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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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8. 06:54

   그런데, 전화하면 받으라 한 영진이 화원으로 먼저 찾아왔다.
그녀는 아무도 없는 화원 앞에서 기다렸다.
이제 낼모레면 추수감사절. 
이리저리 부는 바람에 차 안에서 보더라도 춥게 느껴진다.
화원 앞 마당은 낙엽과 비닐 봉지 같은 것들이 마구 날아다닌다.
지나가는 바람이 어지러운 것을 가져가면, 또 다른 바람이 어디서 또 몰아온다.
영진은 차 안에서 가요를 듣고 있다.
   저 험한 세상 등불이 되~리.
   "왔다!"
영진은 차의 발동을 껐다. 학교가 우리 보다 더 늦게 끝나나?
운진의 짙은 고동색 추렄이 화원 앞 마당으로 들어와서 문 바로 앞까지 갔다.
영진은 차에서 얼른 내렸다.
바람이 이리저리 불며 영진의 머리칼을 마구 흔들었다.
   '운진씨!'
   영진은 연습을 많이 한 그 호칭을 입에 올렸다. 그런데 소리가 안 나간다. "우, 운..."
운진이 추렄에서 내리며 영진에게 손을 들어보였다.
   "안녕!" 영진도 손을 흔들었다.
운진이 추렄 옆자리에서 봉다리를 끌어냈다.
영진을 얼른 쫓아갔다. "뭐예요?"
   "마침 울 어머니가 닭백숙을..."
   "아! 저 백숙 무지하게 좋아해요!"
   "다행이네요."
   "내꺼두 돼요?"
   "그럼요. 밥만 해서 먹읍시다."
   "오. 오늘 잘 왔다아..."
영진이 얼른 가서 운진의 팔을 잡았다.
   "괜찮아요?" 운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뭐가요?"
   "미쓰 킴 집. 괜찮아요?"
   "네!"
   "다행이네요."
   "네!"

   운진의 밥 하는 것을 영진이 졸졸 따라다니며 구경한다. 
신기하다 하며.
   "울 오빠는 맨날 라면 밖에 끓일 줄 몰라요."
   "라면도 아무나 끓이는 거 아니죠. 라면도 기술이 있어야 맛있게 끓여요."
   "울 오빠랑 똑같이 말해. 남자들은 다 똑같은가 봐..."
   영진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근데 울 오빠가 끓인 라면 맛없어요. 미스타 오가 저번 때 끓여준 라면이 최고로 맛있었어요."
운진이 닭이 든 냄비를 열어서 들여다 보는데.
옆에서 같이 들여다 보는 영진의 입인지 목에서 꼴깍 소리가 났다.
   둘이 냄비채 식탁에 올려놓고, 운진이 손으로 닭을 잘게 찢으면 영진은 염체불구하고 홀랑 집어다 소금에 찍어서 먹는다. 그리고 맑은 국물에 말은 밥을 수저로 떠먹는다.
   "사람들이요... 남자하고 여자하고 둘이 있게 놔두면 꼭 사고치는 줄 알아요, 그쵸."
   "뭐... 때에 따라선."
   "에게?"
   영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난 절대 아니에요! 아셨죠!"
그 때 전화벨이 소리도 요란하게 울어댔다.
운진이 받으려고 의자에서 일어서는데.
영진이 소리쳤다. 
   진희 걔 전화면 받지 마세요 라고.
운진은 속으로 확 하려다가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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