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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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6. 03:44

   지하실에서 술을 더 할 것 같은 남편을 놔두고 윗층 리빙룸으로 올라온 숙희는 셀폰을 가만히 열어서 스크린을 봤다. 
남편과 얘기하는 새에 걸려왔던 발신인이... 
헉! 아담!
숙희는 리턴 콜을 서둘러서 눌렀다. 
   "헤이, 달링!" 숙희는 그 말을 최대한 죽여서 했다.
   "I bet you watched the news? (뉴스 봤겠네?)"
   애담의 말투가 전화기를 통해서도 차게 느껴졌다. [새삼스럽게 프론티어 뱅크와 주피터 뱅크의 합병이 다시 대두되면, 알트가 너의 목을 잡으러 갈 걸?]
   "Where're you at now, darling? (지금 어디야, 달링?)"
   [어디면? 올 건가?]
   [근처야? 아니면, 메릴랜드 밖이야?]
   "I asked if you're coming? (올 거냐니까?)"
   [지금은 남편이 있어서 안 돼.]
   "Then, call me when he's not home. (그럼, 그가 없는 날 전화해.)"
꾸뤀!
아담이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었다.
숙희는 셀폰에서 아담이 걸어온 히스토리를 지웠다. '돈을 빨리 빼내야 하는데!'
그런 작업은 천상 아담에게 시켜야...
남에게 시켰다가 섣불리 노출되면 아이알에스에 발각되고, 그렇게 되면 골치 아파진다.
   '어쨌거나 몸을 풀어야 움직여도 움직이지?'
숙희는 이제 전화 걸어올 사람이 없으려니 하고, 셀폰을 부엌 식탁에 놓았다. 
그리고 이층 침실로 가서 누웠는데... 
   "응? 말소리 같은데?" 
숙희는 두런두런 말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 침대에서 내려섰다.
   [I don't know, man. 그녀가 돈 관리를 다 하기 때문에, 나는 돈이 얼마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전혀 모른다. I'm not lying, man.]
   운진의 음성이 들려왔다. [Like I said, 그녀가 모든 돈을 핸들한다.]
숙희는 방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놓고 열심히 엿들었다. '누구랑 전화 하는 걸까?'
   [애담이 당신한테 갔었지 않나?]
허걱!
숙희는 숨이 멎었다.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숙희는 설마 했다. '제프와? 제프는 감옥에 있는데?'
운진의 말이 이어졌다. "I think she wants to return your money. (난 그녀가 당신의 돈을 돌려주기를 원하는 것 같은데.)"
   '제프! 제프다!' 
숙희는 뛰쳐 나가려고 방문을 열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멈칫했다. 
남편의 다음 말 때문이었다.
   [애담은 며칠째 종무소식이다. 그가 당신을 만나고 난 결과를 아직 못 듣고 있지.]
숙희는 그 쯤에서 말을 막아야 한다고 방을 나섰다.
   "You, rejected my request! (당신이, 나의 요청을 거절했지!)" 운진이 언성을 높혔다.
숙희는 복도에서 주춤했다.
   [당신의 돈은, 사실, 애담이 수고한 것이 아니라 자동입금식으로 와이어되었던데?... 그렇다니까?... 예, 맨. 그러니까 돈을 되돌려 보낸다면, 애담편이 아니라 온 그대로 와이어로 보내면 될테지...]
   '저 이가 그런 내막을 어떻게 소상히 잘 알지?' 
숙희는 조심조심 걸어서 방으로 도로 들어갔다.
운진이 방으로 올라왔다. "당신, 애담하고 통화한 적 없나?"
   "왜 그러는데?" 숙희는 자다 깬 연기를 했다.
   "제프는 제 돈 돌려주지 말라 하고. 돌려준다 해도 애담을 통하는 게 아니라, 온 것 그대로 와이어로 보내면 돼. 제프도 애담을 못 믿더라구. 말도 다 안 전하고."
그 말을 끝으로 운진은 방을 나갔다.
숙희는 이불을 젖히고 천장에다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참 나. 희한한 사람이네!... 그런데 왜 다들 저 사람한테 시시콜콜 일러 바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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