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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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8. 06:55

   전화는 병선에게서였고, 화원에 왔다가 차가 두 대인걸 보고는 나가서 공중전화로 한다며.
그런데 병선은 진희를 머스탱에 태우고 있다고.
운진은 수화기를 잡은 채 영진을 보고 있다.
영진은 벽을 봤다가 바닥을 봤다가 한다.
운진은 수화기를 귀에다 가져다 댔다. "병선아. 있지."
   "오라 그러세요. 어차피 저도 손님이잖아요."
   영진이 앉았던 자리에서 옮기는 체 했다. "제가 가버리면 더 안 좋을 거 같애요."
   "병선아. 와라."
운진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제가 피할 이유가... 없잖아요. 진희가 좀 얄밉지만, 어쩔 거예요. 이젠 미스타 오랑 내가 친한데, 지는 옛 이야기지. 흥!"
   "그래요. 그리고, 진희씨는 트인 여자예요."
   "진희씨라고 부르지 마시구요. 트인 여자니 뭐니 하지마세요. 걔, 요샛말로 걸레예요. 운진씨가 멋 모르고 걔한테 걸려들뻔 한 거예요... 아니, 미스타 오."
운진이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는데.
문이 열리며 진희가 앞에 들어섰다. "하이, 영진아!"
   "하이!" 영진은 눈을 딱 내리깐다.
   "하이, 운진씨!"
그런데 영진이 발딱 일어섰다. "진희야! 운진씨 하지 마!"
   "어머, 기집애. 질투하는구나?"
   "너한테 질투 안 해! 나도 아직 미스타 오 하는데, 니가 운진씨 하지 말란 말야."
병선이 봉지를 끌어안고 들어서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잘 하면 육두문자 나오겠다."
   "못 할 건 없죠." 영진이 넓은 방 중앙에 놓인 소파의 가운데에 앉았다.
그런데 진희가 쪼르르 가서는 한 옆에 털썩 앉았다. "니가 그러면 내가 못 앉니?"
영진이 피하듯 옆으로 움직였다.
   "흐흐흐! 기집애! 나랑 같이 안 앉는다 이거지? 누가 지 처녀 아니랠까 봐." 진희가 도로 일어섰다.
영진이 얼굴이 빨개지며 진희의 등을 노려봤다.
병선이 눈썹을 꿈툴거려서 사촌형에게 뭘 신호하려는데.
운진이 애써 무시한다. 그는 병선의 노는 꼬라지가 눈에 거슬린다.
   이 새끼가 성 성 하면서 내 뒷통수를 쳐?
영진이 입술을 달짝달짝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
   "웃기지 마, 너. 나도 맘만 먹으면 막 갈 수 있으니까? 다만, 현재, 나나 운진씨는 서로를 관망하는 중이라서, 참는 거니까."
운진은 못 들은 사람처럼 있는데.
병선이 으히히히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한쪽으로 달아났다.
진희가 웃음을 참으려다가 콧물이 터졌다.

   운진은 영진을 화원 앞뜰에서 잠깐 얘기하고 보냈다.
그리고 그가 안으로 들어가니 병선과 진희가 서로 붙어 있다가 후닥닥 떨어졌다.
   "뭐 하는 거냐?" 운진의 음성이 좀 거칠었다.
   "엉, 성, 뭐?"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병선과 진희의 말이 동시에 나왔다.
   "둘이 해 볼 거면 내 눈 앞에서 꺼져!"
운진의 그 말에 진희는 그를 빤히 보는데 병선이 후닥닥 일어나 나갔다.
   "미스타 오, 왜 그래?"
   "쟤랑 어울릴거면 내 앞에 보이지 말라고." 
   운진은 그리고 문께를 봤다. "쟤 밖에서 기다리나 본데." 
   "영진이가 나에 대해서 뭐라 그랬지."
   "그런 거 없고. 댁이 지금 나한테 보여주고 있잖소."
   "난... 미스타 전이 미스타 오한테 데려다 주고 말 붙여준다길래 따라 온 거야."
   "그럼, 저 자식 미쓰 킴 뒤 쫓는 건가 보네?"
   "나 운진씨 좋아하는데."
   "태도 똑바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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