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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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6. 03:42

   파산해 버린 클로버 코포레이숀의 회장에 대한 부검 결과가 발표되었다. 
헬기 추락 사고 후 몇년만이다.
   '~일종의 화공약품 성분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고 그 부작용으로 극심한 두통을 겪었을 것이며, 그 때문에 조종사가 의식을 잃었기 때문에 이륙 즉시 근처 야산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며~' 운운. 
연방수사국 대변인이 미리 준비한 기사 내용을 똑같은 어조로 낭독했다.
   "말도 안 돼." 숙희의 속눈썹이 겉으로 보일 정도로 떨었다.
   "당신 사고 즉시 사보타지를 의심한다고 했잖아."
   "왜들 그래..."
   "프론티어 뱅크와의 합병 무산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그만!"
   숙희는 임신인 것도 깜빡 잊은 정도로 소파에서 발딱 일어섰다. "알지도 못하면서!"
   "허! 이사람이..."
   "자기는 몰라! 자기는 아무 것도 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이사람아!"
   운진이 리못 콘추롤로 텔레비젼을 끄고 역시 벌떡 일어섰다. "이제부터 당신 전화 불이 나겠구만."
   "뭐라고?"
운진은 그 말을 던지고 늘 그러듯 몸을 지하실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리빙룸 테이블에 놓인 숙희의 셀폰이 진동을 시작했다.
   "하하하!" 
그의 웃음소리는 닫히는 지하실 문에 잘렸다.
   '진짜 희한한 남자네? 뭘 그리 안다고!'
숙희는 선 채로 셀폰 스크린을 내려다 봤다. '엠 랠프?'
어쨌거나 그녀는 셀폰을 집어들었다. "헬로?"
   [헬로! 죠!]
   "What? (뭐?)" 숙희는 소스라치며 지하실 문을 바라다봤다. 
   "Long time no see, baby?"
   [나한테 어떻게 전화를 할 수가 있지?]
   "What's matter? You forgot me already? (왜 그래? 나를 이미 잊었어?)"
   랠프는 늘 그렇듯 능청거렸다. [뉴스 보았나?]
치! 숙희는 셀폰을 접었다. 
   '이게 미쳤나!'
그녀의 손에 쥐인 셀폰이 또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그런 채로 지하실로 달려갔다.
   "자기이! 전화 좀 받아줄래?"
운진은 모 가수의 노래를 귀청이 떨어지게 틀어놓고 술을 마악 따르는 중이었다. 
그가 쳐다보지도 않고 팔만 뻗쳤다.
   "소리 좀 죽이지?" 숙희는 저도 모르게 셀폰을 두 손으로 내밀었다.
   "헬로!"
   그가 스피커 볼륨을 줄이지 않고 냅다 소리부터 질러댔다. "I can't hear you! (당신을 못 알아듣겠다!)"
숙희는 순간적으로 후회가 들었다. '저러면 내 남편 저질이라고 여길텐데!'
   [뭐어? 누구?]
   운진이 계속 소리를 질렀다. "I said I cannot fucking hear you! (당신을 씨발 전혀 못 알아듣겠다고 말했잖아!)"
   "이리 내!" 숙희는 셀폰을 빼앗으려고 손을 뻗었다.
운진이 갑자기 스피커 볼륨을 죽였다. [누구라고?]
숙희는 여쨌거나 그에게 셀폰을 넘겨준 알량한 속셈에 후회하며 도로 달라고 손짓했다.
   [허허허! 너 알트 씹쌔끼! 너 아직도 내 아내에게 볼 일이 남아있냐?]
허걱!
숙희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미쳤어! 미쳤어!'
   [뉴스가 뭐 어쨌는데, motherfucker?]
숙희는 셀폰을 빼앗으려다가 운진이 달라진 눈빛으로 쏘아보는데 그만 물러섰다.
   "She didn't kill them! I didn't kill them! That's it, you f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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