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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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10. 4. 10:14

   한순갑은 별 둘짜리 이성 장군을 부대로 찾아가서 면회했다.
이 장군은 부관의 설명을 듣고도 고개를 계속 갸웃거렸다.
   "우리가 어떻게 아는 사이요?" 이 장군은 일단 한 중령과 악수를 했다.
   "저는 육본 인사과에 근무하는 한순갑올시다."
   "아이구! 육본에 계시는 분이시구만!"
   이 장군이 한 중령의 손을 한번 더 잡았다가 놓았다. "우리 육본 인사과에 계신 참모님이 이렇게 누추한 곳을 다 방문해 주시고... 뭐, 하늘에 무슨 움직이라도?"
한순갑이 잠자코 있으니 이 장군이 부관더러 잠깐 나가 있으라 손신호했다.
   "믿을 만한 친구지만, 그래도... 그래, 인사과 참모님.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장군님도 전쟁터로 후방으로 좋은 성과 많이 올리고 다니셨는데, 이제 금뱃지라도 달으셔야죠?"
   "허허허허! 무관더러 문관이 되라..."
   "어차피 문인시대는 먼 역사의 뒤안길... 이 되었습니다."
이 장군은 한 중령의 그 말에서 당장 알아차렸다. 이 자는 무식하구만!
   "이 장군님 앞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이가... 누구 같습니까?"
   "글쎄... 나야... 아직 국토방위의 임무를 맡은 사람이라... 신경 안 쓰는데?"
   "에헤이... 장군님도, 능청 떠시긴!" 
한순갑이 탁자 위에다 손가락으로 자음의 ㅈ을 슥슥 그었다. 그리고 손가락 네 개를 펴보었다.
한순갑은 기밀 인사 서류에서 서열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맞으시죠?"
이 장군은 아직 한 중령이란 자를 안 믿는다. 왜.
첩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 자는 뭘 알긴 아는데, 어디 비빌 데가 없던가.
   이 장군은 갑자기 놀란 듯 손목시계를 들여다 봤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보게."
그 때 이 장군의 부관이 문을 반쯤 열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 장군은 얼른 일어섰다. "아, 알았소! 그렇잖아도 인사과 참모님이 일어서시던 참이요."
한순갑의 밀행은 일단 그렇게 미끼만 던지게 되었다.

   이 장군은 이웃 부대를 드나드는 심 중사를 당장 술상으로 초대했다. 
   "육본 인사과의 한 중령이 어떤 인물이요? 내 첫눈에 보기에는 빈껍데기 같던데..."
   "잘 보셨습니다, 장군."
   "나더럭 느닷없이 금뱃지 달고 싶으냐고 말야." 이 장군은 그렇게 말하면서 심 중사의 안색을 살폈다.
   "인사과 끝나부랭이가 뭘 훔쳐 보고는, 딴에는 수작 떠는가 봅니다."
   "아무래도 청와대에 친척이 계시는 심 중사의 정보가 더 정확하겠지."
   "한 2... 년은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2년씩이나!"
   "지금은 유신파가 우세입니다. 그 외에는 일단... 수도권으로 들어가려고도 하지 마십시요."
   "승진도 올스톺이라던데."
   "승진이면 봉급 인상인데. 지금 예산이 없습니다."
   "그... 유... 정횐가... 한테다가."
   "쉿! 줄 없으시면 잠자코 계시는 것도 한 전술입니다."
   심 중사는 결국 한 머시기가 누군지 몰라도 난데없이 나타나서는 이 장군을 휘젓고 갔구나 하고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도 겉으로는 다른 길을 아는 체 했다. "제가 서열을 좀 알아가지고 오겠습니다."
   "오오오오!"
이 장군은 심 중사의 빈 잔에다 패쓰포트 위스키를 한가득 부었다.
   "인사과에서 왔다는 한 뭐시기...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심 중사는 이 근방 부대에 사단장으로 있다가 귀경한 어떤 장군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그쪽하고 연관이 있지 않고서야 이 장군의 의향을 왜 떠보러 왔겠어.
   "한... 한... 이름이 쉬운 것 같았는데, 얼른 기억이 안 나네."
   "한 중령... 뭐, 육본에 한 중령이 몇인지는 몰라도 알아보죠."
이 장군이 식탁 위로 봉투를 밀어 보냈다. "이거... 활동비에 보태쓰시게."
   "아이구, 장군님! 뭘 이렇게 번번히. 장군님 잘 되시면 한 자리나 주시면 될 걸 가지구."
   "기왕이면 지름길로 가야지. 허허허허!"
   "경쟁이 심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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