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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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4. 01:24

   결혼식이 끝나고 같은 자리에서 벌어진 리셒숀은 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래서 식장을 대여해 주고 음식도 주문 배달하는 호텔측에서 항의가 들어왔다.
양측에서 예정한 참석객에 맞추어서 요금을 매겼고, 음식도 그 숫자에 맞췄는데 그 보다 더 많으면 과외로 더 내야한다고. 아니면, 호텔측에서 임의로 음식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그 항의에 개리 시니어가 조목조목 따지는 것을 보고, 운진은 숙희를 따로 불렀다. 
   "당신이 이럴 때 돈을 좀 푸시요."
   "얼마나?"
   "여기 온 사람들 앞으로 샴페인 하나씩 돌리라고, 호텔측에다가 주문하지?"
   "익!"
   "그럼, 날 빌려주던지. 내가 나중에 벌어서 갚을께." 
운진이 약간 신경질적이 되었다.
   "빌려주는 건 말이 안 되고. 오, 빌려줘?" 숙희가 까불듯 웃었다.
   "저기 신랑 아버지가 덩치값도 못하게 따지는 거 보니 우리 딸 결혼식 망치는 것 같아 보기 싫군. 당신도 싫으면 말던가." 
운진이 기분이 몹시 상해서 숙희 곁을 떠났다.
   '아니, 뭐 그런 말에 토라지고 그래? 한번 정도 더 말하면 기분좋게 들어주려 했는데.'
숙희는 그 말을 입 속으로 했다. '그 전부터 잘 토라지는 건 알았지만 점점 더 하네?'
숙희는 운진이 들어가 버린 어떤 방문으로 부지런히 다가갔다.
그러는 그녀를 중도에서 팔을 잡으며 세우는 이가 있었다. 
새 디렠터라는 애론이었다. [잠깐 얘기 좀 할까요?]
숙희는 그의 손길을 뿌리치듯 피했다. [뭐죠?]
   [혹 월래스나 다른 데서 제의가 들어오면 우리에게 알려주겠소?]
   "This is not the right place to talk about it? (여긴 그런 얘기를 할 곳이 아닌데요?)"
   [아, 그래요. 그렇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출두를 해주시던지.]
   "What? What for? (뭐요? 뭣 때문에요?)"
운진이 들어갔던 방에서 이제 떠날 차비를 한 챌리와 같이 나왔다. 
그 뒤를 주니어가 부지런히 쫓아 나왔다.
숙희는 애론에게 남편이 나왔다는 신호를 하고 헤어지자는 눈짓을 했다.
그런데 운진이 이미 봤다. 그가 눈길을 다른 곳으로 빠르게 돌렸다.
어쨌거나 음식은 추가로 더 나오고 리셒숀은 무사히 치뤄졌다.

   챌리가 아빠를 한번 더 포옹하고는 차에 올랐다. "아빠, 사랑해!"
   "첫날 밤은 그냥 남자가 리드하는대로 따라 가." 운진은 윙크까지 했다.
   "아빠!"
   챌리가 눈을 흘겼다. "But I'll take your tip. (그러나 아빠의 요령을 받을께.)"
주니어가 시니어와 악수하고는 역시 차에 올랐다.
눈이 부시도록 반짝거리게 딲은 검정색 리무진은 모여든 사람들 사이로 처음에는 천천히 그리고 주차장을 벗어나자 이내 차량의 물결 속으로 빠르게 흡수되었다.
운진의 셀폰이 주머니 속에서 진동했다.
   "누구야?"
   운진은 셀폰을 꺼내어 자신의 것임을 알았다. "헬로?"
   "Daddy. Junior said he forgot to say thank you! (아빠. 주니어가 아빠에게 땡 큐라고 말하는 것을 잊었대!)"
곧 이어 주니어가 나왔다. "Thank you! Sa-rang-hae? (땡 큐! 사-랑-해?)"
   "유어 월컴! 미 투(me too)다."
숙희는 운진이 딸에게만은 환하게 대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봤다. 
자연 차가 어디에 세워졌더라 하고 찾아보는 그녀의 눈에 젖은 분위기가 물들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혼자 화들짝 놀랐다.
길 건너에 세워진 어떤 까만 승용차가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알트다!'
숙희는 남편 운진의 팔을 꽉 잡으며 그의 등에 얼굴을 숨겼다.
   "누구야, 저거?"
   운진은 아내의 손을 더 쥐었다. "흥! 자식, 오긴 왔군!"
숙희는 남편의 등이 비록 덥지만 푸근하고 진정시켜주는 바디 파트임을 비로소 알았다.
운진은 제 셀폰을 내려다 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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