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 남편에게 킴벌리가 어떻게 하고 갔다는 말을 하지않았다.
어차피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게다가 아비란 자가 시킨 것도 아니고, 아이가 본성이 나와서 그런 것을 새삼스레 거론해 봐야 대답을 요구하는 바도 아닌 마당에...
단지 아이들이 엄마의 망가져 가는 병색을 보지 않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가졌다.
조가란 자는 냉장고를 뒤져서 아무 것이나 먹으면 치울 줄을 모르는 자이다. 여기저기 쓰레기들을 흘리고 다니질 않나.
그리고 기회만 닿으면 뭘 그리 뒤지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자가 드나드는 것을 영란이 단호하게 물리치지 않는 것이다.
그녀가 의사에게 연락을 취해서 방사선 치료를 받겠다고 했을 때, 일종의 의아해 하는 반응을 받았다.
"바깥 양반하고 의논이 되셨나 보군요?"
"네... 그런 셈이죠."
"역시..."
의사의 좀 껄끄러워 하는 말이었다.
그 의사는 운전하고 와 준 조가를 남편으로 아는 모양이었다. 조가에게서 풍기는 싼티 내지는 불량끼를 보고 역시 그렇구만 하는 분위기였다.
"네?"
영란은 닥터의 역시라는 빈정거림이 이상했다. "역시라뇨?"
"아닙니다. 그럼, 스케쥴을 받으세요."
"저는 처음이라... 아픈가요?"
"아뇨. 느낌만 있지 통증이나 아무런 감각은 없을 겁니다."
"네..."
"그 바깥 양반하고, 같이 오실 거죠?" 닥터가 그 라는 표현에 강조를 넣었다.
영란은 여전히 감을 못잡았다. "아뇨! 그 이는... 바빠요."
"일하세요?"
"네! 그럼요!" 영란은 언뜻 남편이 가게에 매달려서 비쁜 것을 뜻했다.
"무슨... 일하는 것 같지 않던데."
의사가 얼굴에 빈정끼를 띄우며 몇 자 쓰던 종이를 밀었다.
영호는 운진의 가게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의 딸을 몇차례 찝쩍거리다가 툇짜를 맞았다. 그 가게가 집의 가게이고 곧 물려 받을 것이라는 거짓말이 탄로난 것이었다.
아주머니가 운진에게 그 가게가 영호의 것이냐고 물었고 운진은 아니라고 밝히며 따님더러 그런 놈 당장 그만 만나라 하라고 했다.
"걔도 낼모레면 마흔... 하나죠. 머릿속은 아직도 열살짜리 보이예요. 아무 희망도 없고 미래도 없고 왜 사는지 이유를 자신도 모르는 놈팽이예요."
운진은 제 얼굴에 침 뱉기일 망정 사실대로 말했다. "이제 저 이혼이 결말지어지면 걔네는..."
지금은 다른 여자와 딴 살림 차린 장인은 자식 농사에서 빵점이었다.
큰딸은 한국에서 아주 이른 나이에 남자를 알았다.
그녀는 미국에 들어와서는 처음부터 집 술가게에서 하루 종일 캐쉬어 일을 했다. 돈은 많이 만져봤어도 개념없는 풍요로움에 몸매를 칭찬하는 뭇남자들에게 쉽게 넘어갔다.
그 집 외동아들은 일을 해 본 적 없는 놈팽이.
작은딸은 그래도 미국 교육을 맛 보았는데 역시 집 술가게 일로 청춘을 보냈다.
집에 아무리 돈 많고 잘 살면 뭐 하나...
운진은 얼토당토않게 일하는 아주머니의 그 딸의 추파를 받았다.
억지로 구기면 딸 나이로 간주할 수 있는 스물일곱살의 처녀가 영화를 보여달라고 접근한 것이다.
"나는 원래 영화 같은 것에 취미가 없어서..."
운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으로는 그 처녀의 몸을 샅샅히 쑤셨다. '너도 돈만 쫓아다니는 개념없는 여자냐? 아서라!'
그 아주머니의 딸은 무안해서 돌아갔다.
돈 좀 있겠다. 오십을 채웠어도 아직 인물 좋겠다.
그런 남자가 이혼해서 독신이다.
고생 싫어하는 여자라면 한번 덤벼볼 만한 상대였다.
미친!
운진은 자신을 섞어서 세상 사람들을 미친 자들로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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