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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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10. 4. 10:14

   "엄마. 장군이면 별이 몇 개야?"
숙희는 모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장, 장군이라니?"
   "엄마..." 숙희는 모친의 손을 잡았다.
   "얘가 오늘은 왜 이러니?"
   "정... 장군님!"
   "뭐!"
   송여사는 문자적으로 앉은 자리에서 뒤로 펄쩍 뛰었다. "니가 그걸!"
   "맞어?"
   "누가 그래!"
   "맞어, 안 맞어!"
   "누가 그러냐니깐!"
   "한 중령님 쫄병들이."
   "누구... 한 중령님이?"
   "아니. 오늘 말 못 해도 무슨 일이 있었는데, 어찌 말 주고받다 보니 나왔어."
   "아니, 그 냥반이..."
   "근데. 정... 장군님이 나한테 아버지란 인데."
   "..."
   "날 모르지?"
   "..."
송 여사는 딸의 눈을 보느라 바쁘다.
숙희가 픽 웃더니 벽에 등을 기대었다. "그래도 시시껄렁한 군인은 아니네?"
   "숙희야."
   "사람들이 그랬어..."
   "..."
   "아직도... 나의 아버지는 나 낳기 전 전사했다고 하니까. 안 봐도 아버지란 분은 적어도 보통 한국 남자들 보다 한참 큰 거구일 거라고. 내 뼈대나 그런 게 그냥 여늬 피를 받고 태어난 것 같지 않대. 맞어?"
송 여사는 뜻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내 얼굴이... 그 분 닮았어?"
   "그래..."
   "엄마 닮았으면 예뻤을텐데."
   "엄마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구나."
   "엄마는... 나 태어난 후... 아버지를 만났어?"
   "아니."
   "왜?"
   "널 빼앗길까 봐."
   "..."
   "널 빼앗겼으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없다."
숙희의 큰 눈에 눈물이 금새 고였다. "왜?"
   "나를 여태 지켜준 게 너이거든. 좌절할 때마다 너의 웃는 얼굴을 보면 살아야 한다 하고..."
   "왜?" 숙희가 결국 울먹이기 시작했다.
   "네가... 이 엄마의 사는 희망이고 이유이니까."
숙희가 무릎으로 모친에게 다가가서 끌어 안고는 엄마의 볼에다 입술을 쪽쪽 대었다. "나를 불륜의 씨앗이라고 유산해 버렸으면, 지금 나도 여기에 없겠네?"
   "그, 천벌 받을 짓은 한번으로 족하지. 그리고, 너는 불륜의 뭐라기는... 진정으로 사랑..."
   "아버지가 우리를 보면 어떻게 나올 거 같애?"
   "그, 글쎄다?"
   "날 반길 거 같애, 아니면, 도망칠 거 같애?"
   "아직도 모를까? 한 중령님 입이 보통 싼 게 아닌데."
   "내가 핵심을 찔렀는데, 막 당황하던데?"
   "그, 그렇디?"
   "아직 모르는 거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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