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pt.1 8-5x075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 00:31

   운진은 이 날 가게를 마치고 집으로 가니 영아가 없다.
   “처젠 어디 갔나 부지?” 운진은 소식통이 안 보이는 게 의아스러워 아내에게 물었다.
영란이 부엌에서 내다보지도 않고 짧게 대답했다. “응.”
   "어디... 갔는데?"
   "집."
   "집?"
   "응! 집!"
딸 둘이 아빠를 보고는 마치 눈치를 보듯 부지런히 이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집엔 왜 갑자기? 처제 그만 둘 거면, 가게에 사람 구할 때까지는 필요한데?”
   “걔... 인제 여기 안 있을 거야. 그렇게 알어요, 자기.”
   “엉? 형록이가 며칠 빼달라고 했는데. 형네 갖다 온다구.”
   “내가 나갈께.” 
   영란이 얼굴은 안 보여주고 계속 부엌에서 대답만 했다. "내가 나갈 거야, 자기!"
   “당신이 나오면 애들은 어떻게 하고?”
   “응, 영호가 와 있을 거야. 영호가 애들 심부름하고, 내가 용돈 주기로 했어. 자기가 영호 가게에 나오는 게 싫어하는 것 같으니까 내가 나가고.”
운진은 아내의 달라진 말투도 이상하고 그토록 싫어하는 줄을 알고 집에도 못 오게 하는 처남을 갑자기 불러온다는 일이 수상했다. 저 여자도 그 자식이 집안 뒤지는 게 싫어서 못 오게 하면서.
   ‘혹시 어제 그게 꿈이 아니었나? 그럴 리가...’
   
   운진은 아랫방의 침대 시트가 전혀 새 것으로 갈아진 것을 보고 의아해 했다. 
그가 이층으로 올라가니 영란이 도로 내려가라고 했다. 
   “나 애들 일찍 깨워야하니까, 자기 자는데 방해 안 되게 오늘부터 다시 밑에서 자.”
운진은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가면서도 일단 아랫방으로 갔다. 
저 여자가 언제부터 아침에 애들을 깨우다가 남편이 잠을 설칠까 봐 선심을 쓴단 말인가. 
아니면, 남편이 마누라를 방해할까 봐 그런단 말인가. 
다시 올라와 자랄 땐 언제고...
운진은 아랫방으로 내려가서는 냉장고에서 병맥주를 하나 꺼냈다. 그는 아랫방 책상 앞에 앉아 맥주를 기울이며 지난 밤에 꾼 꿈을 곰곰히 되새겨봤다. 
꿈치고는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꿈에 신나게 섹스를 한 백인 여자는 영화에서 본 듯 얼굴이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실제 성기에 느낀 감촉은 아직도 감이 안 잡혔다. 암만 생각해도 틀림없이 성기는 꼭 끼는 여자 안에 들어갔다.
마치 스웨터 같은 것을 처음 입어볼 때 머리를 한참 용써야 목을 통과하는 것처럼...
   ‘그나저나 내가 왜 발가벗고 있었을까...’
그는 정 더우면 팬티 바람으로는 잘 망정 완전히 벗고 자 본적이 없다. 그리고 성기는 마치 여자의 안을 실제로 들어갔다가 나온 것처럼 분비물이 묻어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이 날 샤워를 하면서 성기는 물기가 묻자 여자와 한 후의 그 특이한 미끌거림을 가졌다. 
   ‘내가 처제랑 했나... 그건 말이 안 되지!’
그가 맥주를 금새 비우고 한병만 더 하자고 빈병을 들고 의자에서 일어서는데 이층에서 영란의 고함소리가 났다. 가만히 서서 귀 기울여 들어보니 누구와 통화하는지 모르지만 전화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모양이었다. ‘누구야, 또. 친정엄만가? 애들 자는데 그만하지. 아니면, 말 좀 살살하던가.’ 
운진이 빈 병을 쓰레기통에 넣고 냉장고 문을 또 여는데 영란의 고함이 들렸다. 
   “야, 이년아! 이 기집애가 뭐가 어쩌고 어째! 너 죽고 싶어? 어엉?”
말투로 보아 친정엄마는 아니고 늘 만만한 처제에게 욕을 퍼붓는 모양이라고 운진은 고개를 저었다.
가만! 처제가 집에 간 이유가?
설마 사실이고, 설마 말을 했을라고?
아니면, 이유가 뭔 지 몰라도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모양이다 하면서 운진은 냉장고에서 맥주병 하나를 꺼냈다. 
영란의 고함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말해, 이년아! 형부한테 다 말해! 그래서, 그걸로 날 위협하려고 넌 형부랑 정을 통해, 이 쌍년아!”
운진은 하마터면 손에 든 맥주병을 떨어뜨릴 뻔했다. 형부랑 정을 통해? 나랑?
   “그래, 이년아! 조가랑 잤다! 어쩔래! 그래서, 너두 형부랑 또 잘래? 자라, 이년아!”
그리고 이어 쿵탕거리는 소리가 났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1 8-7x077  (0) 2024.08.09
pt.1 8-6x076  (0) 2024.08.09
pt.1 8-4x074  (0) 2024.08.01
pt.1 8-1x071 밝혀지기 시작하는 비밀들  (0) 2024.08.01
pt.1 7-10x070  (0) 202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