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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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10. 4. 10:13

   숙희는 한 중령을 까맣게 잊고 살다가 어느 날 버스 정류소에서 소위 급습을 당했다.
국방색 천을 뒤집어 씌운 찝차가 그녀 앞에 와서 탁 서더니 장병 둘이 뛰어 내려서 그녀를 강제로 태운 것이다.
그녀는 뒷자리로 곤두박질 당했고. 
두 장병이 양 옆에서 꽉 붙들었다. 그런데 그 군인놈들이 숙희의 유방을 슬쩍슬쩍 누르는 것이었다. 
앞의 조수석에 앉은 한 중령이 시커먼 안경 쓴 얼굴로 돌아다 보고 그 특유의 교활한 입웃음을 보였다.
숙희는 되려 침착해져 갔다. 그녀는 양 팔을 으스러져라 붙잡고 있는 군인에게 풀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놈들이 장난하던 팔꿈치를 떼는 것이었다.
   "꽉 잡고 있어라. 그 기집애 태권도가 3단이다." 한 중령이 비양거렸다.
   "이젠 4단인데, 어쩌죠?"
   "이 놈의 기집애가!"
   "부탁이 있어요."
   "필요없다. 넌 오늘 나하고 어디 좀 가야 한다."
   "부탁 들어주시면 오늘 이 일은 없던 것으로 해 드릴께요."
   "얼씨구!"
   "아버지에게 데려다 주세요."
   "뭐?" 한 중령이 안경을 벗을 정도로 놀랬다.
   "아직도 제 아버지의 부관이세요?"
   "뭐?"
   "어머니가 저 다 알아 들을 정도로 컸다고 밝히셨어요."
   "뭐어?"
   "그래서 전 중령님 언제 오시나 언제 오시나 기다리던 중이었어요."
   "야! 야! 야!"
한순갑이 앉은 의자에서 안절부절 몸부림쳤다.
   "아버지가 저의 존재를 아세요?"
   "닥쳐!"
   "혹시 절 놓고, 중령님, 저의 아버지와 더러운 흥정 같은 거 하셨어요?"
   "야! 쫄병! 그 기집애 주둥이 좀 막아라!"
그러나 군인들은 눈치만 볼 뿐이었다.
숙희가 두 군인을 번갈아 봤다. "아버지가 적어도 중령은 넘을 거예요. 그러니까 중령님이 부관이죠."
   "야! 차 돌려!" 
찝이 아무데서건 급 브레이크를 걸고 멈췄다.
   "내려!" 한 중령이 먼저 내렸다.
숙희가 몸을 앞으로 했다. "출발!"
군인들이 어어어 했다.
   "저의 아버지가 중령님 보다 높아요. 출발!" 숙희는 팔을 뻗쳐서 문을 닫으려 했다.
한 중령이 길가라서 주위를 마구 살폈다.
운전병이 에이 시발 하고는 찝을 확 출발시켰다.
   "걱정말아요. 중령 보다 높으면 뭐예요, 계급이?" 숙희는 세 군인을 다 돌아봤다.
운전병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번에 한번... 정 장군님을 모신 적이 있었는데."
숙희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앉았다. "누구신데요, 그 분이?"
   "육본... 첩보대... 최고신데요." 다른 군인이 얼버무렸다.
   "그러면, 한 중령님이 그 장군님의 부관이예요?"
   "옛날부터 그 장군님 운전병..."
   "아, 맞다."
   숙희는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옛날엔 중산가 그랬어요, 중령님이."
모두들 입을 다물고 딴청을 부린다.
   "집에 데려다 주실래요?"
   "어디... 인데요?" 군인들이 서로를 보며 눈에 띄이게 딴청을 부렸다.
   "아현동요."
   "어, 거기면, 우리가 갔었던 덴가..."
   "우리 집도 아는군요?"
숙희는 이제 안 보이는 한 중령을 찾으려고 뒤를 돌아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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