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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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9. 07:42

   영아가 운진을 데리고 간 곳은 전에 판 가게였다. 
영아가 차를 세우고 헤드라이트만 껐다.
가게는 그 날의 장사를 마치고 이미 닫혔다. 운진이 영아의 손가락 끝을 따라가니 아내의 차가 어두운 곳에 마치 숨긴 듯이 주차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언니 저 안에 있어요.”
   “누구랑?” 운진은 가슴이 떨려왔다.
   “가게 주인 남자랑요.”
   “미스터 조랑? 왜, 뭐 하는데? 돈 땜에?” 
   “아뇨.”
운진은 목이 아파왔다. ‘설마아... 설마!’
   “벌써 넉달째예요.”
   “넉달째, 뭐.” 운진의 말이 떨렸다.
   “언니가 넉달째 여기를 드나들어요.”
   “…” 운진은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언니가 형부랑 각방 쓰다가 갑자기 형부를 받아들인 이유를 아세요?”
   “…”
   “언니 지금 임신이예요.”
   “…” 운진은 목으로 뭔가가 솟구치는 걸 느꼈다.
   “그래서 형부랑...”
그 때 운진은 차 밖으로 뛰쳐나가 길에 토했다. 
그가 의지하느라 손으로 짚은 영아의 차가 발동을 끄고 조용해졌다. 
영아가 뒤따라 나와 운진의 등을 두드렸다. 
그가 마신 술과 저녁 먹은 것까지 다 토하고 컥컥대는데, 영아가 맨손으로 운진의 입을 딲아주고는 그 손을 그녀의 바지에 문대었다. 
   “형부, 놀라지 마세요... 언닌 그동안 여러 남자 만나고 다녔어요.”
운진은 울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말썽없이 잘 넘어갔는데, 이번 이 가게 남자한테는 언니가 물렸어요.”
   “…” 운진은 허허 하고, 흐느끼며 눈물 콧물 다 흘렸다.
   “공갈 협박에 못 이겨 건물을 형부 몰래 넘겨주고 쉬쉬하려 했는데...”
   “그만!” 운진은 몸을 일으켜서도 울음을 계속했다.   
그 때 가게문이 벌컥 열리며 사람 둘의 머리가 나타났다.
영아가 운진의 입을 손으로 틀어박으며 차 뒤로 숨었다.
운진은 그 바람에 두 팔을 허우적대면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따라 오지 마!” 영란의 앙칼진 음성이 밤하늘을 갈랐다. 
이어 허스키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이제 와서 남편새끼한테 산통 깨지니까 밀린 돈 내놓으라구? 놀구 있네, ㅆㅂ년! 에라, 이 더러운 년!”
   “욕 하지 마, 이 자식아! 남의 아내야!”
   “육갑 떨구 있네, ㅆㅂ년!”
   “개자식!”
   “야! 근데 이거 한가지는 알아둬라? 지금 니 뱃속에 들은 새끼, 난 아니다. 왜냐구? 나, 옛날에 한국에서 정관 수술했거든?”
   “나쁜 자식! 내일 변호사 통해서 너 내쫓을 거야!”
   “꼴값 떨구 있네. 해 봐라, ㅆㅂ년아! 그 뱃속에 새끼, 어떤 새끼의 새낀 지 난 절대 아니다?” 
사내의 욕설과 함께 가겟문이 쾅 하고 닫혔다.
영란의 발소리가 멈추는 기색이라 차 뒤에 숨은 둘은 숨소리도 못 내고 머리를 깊이 박았다. 왜.
혹 그녀가 여동생의 차를 발견하고 그러는 줄 알고.
이내 영란의 또각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멀어진 후 그녀의 차의 엔진 발동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렠서스 차는 엔진이 크고 힘이 좋지만 소리가 거의 없다.
영아가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형부의 머리를 가슴에 안았다. 아니.
그녀는 형부의 입과 귀를 가렸다.
운진은 처제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이 묻히니 귀가 왱왱거렸다.
영아는 형부가 행여 소리를 낼까 봐 그의 머리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영란의 차의 바퀴가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차는 마치 일부러인 듯 가깝게 지나가는 것 같았다.
영아는 언니의 차가 가버렸는데도 형부의 머리를 놓치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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