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가 웬지 달라진 것도 같고 살에 닿는 침대 감촉이 깔깔했다.
팬티를 찾아 입고 나서 누우니 등에 닿는 천으로의 시트가 없다.
‘엉? 이 사람이 빨려고 뜯었었나? 아깐 매트리스 카바가 있었는 거 같은데? 이상하네...’
운진은 꿈에서의 몽정도 참 희한하게 했다고, 머리를 연신 저었다. 이상하고 께림직한 상상을 빨리 지우고 잠이나 자려고...
영란은 이튿날 아침 일찍 돌아왔다. 그녀는 잠을 전혀 못 잤는 지 눈이 쾡했다.
그녀는 다짜꼬짜 목욕실로 직행했다.
운진은 처제를 똑바로 못 보고 부엌을 지나쳤다.
영아도 눈을 내리 깔은 채로 아이들의 시중을 들 뿐이었다.
아이들이 오늘 따라 조용한 게 이상했지만, 운진은 지난 밤의 처제의 말마따나 아빠와 익숙지 않아서 그러나 보다 내색않고 쿨러에서 물 한잔을 받아 마셨다.
“키미, 가자?” 영아가 아이들을 재촉하는데 작은애가 아빠와 이모를 자꾸 쳐다봤다.
운진의 자격지심인지 영아도 이상하게 조심을 하는 기색이다.
운진은 아내가 샤워를 끝내고 내려오면 침대 시트를 치우기만 하고 새 걸로 가는 걸 잊었나 물어보려고 기다리다가 물 소리가 계속 들리는 바람에 그냥 가게로 출근했다.
그는 운전하는 차 안에서 내내 지난 밤 자신이 왜 벗고 있었는지 그 수수께끼를 풀려고 생각했다.
술기운과 함께 잠자리에 드는 게 한두번이 아닌데. 그리고 술 기운 아니면 잠을 못 드는데. 여름에 정 더우면 팬티 바람으로 잘 망정 홀랑 벗고 자지는 않는다.
‘혹시 잠결에 자위를 했나? 벗고?’
그런데 나중에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며 만져진 성기는 마치 실제로 성행위를 한 뒤처럼 겉이 미끌거리고 끈적거렸었다. 그놈은는 질 분비를 만난 것 같았었다.
'뭐야아... 꿈이 아냐? 진짜 처제와?'
그가 가게에서 조금 바빠진 통에 지난 밤 일을 잠깐 잊고 바삐 돌아 가는데, 점심 때가 조금 지났을 때 영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가 다짜고자로 물어왔다. “당신 침대 시트 어디 갔어요?”
“그렇지 않아도 나도 당신한테 물어보려고 그랬어. 당신이 빨려고 치웠어?”
“내가 그럴 새가 어딨었어, 어저께. 나, 치, 친정에 갔었는데.”
“그러면 누가 치웠나. 난 당신이 걷기만 했나 했지?”
“이상하네. 내가 그랬나? 아닌데... 알았어요, 하여튼.”
운진은 전화를 끊고 나니 생각나는 게 있다.
아내는 빨래를 안 한다. 빨래는 처제가 한다. 시집도 안 간 처제가 형부의 속옷까지도 빤다.
‘오, 차암! 처제한테 물어보면 될 껄, 사람도 차암. 정신머리하고는!’
이번엔 운진이 집으로 전화를 했다.
영란이 받았다. "왜, 또..."
“무슨 얘기야, 그러니까. 노트 페이도 밀렸으면서 그 자가 건물을 산다는 얘기가 무슨 말이야?”
“누가 그래. 영아가 그래요?”
“어제 그러더라구. 어쨌든 안 팔아, 알았지?”
“내가 알아서 할께. 자기는 가게나 열심히 봐요.”
“노트 페이는 몇달째 밀린 거야?”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자긴 신경쓰지 마.”
운진은 전화 통화를 마치고 이상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가게를 팔았을 때 노트 페이가 그 달에서 하루만 늦어도 전화로 호통치던 아내인데.
만일 처제의 말이 맞다면, 몇달씩 밀린 노트 페이를 신경쓰지 말라니 이해가 안 갔다.
이런저런 시시콜콜 다 묻고 따지고 죄다 말하는 아내가 이번에는 왜 숨기려는 지.
혹시 처제 말마따나 이번에 처갓집이 깊이 연루되어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 밤에 처제가 무슨 암시를 하려했던 것도 같아 여러 모로 의심이 가는데 어디다 딱히 물어볼 데가 없다.
만만한 게 처제인데, 게는 가재편이라고 언니 편을 들어 말을 안 해 줄 것도 같았다.
운진은 생각이 언뜻 다른 가게를 산 조가와 형록이 어쩌면 아는 사이였던가 하는 데까지 미쳤다.
"형님! 나 뒤에 가요! 농땡이 좀 그만 부리고 앞에 손님 좀 받지?"
형록의 그 말에 운진은 정신을 번쩍 차리고 앞을 내다봤다. "오, 그래!"
"바람을 폈나, 정신이 달아난 냥반 같애!"
"뭐? 야, 넌, 말을..." 운진은 입안에 침이 말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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