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리가 아빠를 보고는 어이없어하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
운진은 딸을 살짝 포옹하고 풀었다.
"Where were you! (어디 있었어!)"
챌리가 아빠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술냄새에 코를 쥐었다. "아빠 그 정도야?"
"엉? 물인줄 알았어."
"물? 그게 무슨 말이야?"
운진은 이번에는 딸을 크게 한번 안아주었다.
"이모 왔다가 그냥 갔지, 응." 챌리가 아빠의 귀에다 속삭였다.
"가게 때문에 바로 가봐야 한대."
챌리가 아빠의 안색을 가만히 살폈다. 그리고는 눈웃음을 지었다.
"노! 너 그러면 못 써, 임마!" 아비는 딸에게 눈을 부라리는 척 했다.
챌리가 웃으며 아빠의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
숙희는 부녀의 그런 모습를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잠자코 지켜봤다.
'그래. 친딸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부녀는 부녀고 나는 외부인인 거야. 내가 저들에게는 이방인인 거야.'
숙희는 남편이 큰딸을 데리고 이리저리 다니는 것에 목이 메었다. '나에게도 아버지란 존재가 있었다. 그래도 한때는 가깝게 지내기도 했던...'
그러다가 그녀의 우울한 분위기는 남편이 다가옴으로써 바뀌어야 했다.
'아까 손 치우게 한 것에 대해서 마음 풀게 하자.'
숙희는 이번에는 그녀가 남편의 손을 잡고 한쪽으로 갔다. 가는 도중 한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까... 자기가 나... 허리 잡았을 때... 옷 눌려서 배 부른 거 나타날까 봐 얼른 치우라 한 건데. 자기, 오해했지, 응."
그 말에 운진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의 눈이 아내의 배에 가서 꽂혔다.
숙희는 그것에 용기를 내었다.
그래서 그의 귀에다 속삭였다. "지금 코르쎗 하고 있는데, 나도 숨차고 아기 질식할까 봐 겁나네?"
"오, 그럼, 빨리 가야지!"
운진이 숙희의 손을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자기! 자기! 손 놔봐 봐. 남들이 보잖아."
"무슨 상관이야. 얼른 가자구!"
운진은 정말로 아내를 데리고 식장을 벗어났다.
숙희는 남편의 손에 이끌려 가며 자꾸 그를 봤다. 미안해서. "리셒숀은 봐야지."
"그 코르쎗인지 뭔지 풀면 안 돼?"
"그러면 배가 나올 텐데."
"내 저고리로 가려줄까?"
"여름에 남자 옷을 겉에다 걸쳐?"
"안에가 추우니까."
운진이 이미 저고리를 벗어서 걸쳐줄 자세를 취했다. "어떡할래."
숙희는 남편이 금새 돌아 온 것을 알았다. '미안해, 자기...'
알고 보면 오운진이란 사내는 그렇게 즉흥적이고 충동적인데.
그렇게 위기를 또 한차례 넘기는 것인지.
두 사람은 다시 식장 안으로 들어왔다.
개리 시니어가 찾고 있었는지 눈길이 마주치자 얼른 오라는 손짓을 했다.
신랑 신부의 부친이 각각 5분간씩의 인삿말을 하는 차례가 있다는 것이다.
운진은 숙희를 한쪽으로 데려가서 얼른 몇자 적으라고 재촉했다.
숙희가 인텤스 카드에다 영어 단어를 몇자 적어가며 골자를 말해 주었는데.
개리 시니어와 애론의 보는 눈초리들이 별로 상쾌해 하지않는 것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쑤란 여인이 필요상 남편이란 이를 앞에 내세운 걸로 작정해 버린 것이었다.
주로 애론이 개리의 눈치를 살피며 모종의 생각인지 고개를 연신 끄떡였다.
[곧 알트가 저 여자에게 손길을 뻗칠텐데 어떻게 할까요, 보쓰?]
[그녀의 남편에게 달렸겠지. 어차피 자네는 월래스가 먼저 인수한 것을 못 팔게 승인을 안 해 줄 것 아닌가. 그럼, 당연히 알트가 쑤를 치겠지.]
[그만 둘까요, 보쓰?]
[만일 그게 쑤를 자네에게 오게 만드는 방법인 줄로 여긴다면, 그만 두게.]
개리의 그 말에 애론이 입맛을 쓰게 다셨다. "Because of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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