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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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7. 01:00

   정애는 숙희가 산다고 말한 동네 부근을 대강 어림잡고 헤매고 있다가 운진의 전화를 받았다.
   "보고 싶어요. 한번만 만나주세요. 아직도 나한테 화나셨어요?"
   "이러면 안 된다는 걸 먼저 알면서... 내가 연락하기 전에는 전화하지 말랬잖아."
   "알아요. 이번 한번만 나 좀 만나줘요. 이번 한번만..."
   "왜. 무슨 일인데?"
   "전화로 하기엔 좀... 얼굴이라도 보면서 얘기하고 싶어요. 잠깐이면 되는데." 
   "운전 중인가? 소음이 들리네." 그의 말투는 이제 아주 친한 사람에게 하듯 하다.
   "네. 길도 잃었어요. 개스도 거의 떨어져 가고..."
   "지금... 운전하는 도로가 뭔데?"
   "그것도 몰라요. 아무 것도 못 봐요."
정애는 차를 아무데나 세우고 눈물을 주체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주위를 보고, 눈에 띄는 간판이나 길 이름을 말해."
   "간판요?"
   정애는 눈물을 훔치며 주위를 둘러봤다. 
멀리 월마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월마트랑. 리꺼 스토어 사인판이 보여요."
   "길 표시판은 안 보이구?"
   "네. 어디 깜깜한 데 세웠어요."
   정애는 차 잠김 장치가 제대로 내려가 있나 부터 봤다. "아, 비피? 개스스테이숀이 보여요."
   "어딘지 알았어. 금방 나갈께."

   운진은 십분도 안되어 정애가 차를 세운 근방에 나타났다. 
그는 정애의 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비피 개스스테이숀에서 어디요?"
   "혹시 실버 칼라 차세요?"
   "벤즈."
   "지금 앞으로 지나가시네요."
운진은 깜깜한 방향에서 헤드라이트가 반짝하는 것을 발견했다. "봤어."
   운진이 공터에다 벤즈 차를 세우자마자 정애가 다가왔다.
옆자리 문이 풀리고, 정애가 얼른 올라탔다. "숙희는 자요?"
   "잔다고 올라가는 것만 봤어. 잠들었는지는 모르고..."
   "너무... 흑!"
   정애가 울음부터 터뜨렸다. "오늘 오 선생님 못 보면 죽으려 했어요. 너무... 힘들어요."
   "왜 그러시는데..."
   "아들애가 학교에 없대요."
   "뭐? 아니, 왜?"
   "학교에서 연락이 왔어요... 퇴학시킨다고."
   "뭐?" 
   운진은 주머니에서 셀폰을 부랴부랴 꺼냈다. "헬로?"
전화건 사람은 챌리였다. 엄마가 찾는다고. "Where are you, dad? (어디 있는데, 아빠?)"
   "I'm at Walmart looking for a new movie. (나는 월마트에서 새 영화를 찾고 있어.)"
   "Oh, for holiday? (아, 휴일 때문에?)"
   "Yes. Tell her I'll be home shortly. (그래. 그녀보고 내 금방 집에 간다고 말해.)"
   [오케이.]
통화는 일단 그렇게 끝났다.
   "숙희 안 자나보죠?" 정애가 긴장되어 울음이 뚝 그쳤다.
운진은 셀폰을 차 콘솔 박스 위에 놓았다. "자는 줄 알았더니." 
   "저 어떡해요? 아들을 찾아야 하는데... 아무 것도 못 하겠어요."
   "셀폰 같은 거?"
   "전화를 안 받아요..."
그런데 운진의 눈이 정애의 몸을 샅샅히 살펴본다.
남자는 그런 것이다. 그는 숙희가 자존심 상하게 말한 것 때문에 불쾌했던 것이 정애를 보고는 확 어디로 데려가서 하고 싶은 욕정으로 변하는 것이다.
   아니면, 십할, 차안에서 한번 시도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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