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킴벌리의 남자친구네 집에서 긴급한 연락이 왔다.
제이콥이 가르치고 있는 학교에서 전하는 말에 의하면 영국의 모 칼리지로부터 교환교수직을 의뢰받았는데, 그가 추천되었고, 둘이 의논 후에 수락했다는 것이다.
제이콥이 이제 겨우 스물 일곱인데 벌써 박사 학위가 두 개에다가 그가 가르치는 과목이 세계 정세를 분석하고 예고하는 그런 계통이다.
제이콥이 망설인 것을 킴벌리가 적극 권유했다고.
게다가 제이콥의 집에서 아들이 영국으로 보내지기 전에 둘을 결혼시키자는 것이다.
어차피 제이콥은 옼스포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더 계속하기 원했던 바였다.
"결혼은 내가 먼저 말했는데 키미가 왜 먼저 해!"
챌리가 울상을 지었다. "Not fair!"
킴벌리는 늘 그러듯 헤헤헤 하고, 웃었다.
신랑네 집은 마침 증축공사를 벌어놓은 상태라서 손님 받을 입장이 아니었다고 탄식했다.
나중에 나중에 둘이 결혼하면 들어와서 살되 따로 사는 느낌을 가지도록 개조 공사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이래 됐다고 제이콥의 모친이 수 차례 사과를 했다.
그래서 출국을 이틀 앞두고 그야말로 초읽기 식으로 그리고 초간단한 절차로 킴벌리와 제이콥의 결혼식이 그것도 수키네 집 뒷뜰에서 부랴부랴 벌어졌다.
초특급 스피드로 그렇게 결혼식을 거행하고. 신랑 신부는 하례객들에게 대강 인사하고 신혼 여행을 갈 겸 그리고 곧바로 영국으로 출국할 준비를 해서 부랴부랴 떠났다.
그것도 마침 예약 취소된 비행기표를 간신히 얻어서 그 날로 출국했다.
챌리가 며칠을 시종 화가 난 얼굴을 하고 다녔다.
챌리는 다 들리게 동생을 빗치라고 불러댔다.
주니어가 챌리를 위로하느라 졸졸 따라 다녔다.
숙희는 챌리를 딱 한번 세우려 했다가 여의치않아 그만 두었다.
"자기 기분 어때? 키미를 그렇게 갑자기 보내 놓고?"
숙희가 자신은 안 하면서 운진에게 와인을 권했다. "예상도 못 했잖아."
운진은 와인을 물 마시듯 단숨에 비워버렸다. "난 참... 뻔뻔한 부몬가 보오."
"부모에서 나는 빼라, 자기."
그렇게 말해놓고 숙희는 운진의 팔을 슬슬 만져주었다. "장난이야, 흐흐."
운진은 빈 와인잔을 들여다 보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냥... 미안할 뿐."
"왜 그래, 자기, 또오!... 하긴 딸을 보내면 아빠들이 더 안 좋아한다더라. 엄마들은 에이 고년 시집가서 한번 고생 해봐라 하고 고소해 하고."
"그렇답디까? 하긴 나만은 아니니까."
"차라리 이렇게 막 서둘러서 보내는 것도 마음을 비우는데 도움이 되는 한 방법이지."
"정신 빼고 난리 치고 나니 갔다... 하고?"
"오오! 이제 제대로 말이 나오네? 응?"
숙희가 어울리지않는 아양떠는 제스처를 보였다. "언제고 보낼 거잖아. 이렇게 보내든 화려하게 보내든 결론은 둘이 잘 살면 되는 거야. 그렇잖아?"
운진은 고개를 크게 끄떡였다.
"그나저나 챌리를 어떻게 위로하냐, 자기?... 쟤 아직도 골이 잔뜩 나 있는데?"
"걔 남자친구는 또 왔던데, 갔소?"
"오늘도 와서 여태 달래다가 좀 전에 갔지."
"그만할 때 대충 하고 말지? 그러다가 둘이..."
"둘이 뭐. 초치는 말은 하지 말지?'
"초치는 말이 아니지, 이사람아! 말을 왜 그렇게 받아 들이시나!"
"아, 미안, 미안, 자기!"
숙희가 아양을 떨었다.
운진은 이 여인이 왜 이러나 하는 의아스런 눈으로 보았다.
뭔가 구린 게 아직 많이 남아있나.
아직도 정리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냐고.
그나저나 김 여사는 그냥 이대로 물러서는 건지.
운진은 딸들이 서둘러 출가하는 대로 갈라서는 거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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