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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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31. 03:09

   황성렬의 질투는 거의 주먹 다짐도 불사할 정도로 지나치게 노골적이었다. 
운진은 그가 그럴수록 어이가 없어 뒤로 빠졌다. ‘저 자식이 내가 만나는 여자마다!’
그는 운진이 숙희와 어울렸을 때는 숙희를 어찌 해보려고 애쓰더니 이제는 영란을 어찌 해보려는 지 기회만 닿으면 방해공작을 하는 것이었다. 실상 이 때쯤 운진은 영란과 어떤 진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한국여성 평균신장에 몸매가 두드러지게 육감적이란 인상만 간직한 정도였다.
성렬의 본색은 최 장로네 집에서의 두번째 초대 때 나타났다...
   어느 일요일날 최 장로는 큰딸 영란의 생일잔치를 또 집 풀장에서 벌였다. 다 큰 여자의 생일을 차린다는 우스꽝스러움은 그 집에 새로 설치된 실내 풀장을 자랑하고픈 속셈도 있었을 터였다.
교회에 구두 광고가 미리 돌았고 청년회에 들어있지 않아도 와서 축하해 줄 사람은 어느 누구나 환영이라고 했다. 단 알콜 음료가 제공될 예정이므로 성인에 한해서라는 주석이 달렸다. 
그 집의 아들은 따로 친구들을 불렀고, 작은딸 영아도 역시 제 친구들을 따로 초대했다.
어쨌거나 성가대에 있는 청년회 회원은 초대에 우선 순위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운진 청년이 반드시 오려니 했던 최 장로의 속셈이었다. 
   운진은 숙희씨도 없는데 어떤 여자의 생일 파티에 갈까말까 망설였다. 그러다가 예배 후 김사범의 권유로 운진은 그러면 숙녀를 위한 생일에 뭘 사느냐고 의논을 했다. 
성렬이 운진을 보고, “미스타 오는 행여 먼저처럼 술 먹고 난동 피우려면 빠지지 그래?” 했다.
   ‘미스터 오는 빠져? 개새끼네?’ 운진은 불쾌한 내색을 했다. 
그래서 그는 김사범이 그냥 무시하고 파티에 가자는 걸 사양하고 집으로 가 버렸다. 
어차피 말주변도 없으면서 청년회 회장이라는 명함으로 의례히 황성렬이 사회를 볼 것이고, 그러면 그 자가 여러 사람 앞에서 운진을 또 괴롭힐 것이다. 
뽜브 어쩌고 하면서.
노래 부르라 해서 악을 쓰고 불렀더니 누군 왕년에 어쩌고 하면서 핀찬이나 하면서.
   ‘너 혼자 다 해 먹어라, 이 자식아! 자식이, 십할, 생긴 대로 놀고 있네!’ 
운진은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고 교회에서 집으로 간 것이었다.
   운진이 집으로 돌아와서 이른 저녁식사까지 끝냈는데, 최 장로에게서 찾는 전화가 왔다. “어, 미스타 오! 자네 어떻게 된 거야, 이사람아! 왜 집에 가 있나?”
   “예? 아, 녜에. 그냥 집으로 왔는데요.”
   “뭐라구? 청년회 성가대 멤버는 의무적으로 와야 하는데 무슨 소리야, 아, 얼른 와!”
   “저 집에서 저녁까지 이미 먹었는데요?”
   “저녁을 먹다니! 아, 이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단체에 대한 예의가 없구만. 오라구! 와, 지금 당장! 응? 우리 지금 안 먹구 기다린단 말야. 지금 바로 와, 알았나?”
   “어, 녜녜!”
그래서 운진이 최 장로 댁으로 가니 성렬이 또 나무랐다. 
아예 집앞 차도에서부터 그에 의해 가로 막혔다. “아니, 무슨 사람이 예의도 없나! 뭐 그리 귀하신 몸이라고 이렇게 많은 분들을 기다리게 하고 말야, 응? 아니, 아닌 말로 그렇게 하면 좀 튀어 보이나?” 
성렬의 그 말을 김사범이 대신 받았다. “말을 참 싸가지 있게 하고 있네, 잉! 씨발말여. 못 오게 한 놈이 누군디 시방 누가 누굴 뭐라 한다냐?”
   “지금 뭐라 그랬어!”
   “얼라? 시방 니가 반말을 하냐? 야 이새꺄, 너 몇살 처먹었냐?”
   “어이구, 이것들이 지금!”  
남의 생일 초대집 앞에서 자칫하다가는 싸움이 벌어질 판국이었다.
운진은 장로께서 직접 전화로 오라고 했지만 괜히 왔다는 후회가 들었다.
   “니가 칠래? 쳐! 치란게? 쳐봐라, 이 잡놈아! 아, 나 오늘 또 씨발 스타일 구기누만?” 
그 쯤에서 운진은 김을 말렸다. “그만 참으시죠, 김형. 전 괜찮습니다.”
   “내가 시방 우리 오형이 참으라 해서 참는디, 조심해라이? 니 그러다 다친다.” 
성렬이 반은 어처구니가 없고 반은 화가 치미는데 운진이 조용히 타일렀다. “황형도 상대방을 잘 파악하고 행동하쇼. 오늘 운 좋은 줄 알고.”
   “어, 이것들이 증말. 나 회장 안 해!”
   “여기 계신 김형한테 그렇게 하다가 끝내 다친다구!” 
운진은 고함을 질렀다. 그는 숙희와 김형이란 자의 무술에 대해 조금 들은 바 겁이 났던 것이다. 둘이 교관과 학생 신분으로 태권도라는 것을 전국대회에 나갈 정도로 열심히 훈련했다는 것을 들었으므로.
   하지만 운진은 사실 숙희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김사범이란 이가 그녀에게 어떻게 했는 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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