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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허우대 좋은 애들을 경비사로 차출한다 하고 실제로는 데모 진압용으로 사용되었다.
윤창원은 어느 대학로에서의 데모 진압에 투입되었다가 학생이 휘두르는 각목에 엉덩이를 맞았다. 근육과 신경이 한데 엉긴 것을 수술로 풀었는데, 제대로 걷기까지는 오래 걸린다고 했다.
그는 경비사에서 아주 먼 다른 데로 배치받았다. 행정병이라고는 하는데, 군기가 사람 잡는 곳이었다.
눈만 뜨면 구타로 시작해서 구타로 해가 졌다.
   데모는 씨발놈들아 지금이 어느 땐데 데모야
   그게 구타의 죄목이었다. 요런 새끼들은 전방에 보내면 월북할 새끼들이야.
창원은 나중에 내무반장한테 데모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데모 진압에 참여했다가 부상 당했다고 눈물의 호소를 하고 나서야 안 맞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창원은 두번째 다리 수술을 받고 침상에 누워 숙희만 생각했다.
정애가 좋은 의도로 접근했든 안 좋은 의도로 추파를 던졌든 그녀를 통해서 숙희에 대해 더 알아보고 곁들여서 숙희로 하여금 질투를 느끼도록 유도한다는 시도가 되려 남자같이 털털한 숙희를 잃고 정애같은 재잘꾼에게 붙들려서 곤욕을 치룰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창원은 때 늦은 후회를 뼈저리게 하는 중이다.
정애가 숙희에게 얘기했는데 눈 하나 깜짝 안 하더라는 말을 했는데.
창원은 정애를 믿지 않았다. 전하지도 않았으면서 거짓말만 한다고 소리질렀다.
   "숙희는 고등학교 때부터도 한번 싫다 한 것은 죽어도 싫은 애였어요, 선배."
정애의 그 말만은 틀림없다고 창원은 받아들였다. 그래도 내가 부상 당해서 입원했다는데도 안 와 봐...
창원은 의대 ROTC 출신 중위로부터 어쩌면 조기제대 받을지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 상병으로 제대 시켜주는데 일체의 항의나 고소 같은 것을 안 한다는 조건으로. 왜.
데모 진압에서 당한 부상을 국가에서 완치까지 치료해 줄 의무가 없다는 것. 
길 가다가 똥을 밟았거나 미친 개한테 물린 셈 치라고.
   창원은 절룩거리는 다리로 자대에 복귀했다.
그는 이십사시간 상황병으로 발령 받아서 하루 스물네 시간 근무하고 이틀 쉬는 일을 시작했다. 그는 같은 시간대에 근무하는 무기고 경계병들과 동고동락하는 신세가 되었다.
창원은 자신이 바보가 되어간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무기력해져 가는 변화를.
그리고 그런 창원을 지켜보는 눈길이 있었으니 무기고담당 내무반장 오운진이었는 것을.

   숙희는 정작 개똥으로 쓰려는 한 중령님이 전혀 안 보이자 물어보기로 한 것을 포기했다. 그 냥반이 하도 교활해서 물어봤자 잘 안 가르쳐 줄 것 같기도 했다.
   엄마도 모르는 눈치 맞아. 거짓말 할 엄마가 아니거든.
숙희는 김 중위에게 물어볼까 했었던 생각이 부끄러웠다. 아무 것도 모르는 제 삼자에게 쓸데없는 개인적 일이나 밝히고 도움도 못 받으면서 늘 찜찜해 할 뻔한...
숙희는 운동연습이 없는 날 독서클럽에 놀러가 봤다.
그것도 두번, 숙희는 하품만 하다가 나오고 그만 두었다.
정애는 한번 마주쳤는데, 사생화 그리는 클럽 따라서 많이 돌아다닌다고 했다.
   그림하고는 담을 싼 나다!
숙희는 결국 김 중위더러 사범자리 있나 물어보자고 했다. 그게 나랑 맞지.
김흥섭은 송숙희더러 일년 만 더 참고 기다리라고 했다.
   "지금도 실력은 충분한디. 아직꺼정 상급생들이 있어서 쬐께 삐딱거릴 것이구만."
   "새로 들어오는 신입생들만 가르치면 안 되나요?"
   "숙희 학생이 내년이면 3학년 아녀? 그 때 되면 졸업반들은 물러가고 3학년끼리 나누면 되재."
   "네에..."
   "그라는 동안 계속 나와서 연습이나 하재?"
   "네."
   "아, 참! 그라고오. 봄에 대회 나가는 거 준비하고, 잉?"
   "아, 네에!"
   "잉. 아, 참 그라고."
   김 중위가 숙희를 한쪽으로 데려갔다. "윤창원이는 군대에서 부상 당해갖고 복학해도 태권도반은 못 혀."
   "아, 네에." 
숙희는 그제서야 정애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그것만은 거짓말 아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