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는 개리에 대해 지나치게 조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굴지도 않았다.
음식도 썰기 좋게 얇은 로스트 비프를 시켰다. 양은 비록 작지만 얌전히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우디는 늘 그렇듯 엔젤헤어 종류를 시켰다.
포크로 돌돌 감아 입에 쏙 넣고 베어무는.
킴벌리는 주니어의 여동생과 죽이 맞아 곁 자리에 마주 앉아서 떠들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은 큰 접시에 한가득 담긴 샌드위치들을 시켰다.
개리 시니어는 이제 우디란 사내에게 점점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
'저 자의 눈빛에서 많은 고뇌를 느끼게 하는군...'
'보통 심장 가진 사람이 저러겠나.'
'쑤란 여인이 모두 버리고 저 자를 택한 이유가 차차 밝혀지누만.'
'내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나한테 전화로 위협을 한 사내. 부인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I'll kick your ass! 그가 그렇게 소리쳤다.
쑤가 고깃점을 남편의 접시에 주었다. "맛있네? 먹어 봐."
"Speak English. 당신은 영어로 해." 운진이 낮게 속삭였다.
쑤가 포크 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곱다.
머리를 틀어올린 화사한 모습의 쑤가 웃으니 테이블에 둘러앉은 이들이 일제히 쳐다봤다.
특히 개리 시니어의 눈에는 이십대의 쑤가 보였다.
까만 머리에 매끄러운 살결에 잘 발달한 몸매를 구경시켜 주었던...
'알트를 처치할 때 막아달라 했지?'
'노 프러블럼, 쑤! You have my word!'
쑤가 남편의 엔젤헤어를 집었다. "맨날 이런 것만 먹냐."
"에이, 영어로 하라니까?"
"우리끼리 하는 대화에도 영어로 하냐?"
그녀가 팔꿈치로 그를 툭 쳤다. "개리 대디하고 말 좀 해."
"내가 말을 할 줄 알어?"
"아이고오... 나 창피줄려고 그러니?"
"무슨 말을 하라고..."
우디가 개리 시니어를 슬쩍 봤다. "나하고 대화될 만한 화젯거리가 있어야지."
"챌리 결혼 동의해 줘서 고맙다고 하든지."
그래서 우디가 용기를 내어서 'Thank you for accepting my daugter as your daughter-in-law (내 딸을 당신의 며느리로 받아주어서 고맙소)!' 했는데...
주니어가 '어-오!' 하고, 당황했고. 챌리가 '대디!' 하고, 눈을 흘겼다.
킴벌리가 늘 언제 어디서나 그러듯 헤헤헤 하고, 웃었다.
주니어의 말이 그가 몇달 몇밤을 졸라댔다는 것이다.
개리가 웃었다. "Your daughter is an adorable girl. Really! (당신의 딸은 아주 귀여운 소녀요. 정말로!)"
특히 챌리의 미소는 백만 남자의 심금을 울린다고.
아빠 운진의 눈에는 그러고 보니 챌리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제 엄마를 닮아가는 것으로 보였다. 죽은 어미 영란은 그 웃음이 가히 작살적이었다.
개리가 우디에게 악수를 다시 한번 청했다. "I think I'm going to like you! Can I be your friend? (당신을 좋아할 것 같소. 당신의 친구가 될 수 있겠소?)
우디가 악수를 마주 했다. "My honor!"
'너도 수키의 과거 남자들 중에 하나냐?'
'주로 백인 남자들과 돌아가며 셐스를 밥 먹듯이 했대요.'
김정애의 비양거린 말이 운진의 귀에 쟁쟁거리지만 그는 애써 웃어보였다.
그리고 쑤는 심정이 착찹해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개리는 눈치 못챘겠지만 쑤는 남편의 눈가에 떠오른 미소끼를 보았다.
그가 대답 같은 것을 회피하며 그런 미소끼를 띄울 때는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을.
이 이는 이 자리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행여 개리가 돌변해서 해선 안 될 말을 할까 봐 이리 노심초사인데...
우디는 무슨 뜻에선지 주니어를 포크로 가리키며 웃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주니어가 픽 웃으며 제 아비를 흘끔 흘겨보는 것이었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3 12-4x114 (5) | 2024.09.13 |
---|---|
pt.3 12-3x113 (3) | 2024.09.13 |
pt.3 12-1x111 딸 둘이 거의 동시에 결혼을 (0) | 2024.09.13 |
pt.3 11-10x110 (8) | 2024.09.13 |
pt.3 11-9x109 (2) | 2024.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