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정작 킴벌리보다 챌리가 지난 생일에 갖고 싶은 것은 별로 없었고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고 해서.
"응, 그래. 말해." 새엄마 숙희가 격려를 했는데.
챌리의 입에서 나온 말. "나, 결혼할래."
"허?" 킴벌리가 되려 펄쩍 뛰었다.
"해!"
새엄마 숙희가 가볍게 대답해 주었다. "너 하고 싶으면 하는데, 엄마는 이것 한가지만 묻고 싶어."
"네?"
"왜 하고 싶어?"
"왜 하고 싶긴요..."
챌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엄만 왜 했어?"
"나는 원래부터 니네 아빠와 결혼하려고 했었는데... 아, 이건 대답이 아니다."
킴벌리가 헤헤헤 하고, 웃었다.
"주니어도 하재?" 아빠 운진이 물었다.
"원래는 주니어가 자꾸..." 챌리가 아빠의 눈치를 봤다.
"그런데 그런 이유 때문에 결혼하는 것도 괜찮아." 숙희가 거기까지 말했다.
운진이 무슨 말인가 해서 아내와 딸을 번갈아 봤다. "어떤... 이유?"
숙희는 남편의 바보같은 반문을 모른 척 하고, 챌리를 따로 불렀다.
과연 챌리와 개리 둘이 어디까지 준비되어 있는지 알아보려고.
"쟤 인제 스물 넷인가?" 운진이 아내에게 물었다.
숙희가 겉옷을 벗어서 화장대 의자에 걸쳤다. "챌리가 스물 넷이냐구?"
"아닌가?" 운진은 아내 숙희가 예전의 꽃냄새 향수를 풍기는 것을 알았다.
오, 그 향수를 언젠지부터 안 쓰는구나... 내가 왜 몰랐지?
그런데 이제는 그 꽃냄새 향수를 맡아도 예전처럼 머리가 아파오지 않았다.
"무슨 아빠가 딸 나이도 몰라?"
숙희가 침대로 올라와 우선 등받이에 기대어 앉았다. "시집 가고 싶은 나이도 됐지."
"너무 이르지 않나?"
"절대로 안 일러. 능력만 되면 일찍들 가는 거 괜찮아. 늦게 가서 애들 늦게 낳고 늦게까지 키우느라 고생하는 거 보다는 일찍 낳고 일찍 끝내는 게 제일 좋아."
숙희가 침대 곁 나잇 스탠드에서 돋보기 안경과 책을 집었다. "나야 특별 케이스지만."
"요즘 애들 거의 늦게 가잖아."
"그러니까! 실컷 연애하고 놀다가 늦게들 시집 장가 가니까 애가 빨리 안 들어서구. 출생률이 자꾸 떨어지잖아."
"그래서 그런가?"
"나는 기적이라대."
숙희의 그 말에 운진의 눈이 절로 그녀의 배 근처로 갔다.
"뭘 봐, 또!" 그녀의 손이 배만 덮은 이불을 쳤다.
운진의 손이 염체 불구하고 숙희의 굵고 길며 단단해 보이는 허벅지를 만졌다.
"손 안 씻은 거 아니까 감히 엄두내지 마."
숙희가 표시해 놓은 책 페이지를 펼쳤다. "자기는 행운인 줄 알어."
"왜?"
"제 나이에 장가 가서 바로 바로 낳았으니까. 남자 육십 전에 자식들 보내면 편하잖아. 다른 집들 봐. 엄마 아빠 은퇴도 못하고 다 늙은 자식들 봉양하느라 일해야 하는 거."
"킴벌리는 아직... 생각 없어 하지?"
"난 키미가 더 빨리 갈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
"왜. 내 짝 날까 봐?"
숙희가 안경 너머로 눈만 돌려서 운진을 봤다. "공희가 먼저 시집 가서 나 결혼 못한 건가? 자기도 그렇게 생각해?"
"오, 아니."
"부모하고 사이 안 좋은 자식들 치고 제대로 시집 장가 가는 거 못봤어."
운진은 숙희의 그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꼭 그렇게까지 말을 하나...
"자기 애들은 사랑을 받고 자란 게 보여."
그녀의 말에 운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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