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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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31. 03:12

   운진은 밤새 고민했다. 
명색이 남잔데 그깟일로 여자한테 용서를 구해야 하고.
그 여자는 운동 좀 한 여자라고 남자건 누구건 마구 때리고. 
그 생일 파티에 안 갈려고 집으로 왔는데, 장로분이 직접 전화를 해서 오라고 하는데 어떻게 계속 거절을 하냔 말이다. 문제는 그 집 딸과 얘기 좀 한 게 거슬렸나 본데...
일단 숙희의 입에서 교제를 않겠다는 말이 나온 이상 운진도 좋다! 하고, 뱃장으로 버텼다. 여자가 교제를 끊자는데 사정하고 매달릴 바보같은 자식이 어디 있겠나?
그러나 황성렬이 마음에 걸렸다. ‘그럼 숙희씨도 홧김에? 안 돼!’
기회만 있으면 놀리고 틈을 벌리려 하는 자인데, 만일 오운진이가 한숙희와 벌어졌다는 걸 알면 기회다 하고 덤빌 것이다. 김형의 말마따나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데, 내가 장로님 딸하고 얘기한 걸 이번엔 어떻게 알았지?'
역시 김흥섭이야?
   운진은 숙희 그녀의 집으로 갔다. 
그는 그녀의 혼다 차가 집 앞에 서 있는 걸 확인하고 그 집 계단을 올라가 현관문 옆의 벨을 눌렀다. 심장이 빨라지고 다리가 후둘거리지만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누가 나올까? 그 인상 안 좋은 엄마란 사람이 나오면 낭팬데…’
그런데 나이드신 아주머니가 문을 열었다. 운진은 입에 침이 말랐다.
   “네에, 한국분이시네?” 하는 그 아주머니의 음성은 교양있는 척 몹시도 거만스러웠다.  
운진은 인사부터 꾸뻑했다. “안녕하십니까?”
   “네에. 어떻게 오셨죠? 뭘 파는 분이세요? 그렇다면 우린 안 사겠어요. 그러니 딴 데 가보세요.” 하고, 그 아주머니가 문을 닫으려고 했다.
   “저, 잠깐만, 저, 여기 숙희씨 좀 만나려고 왔는데요!” 
   운진은 행여 안에까지 들리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지금 집에 있습니까?"
   “우리 숙희를? 댁은 누구세요?”
   “같은 교회, 서, 서, 성가대에 있는 사람인데요!”
   “성가대요?”
   “네, 연락할 일이 있어서, 좀.”
   “연락은 전화로 하면 되지, 이렇게 집으로까지 와서 전해... 전할 말이 뭐죠? 나한테 말하세요. 우리 숙희는 지금 바빠요.”
그런데 숙희의 음성이 뒤에서 났다. “고모. 내가 잠깐.”
   “너, 이 이 아는 사람이니?”
   “응. 성가대에서 베이스 맡고 있어, 고모.”
그 아주머니가 비켜주고 숙희가 나왔다.
운진은 마치 도망치듯 먼저 길로 내뺐다. 
   “왜 오셨어요?” 
   숙희가 차게 말했다. “교제를 끊자고 했잖아요?”
   “아는데요. 전 말이죠, 내 말도 좀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아... 해서요.”
   “얘긴 다 들었잖아요! 운진씨가 얘길 한 본인이잖아요?”
   “그럼 말이죠. 뭐, 숙희씬 한다면 하는 사람, 분이니깐, 나도 더 이상 변명은 안 해요.”
   “근데요?’
운진은 이번엔 숙희의 모친 같은 이가 문을 조금 열고 내다보는걸 알아차리고 설마 자기 모친이 보는데서 남을, 남자를, 운동 좀 했다고 김형의 말대로 때리는 그런 일은 않겠지 하고, 안심을 했다.
   “부탁이 있어서 왔읍니다!”
   “이보세요, 운진씨! 다 끝난 마당에 무슨 부탁을 해요? 만일 다시 만나자느니 어쩌자느니 그런 부탁이라면 아예 말도 꺼내지 말고 돌아가세요.”
   “알아요. 나도 남잔데, 여자쪽에서 먼저 교제 끊자고 하는데 째째하게 다시 해 보자느니 그런 치사한 변명은 안 해요! 안 합니다! 사람 그런 취급하지 마세요.”
   “뭐죠, 그럼?”
   “저하고 더 이상이 아니며는 아니지만, 그러나 황성렬이 하고는 만나지 마세요.”
   “예에?” 
   숙희가 어처구니 없다는듯 고함을 질렀다. "먼저 교회에서 버지니아 놀러갈 때도 미스터 정을 뭐라고 하면서 만나지 말라더니 이번엔 미스터 황을..."
   "아니면, 그 김중윕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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