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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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3. 00:56

   숙희가 읽고 있던 신문을 내리고 운진을 봤다. 
   "삼류소설 같은 말을 하네, 자기?"
   "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그래서 보낸다 그러면 참 유치한 핑게들을 댄다고 여기는 사람들 중에 하나였는데, 당신과 헤어질 때, 정말 그 말이 공감되더라구."
   "난 아니었는데?"
   숙희가 신문을 접어서 소파 옆 티테이블에 놓았다. "난 내가 기다리고 싶은 만큼 기다려 보다가 자기가 소식 없으면 그냥, 뭐, 나 혼자 살지... 그래서 혼자 살았는데?"
   "그러니까 내 얘기를 하는 거지."
   "솔직히 나는... 다른 이유로도 혼자 살아야... 했지?"
   "왜. 당신 엄마 때문에?"
   "... 엄마?" 
숙희의 눈 앞과 머릿속으로 그녀가 겪었던 수 많은 과거 장면들이 지나갔다.
   "김 사범... 말처럼였나부지?"
   "불을 보듯 환했으니까. 내가 장녀이니까 보나마나 엄마가 가장 가까이 있으려고 했을 테고. 그러면 내 삶에 들어와서 늘 간섭하고. 자기 맘대로 휘두르려 들었을 테고... 이간질 시키고. 참, 아빠는 자기를 좋아했으니까 괜찮았겠지만?" 
   그녀는 말을 돌려댔다. "하지만, 아빠란 이는 이상했으니까."
   "참! 아버님은 어디... 사셔?"
   "싯!"
   숙희가 눈을 부라렸다. "말하지 말라니까?"
   "당신 아버님도 일종의... 당신 어머니에게 당한 피해자 중에 하나 아닐까? 뭐, 부인의 지나친 강짜. 자식에 대한 편애와 지나친 요구에 만류하다가 지쳐서."
   "그렇다고 다른 여자 만나서 나가니? 자기도 그럴 거야?"
   "나는... 흥. 당신한테 말을 다 안 해서 그렇지. 내 생활도 참 볼 만 했다오."
   "됐어, 됐어!"
   숙희가 남편 운진의 팔을 슬쩍 건드렸다. "그래서, 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보냈다. 그 다음은? 얘기해. 그 다음은 뭐!"
   "우리가 무리를 해서라도 결혼을 했다... 두 어머니들은 변하지 않았겠지. 더 했으면 더 했을까? 그런 와중에서 우리 둘이 서로 죽도록 사랑하니까 전혀 의식않고 살았으면 되지 않았겠느냐..."
   "역시 삼류드라마 같다. 호호호! 참, 그래서?" 숙희가 남편을 위로하듯 그의 팔을 쓰다듬었다.
   "아마 내가 먼저... 당신을 놓아주었을 거요. 괜히 나 같은 놈 선택해서 마음 고생하며 살지 말고 훨훨 조건 좋은 남자 찾아가시요... 하고."
   "이래서 남자가 이기적인 거야."
   "그게 이기적이라구?"
   "자기 이런 말은 알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알지?"
   "결국 둘이 살겠다고 덤비면 가장 먼저 포기하는 쪽도? 응? 부모야. 왜? 자식들이 저들 좋은데 부모가 귀찮잖아? 그럼, 안 보거든."
   "등을 돌린단 말야?"
   "난 그 때 집 나와서 그 엄마 죽을 때까지도 안 봤어. 결혼했는데도 계속 날 괴롭히면 안 보고 살았겠지. 난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거든."
   "와아... 당신... 무서운 여자군. 소름끼쳐."
   "왜? 내가 나중에 자기한테도 그럴까 봐?"
   "그러겠지."
   "에이, 내가 사랑하고 날 사랑하는 남자한테 왜 그러겠어. 게다가 꽁돈 같은 것도 벌어와서 내 체면을 살려주는 남잔데."
   숙희가 운진의 볼을 쥐고 흔들었다. "이렇게 귀여운 남자를 내가 왜 안 보겠니."
   "아이, 시이. 이런 건 좀... 자존심 상한다."
   "이게 왜 자존심 상하니? 귀여워서 만져 주는 건데 존심이 왜 상해?"
   숙희가 일부러 더 남편의 볼을 쥐고 흔들었다. "난 자기한테 미안했어. 그래서 아마 내가 먼저 숨었나 봐. 이제 와서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이 숨었다구? 먼저?"
   "알면서..." 
   숙희가 눈을 곱게 흘겼다. "말했잖아. 나 정상적으로 산 여자 아니었다고."
   "이제 수수께끼가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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