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지기 시작하는 비밀들
운진은 아내와 통화를 끝낸 후, 큰애의 셀폰으로 전화를 했다.
몇시에 집에 가는지 묻고 아빠가 피자를 시켜서 간다고 말하면서 어떤 피자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큰애는 아빠가 웬 일이냐 하면서 치즈 많은 걸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운진의 짐작에 큰애는 차 안 같았다. 큰애는 외출이 잦다.
운진은 아이들이 집으로 갈 때쯤에 맞춰 형록에게 가게를 잘 닫으라고 시키고 길 건너 피자가게로 갔다.
‘아이들 때문 보다도 피자 먹으면서 처제한테 말을 걸어 형록이와 붙여보자.’
그럴 생각이었는데 일은 이상하게 돌아갔다.
어느 한쪽이 예상한 것도 아니었고, 계획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젠장맞을!
아이들은 부엌 식탁 위에 차려진 피자를 각각 종이접시에 담아 쟁반에 나눠 갖고 각기 제 방으로 갔다.
어리둥절하고 섭섭해 하는 운진을 영아가 위로했다.
“제 생각에, 애들이 형부랑 같이 먹는 게 익숙지 않은가 봐요. 저녁 때 집에 계시는 게 일요일 빼고는 거의 없으시잖아요. 애들은 저대로 먹고 숙제하면 바로 자요. 쫌 이따가 제가 가서 먹은 것만 치우면 되요.”
“그런가? 그럼, 우리끼리 먹지, 뭐.”
“언닌 아마 오늘 안 올 거예요.”
“그 사람이 아까 그러대. 처제도 아네? 무슨 일인데?”
형부와 처제는 늘 가게에서 이것저것 사다 같이 먹어 본 터라 평소처럼 체면 차리거나 서로 권하는 것 없이 각자 먹고 싶은 대로 피자를 떼어먹기 시작했다.
얼마 전 돈 입금 문제로 따귀를 때리고 맞고 한 이 후로 서먹해진 형부와 처제의 사이를 풀기도 할 겸 또 형록의 말도 붙여 볼 겸 자꾸 말을 걸었다. "언니하고, 화해했어?"
"네. 언니는 그 때뿐이잖아요."
"그렇지?"
"미안해요, 형부. 실망시켜드려서."
"에이, 뭐어. 그럴 수도..."
사실은 그럴 수도 있는 일은 아니다. 가게 돈을 살살 훔친다는 건 도둑질이다.
운진은 집에 있는 맥주를 꺼내다가 피자와 함께 마셨다.
영아도 서슴없이 맥주를 피자와 함께 마셨다.
“오늘 낮에, 형부네가 판 가게에서 언니한테 전화가 왔어요.”
“음, 그랬군.”
“지금 장사하는 가게 사람이 건물도 사겠다 하나 봐요.”
영아는 서먹했던 감정이 차차 풀어지는지 예전처럼 스스럼 없는 말투로 돌아갔다.
“첨 듣는 말인데? 언니한테 연락 온거야?”
“아뇨. 엄마가 중간에 끼었나 봐요.”
“난 안 팔거야! 언닌 판대?”
“언니도 절대 안 팔죠. 그래서... 근데, 엄마가 저쪽에다 말 실수를 했나 봐요.”
“판다고?”
“그랬나 봐요.”
“에이, 그건 안 되지! 그거 걸릴 껄? 자기 빌딩두 아닌데 판다 어쩐다 했으면?”
“그래서 언니보고 엄마가...”
“큰일났군, 또. 언니가 그냥 있겠어?”
“근데, 형부. 그 가게... 노트 페이 밀린 거 아세요?”
“엉? 근데 건물을 산대? 장난하나. 언닌 그런 말 안 하던데?”
“형부, 일 났어요.”
“그러네. 얼마나 밀렸는데? 난 전혀 몰랐잖아.”
“아니, 제가 일 났다 하는 건... 언니가 엄마한테 간다 한 건 다아…”
운진은 처제가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자꾸 돌린다고 느꼈다. 물어 볼까 말까...
운진은 설마 아내가 남편하고 의논도 없이 건물을 팔겠나 하고 그 점은 안심하며 맥주를 연거퍼 세병째 마셔댔다.
오랫만에 먹어보는 피자도 맛이 좋은 바람에 맥주를 그렇게 마셔댔다.
영아도 무슨 생각에서인지 맥주를 연거펴 마셔댔다.
마치 형부와 처제 그렇게 둘이 작정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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