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 임관식에 참석한 졸업생들 중 태권도반의 4학년이 다 들었다.
그들은 물론 숙희보다 일년씩 선배이지만 일렬로 서서 그녀에게 거수경례를 붙였다.
숙희는 모처럼 만에 화사하게 웃으며 그들과 일일히 악수를 했다.
그리고 그들은 모자를 벗어서 돌아가며 숙희에게 씌워 주었다.
숙희는 그럴 때마다 머리가 헝클어지지만 그냥 흔들어서 펼 뿐 감사히 받아 들였다.
충~성!
그들이 다시 거수경례를 붙였다.
"오오오오!"
숙희는 활짝 웃으며 손뼉을 쳤다. "다시 한번 축하해요~"
되려 일년씩 선배인 남학생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왜.
그들은 비록 선배 학년이지만 실력상 사범격인 숙희에게 단단히 혼나면서 다들 검은 띠에 4단들이다. 그들 중 숙희에게 안 얻어터지고 기진맥진할 때까지 벌 받지 않은 학생이 없다.
나를 이겨보란 말이다
나 하나 못 이기면서 불만이면 나가
연습할 때는 내가 사범이야 너희들은 연습 끝나고 나가야 선배이고 착각하지 마!
그녀가 체육관이 쩌렁 울리도록 고함을 지르면 저학년 학생들은 숨도 크게 못 쉬었다.
그 외 그녀는 심지어 누가 까부느라 말을 지어내어도 그대로 믿어 버리는 순진함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를 대하는 사람들의 감정에 공통된 것이 있으니...
어느 덧 그녀의 별명이 여장군으로 시작해서는 최근에 와서 장군딸로 바뀌었다.
숙희는 처음 한두번 들었을 때 놀라고 싫었지만 그들이 알고 그러는 것이 아니고 생김새만 갖고 그러는 것이므로 시침떼고 받아 들였다.
그리고 그녀는 성인이 되어가면서 머리가 깨이고 터득한 것들이 있다.
첫째, 한 중령이 또 찾아온다면 그 때는 이용가치로 그러는 것일테이므로 무조건 반대한다.
둘째, 그녀는 정 장군이 누군지 뉴스를 보고 안 후 알려지면 좋지않을 거라는 생각을 가졌다. 왜.
그 분은 아직 군복 차림이지만 치안계통으로 들어서려는 기미가 보도되었고 더 나아가서 정계에 관심을 두려 할 텐데 어디 낳아놓은 자식이 있다고 알려지면 치명적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숙희는 모친을 종용해서 집을 옮겼다.
한편, 한순갑은 숙희가 다니는 학교 앞에다가 찝차를 들이대다가 수위에게 쫓겨났다. 게다가 그의 찝차를 향해 난데없이 돌들이 날아왔다.
운전병이 병장이면서 중령에게 그냥 가자구요 씨발 하고 대들기까지 했다.
"이 자식이 눈깔에 뵈는 게 없나!"
"여길 왜 자꾸 오자는 거요!"
"넌 운전이나 해, 임마! 이 자식이 영창 가고 싶나!"
"영창? 여기 오기 싫다는데 영창?"
병장이 모자를 벗어 팽개쳤다. "계급 떼고 한번 붙어볼래요? 씨발놈이, 어디서!"
"어, 이 자식이?"
"당신, 중령 맞어? 모자 벗고 한번 뜨자니깐!"
"이, 이 자식이 돌았나?" 한순갑은 이미 겁 먹었다.
"내가 군대 와서 병장 달고 이런 찝 몬다고 함부로 보지 마쇼, 엥? 칵! 씨발!"
찝이 학교 앞을 위험하게 출발하는데.
여기저기서 빈 병에 돌멩이가 날아오고 길가에서는 누가 침도 뱉았다.
운전병은 중앙선을 넘으면서까지 차들을 추월하고 달렸다. "저 학생들 중령님이 엉뚱한 짓거리 하려는 걸 다 안단 말요. 속 훤히 들여다 보이게시리. 나까지 돌 맞게 하려 하쇼?"
한순갑은 입 닥치고 운전이나 똑바로 하라고 하고 싶은데 입이 안 떨어졌다.
어느 횡단보도에서 찝이 서지않고 행인을 피해 계속 달렸는데.
횡단보도를 지키던 교통경찰이 흰 장갑 낀 손을 쳐들며 호루루기를 불었다.
"앗, 씨발! 저 교통이 봤는데?" 운전병이 한순갑을 아래위로 마구 흘겨봤다.
그 찝은 육본 들어가는 초입에서 길목을 지키는 헌병에 의해 강제로 세워졌다. 이유는 입구 교차로의 신호 위반이었다.
화이바도 반짝반짝한 헌병 강만호가 찝 안을 들여다 봤다.
"뭡니까. 고작 중령이신데 삼호차를 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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