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 그녀가 운진의 코 앞에서 몸을 뒤집어 물 속으로 들어가며 물에 젖은 수영복을 비쳤다.
물에 젖어 착 달라붙은 수영 팬티는 여인의 하체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운진은 허둥지둥 물에서 나왔다. 마치 못 볼 걸 본 양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냐, 아닐 거야. 내가 잘못 본 거야. 설마아! 아냐, 아냐!’
운진은 그녀의 음모가 물에 젖은 수영복에 비쳤다고 믿지 않았다.
여자의 성기 모양이 젖은 수영복에 그대로 나타났다고 믿기 싫었다.
그 날 운진은 노래자랑에도 참여않고 추운데도 뒷뜰 벤치에 나가 앉아서 영란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성렬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여러번 지켜 봤다...
운진은 생일 파티에 갔었던 일로 숙희와 마음에서 서먹해졌다. 이유는 숙희와 좀체 가까워지지 않는 거리감에서였고, 영란과는 비록 잠깐 대화를 나누었지만 서로의 의중을 충분히 떠볼 수 있었다. 아니.
영란의 입에서 거의 직설적으로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가 나왔다.
숙희는 은행장에게서 신년 초까지의 휴가를 받아냈다.
크리스마스 때까지 하라는 대로 강행군한 탓에 몸이 많이 다운 되었다고 하니 그 배불뚝이 욕심장이가 돈까지 주며 잘 쉬고 오란 말까지 했다.
그녀는 집에서 계모가 해주는 대로 먹고 쉬고 하면서 몸을 추스렸다. 그리고 그녀는 교회를 갔다가 정작 오운진은 못 만나고 황성렬을 만났다.
황성렬이 최영란의 생일 파티 때 오운진이가 보여준 행동을 고스란히 폭로했다.
운진은 숙희의 따지는 진의를 얼른 못 알아차리고 횡설수설 변명하다가 그 날 늦게까지 남아 영란과 벤치에서 이런저런 얘기 나눈 것까지 추궁당했다.
그 때 팩 하고 돌아선 숙희는 그 다음부터 교회도 안 나오기 시작했다.
운진이 한 일은 그녀의 집 앞 골목에 차를 대고 기다린 것 밖에 없었다. 며칠을 기다린 보람이 있어 어느 날 그녀의 혼다 차가 큰 길에서 꺾어져 들어오는걸 거울로 보고 차에서 내려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차는 멈추지않고 지나치려 했다.
‘어, 뭐야아. 진짜 삐졌나?’
지나가는 차를 들여다 보니 운전석에 숙희가 있는데, 옆자리에 어떤 나이 든 여자가 있었고 손을 흔들다 멎은 운진을 몹시 못 마땅한 눈초리로 흘겨봤다.
숙희는 앞만 보고 갔다.
차의 뒷모습을 보니 그 아줌마가 숙희를 보고 뭐라 하는것 같았고 숙희는 뒷거울을 흘낏 보는 것 같았다.
운진은 그 자리에 한참 서 있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숙희가 밖의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했다. 그리고는 운진에게 마구 퍼부었다.
운진은 변명할 새도 없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통화가 끊겼다.
그녀의 말은 한마디로 길에서나 기다리는 소심한 남자하고는 더 이상 교제를 않겠다는 통고였다.
‘그럼, 집으로 갔었어야 했나?’
운진은 창피를 무릅쓰고 김한테 전화로 자초지종을 말하고 조언을 구했다.
“내가 아는 미쓰 한은 성격이 직선적이요. 한번 한다면 끝까지 하고, 안 한다 하면 칼이 목에 들어와도 안 하지요. 운동도 여자로서는 하기 힘든 벽돌 격파까지도 마스타한 여장부요. 그러니 오형 생각에 미쓰 한한테 크게 잘못한 게 있는 것 같으면, 그라고 헤여지기 싫으면, 내 생각인디, 집으로 찾아가서 용서를 구하시요. 남으 여자 생일 파티에 가서 같이 놀았다는건, 그건 큰 실수지라. 미쓰 한이 좋게 보겠소? 안 간다 했다가 나중에 가서 늦게까지 노닥거렸다 하면 그건 맞을 짓을 한 거지. 그 미쓰 한이 진정으로 맘 변하기 전에 얼른 가서 매 맞으시요.”
“김형도 가자 했잖아요.”
“내는 자네가 미쓰 한으 허락을 받은 줄 알았제.”
"..."
"그렇게 하소. 미쓰 한이 참말로 맴 돌려 먹기 전에 얼릉 싸게 찾아가서 비시요."
"빌라구요?"
"아따. 딴 여자랑 노닥거렸는데, 그냥 넘어갈 것 같소? 이렇게 미루다가 만일 미쓰 한이 화풀이로, 머시냐, 청년회 회장 놈하고 나간다고 하면 오형은 황이잖소?"
"그게... 사과해야 할 정도의 실수였나요?"
운진은 은근히 짜증이 나려 했다. 가만! 최장로님네 파티에 가자 한 게...
운진은 비로소 김흥섭이란 자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가만 보니 이 자식이 날 갖고 장난하나 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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