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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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7. 05:45

   숙희는 동생에게 늘 미안하다. 
언니이면서 동생으로 하여금 엄마를 보살피게 하고 있는게 늘 걸린다. 
엄마이기나 하면...
따로 사는 모친은 그 짜증스런 성격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공희를 오가게 한다고. 한밤중에도 불려갈 때가 있는데 동생의 신랑 차서방도 참 무던한 사람인지 운전 못하는 아내를 군말 없이 태워다 주고 태워 오고 장모가 부르면 지체없이 달려간다고. 
그러면서도 부부의 우의가 보통 돈독하지가 않다고.
   자매는 마치 싸운 사람들처럼 암말않고 앉아서 무릎들만 내려다 봤다.  
   “니 신랑이랑 왔니?” 숙희는 뻔한 걸 인사치레로 물었다. 
   “그러엄, 당연하지이. 언니두 차암.” 공희가 반가히 대꾸했다.  
   “같이 들어오지 않구?”
   “처형 혼자 사는 집이니까, 들어오기가 좀 뭐한가 봐. 안 들어오겠대.”
   “요즘 남자치고 숙기가 없나 보네? 안 지가 얼만데.”
   “그이가 좀 그렇잖아.”
   “애들은. 이젠 안 싸워?”
   “쫌 들해. 큰애가 11학년 올라가더니 갑자기 달라졌어, 언니.”
   “큰 애가 벌써 11학년이구나. 그러네.”
   “그러엄. 막내가 2학년인데.”
   “그러네… 세월 참 빠르다.”
자매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자신들의 무릎들을 다시 내려다 봤다. 
그러다가 숙희는 슬며시 동생의 다리를 건네다 봤다. 
공희는 한쪽 다리가 즉 허벅지가 다른 쪽에 비해 1인치 정도 짧다. 

   공희는 원래 잘 뛰는 튼튼한 다리를 가졌었는데, 여기서 고등학교 때 운전을 배우다가 가로수를 들이받고 다리를 다쳤다. 그 때 허벅지 뼈가 부러져서 스텐레스 파이프를 넣고 뼈수술을 했다. 
수술 후 통증이 오면 바로 병원에를 갔었어야 했는데 미련한 모친이 진통제만 주었다. 그러다가 진통제도 더 이상 안 들어 그제서야 병원에 가 보니 수술한 뼈에 염증이 생겼다. 그래서 헐어진 뼈부분을 잘라내었더니 1인치 정도가 짧다. 그 짧아진 쪽이 오른다리인데 힘을 못 쓴다. 
그래서 공희는 여태 운전을 못 한다...

   숙희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 맞은 편의 공희 옆으로 가서 앉았다. 
동생에게서는 찌든 살림 냄새가 났다. 
동생은 그 몸으로 아이를 넷이나 낳았고 제부는 두 일을 밤낮으로 뛰어도 살림은 밑 빠진 독에 물붇기다. 
그래서 혹간씩 동생은 모친 핑게를 대고 언니를 찾아온다. 
숙희는 동생을 가만히 끌어다가 안았다.          
공희가 처음엔 주저하고 조금 버티는듯 하더니 “왜 그래, 언니이?”하며, 안겨 주었다. 
숙희는 동생의 머리에서 며칠 안 감은 냄새를 맡았다. 
그래도 그 냄새가 좋아 바짝 끌어 안았다. 
살림하는 여자에게서 나는 땀내음. 
그리고 쿠릿한 음식내음. 
아이들은 그래도 그런 엄마의 냄새를 좋아한다. 
숙희는 평생 못맡아본 엄마라는 냄새를 동생에게서 맡는다. 
엄마는 미워도 동생은 늘 가엽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너한테 늘 미안해."
   “언니.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 
동생은 눈치가 참 빠른가 보다. 언니의 행동이 이상한걸 눈치채고 그렇게 묻는 것이었다.
숙희는 공희가 몸을 떼려는데 못움직이게 했다. "왜 그렇게 묻니? 너 점쟁이야?"
   "언니가 오늘은 좀 이상해서."
   "그 정도니? 내가 그렇게 단순한가?"
   "언니는... 꾸밈이 없잖아. 늘 정직하고..."
   "그 말은 너한테 정직하게 고백하란 말 같구나?"
   "아무리!"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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