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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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7. 05:46

   숙희는 동생을 포옹에서 풀어주었다. 
   “사실은 운진씨 소식, 들었어. 어저께...”
   “뭐어? 어떻게!”
   “그 사람의 조카 설이 기억나?”
   “그러엄! 운서 언니 딸이잖아.”
   “걔가 우리 은행에 취직했어. 그래서 알았어.”
   “희한하네! 걔가 또 왜 언니 회사에 취직을 해?”
   “누가 아니. 그래서 세상을 좁다고들 하나 보지.”
   “그러네에. 차암. 희한해, 응?” 
그러면서 동생은 구체적으로 안 묻는다. 물었다가 행여 언니의 마음이 상할까 봐 배려를 해서이다. 
숙희는 그런 느낌을 전달받고 오늘은 마음속의 말을 해버렸다. 
   “우린 바뀌었어. 니가 언닐 했어야 되는 건데, 이거 크게 잘못됐어.”
   “허엉? 그게 또 무슨 소리야, 언니?”
   “니가 더 언니 같다구! 내가 동생같이 굴구.”
   “에이이. 난 또 무슨 소리라구. 치이. 언니가 언니지. 난 동생이구우.”
순간 숙희는 어쩌면 애들도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서 그녀는 얼른 일어나서 방으로 갔다. 
   잠시 후 숙희는 돈이 든 봉투를 들고 나왔다.
공희가 언니의 손에 들린 봉투를 보고 다리를 절룩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애들 생각을 깜빡 안 했구나! 비도 오는데.” 숙희는 동생에게 봉투를 건넸다.
   “아마 차에서 잘 거야, 들.”
   “내가 깜빡했어.”
   “언니 혼자 힘들게 버는 돈인데 번번히 미안해. 이러면 안 되는걸 알면서도 어디 말할 데도 없구.”
   “괜히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지 말어. 도움도 못받으면서 흉만 잽혀.”
공희가 두손으로 돈을 쥐고 고개를 공손히 끄떡인다. 
   “얼른 가라. 애들 차 안에서 춥겠다. 곧 학교들 가는데, 정아 옷두 사 입혀야지. 니가 잘 알아서 써.” 
숙희는 금액을 말 안 했다. 
동생이 돌아서서 절룩거리며 걷는데 숙희는 괜히 슬프고 속이 상했다. 그녀는 동생을 볼 때마다 무지하고 독했던 모친이 한없이 미워지고 미워지는 만큼 동생에게 애착이 간다. 
   동생네의 셋째가 딸이다. 
숙희는 그 애를 양녀 삼아 키웠으면 하는데 동생이 그 셋째만큼은 절대로 양보 못한다고 잡아뗀다. 
공희는 아들 셋에 딸 하나, 즉 아들, 아들, 딸 그리고 또 아들인데 아이들이 다 하나 같이 잘 생기고 특히 여자애는 인형 같다. 
숙희는 어쩌다 볼 때마다 그 여자애한테 선물도 사 주고 돈도 준다. 그 애의 환심을 사려는 게 아니고 정말 갖고 싶어서 아끼는 이모의 눈초리를 모두가 안다. 
조카애도 이모를 보면 까무러치게 좋아한다.
그 아이의 고급 고급으로 노는 옷들은 모두 숙희가 사 준 것들이다. 
계절 따라 그리고 조카의 성장에 따라 숙희가 도맡아 사 댄다. 
그래서 동생에게 돈을 주면서 '정아 옷 사 주라' 는 말부터 했다. 
숙희는 원래 다른 말을 하려다가 그 말로 바꿨다. 
   ‘엄마한테 돈 받았다는 말은 하지 마라 할 걸...’  
그러나 어차피 엄마란 이한테 얼마가 갈게 뻔한데 말해봤자였을 것이다. 
   '이번엔 조금 더 넣았으니 알아서들 나눠 쓰겠지...'
그녀는 동생의 불규칙한 발걸음이 코너를 돌아가도록 문을 열고 서 있다가 발소리가 사라진 다음 문을 닫고 들어와 베란다쪽으로 가서 밖을 내다봤다. 
   밖은 다행히 그 새 비가 그쳤다.
몇분쯤 지나서 어떤 차의 헤드라잇이 켜 지는게 보였다. 
이 시간에 이 칸도 동네에 움직이는 차는 없다. 
아마도 동생의 신랑이 모는 차일테다.
그 차는 후진을 해서는 한참을 그냥 있는 것이었다.
숙희는 유리로 더 다가갔다. 
   왜 그러지? 차에 이상이 생겼나?
그러나 그 차는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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