넷이니 책상이니 뜯은 것들을 바퀴 달린 사각판에다 올려서 나오기 시작했다.
"You can go see your room. 404. (당신의 방을 가서 봐요. 404호.)"
그래서 그녀가 한개층 더 올라온 곳은 직원들이 아주 넓직넓직하게 사용하는 또 다른 세계였다.
일꾼들은 순식간에 새 가구들에 이삿짐을 정리해 주고 갔다.
그녀의 새 방은 열쇠가 나왔다.
그녀가 퇴근하며 방문을 잠그면 아무도 못 연다고.
즉 이제 그녀가 취급하는 어카운트들은 기밀급에 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기밀 등급에 따라 청소반의 출입이 싫으면 휴지통을 문 밖에 내놓음으로써 신호하라고.
이제 그녀는 배반한 보쓰 사내의 소속이 아니라 프리랜서처럼 독자적 업무를 수행하고.
업무보고는 한 층 더 위에 자리잡은 First VP 즉 전무급에게 직접 브리핑 한다고.
'화아! 나더러 뭘 하라는 거야?'
숙희는 새 방에 새 기물과 큼지막하고 아주 멋있는 책상용 전화기를 둘러봤다. '언제는 모가지 자를 것처럼 해서 미리 그만 두게 하더니, 이제는 대우해 주네?'
그녀는 운진에게 전화하려고 수화기를 들었는데, 벨이 동시에 울렸다.
"디스 이즈 수키."
[아, 나는 풔스트 바이스 프레지던트 레이몬드요.]
"하이!"
"Can you come to my room? (내 방으로 좀 오겠소?)"
"슈어!"
수키는 떨리는 가슴으로 제 방을 나섰다.
그녀에게 넘어오는 어카운트들이 제법 굵직굵직해졌다.
그 중 그녀는 방위산업체도 들어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물론 이글 파이넨셜은 숙희 몫이다.
숙희는 전무급의 중역으로부터 큰 기대를 한다는 격려의 말을 듣고 제 방으로 돌아왔다.
이제부터 상사로 전무급을 상대한다....
그녀는 작게 감동하며 수화기를 집었다. '운진씨 말을 듣길 잘 했네?'
그녀가 거는 화원의 전화는 벨톤만 들리고 받는 이가 없다.
그녀는 한번 더 시도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물어 봐? 야, 오운진! What do you want for this? 셐스?
그리고 숙희는 저 혼자 부끄러워서 히히히 웃으며 얼굴을 붉혔다. Nooot! No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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