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pt.3 17-2x162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7. 01:00

   운진 그가 지하실을 대강 치운 후, 끝으로 타올들을 세탁기에 돌리고 안방으로 올라오니, 숙희는 그녀가 말한 그대로 하라는 뜻인지 아예 홀랑 벗은 채 모로 누워서 잠이 들었다.
그는 숙희의 엉덩이로부터 시작해서 허벅지를 쓰다듬다가 엄청나게 부른 배를 어루만졌다.
숙희는 한국 여인치고 평균을 윗도는 덩치의 소유자이다.
   '이런 여자를 아내로 갖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사치일 정도지.'
운진의 뇌리에 정애의 말이 또 떠올랐다. '한국에 소문날 정도로 여기서...' 운운.
숙희가 잠결에도 손길을 느꼈는지 돌아누웠다. 
   "이제 올라왔어?"
   그녀가 눈은 뜨지않고 손으로 더듬어서 그의 입언저리를 찾았다. 그녀가 머리만 잠깐 들어서 그에게 쪽 소리나는 입맞춤을 했다. "왜, 안 해?"
   "됐어어." 그는 숙희의 노출된 맨 어깨를 덮어주었다.
숙희가 하반신은 닿지못하고 상반신만 가까이 하고는 다시 잠들었다.

   운진은 개리가 통화 도중 챌리 얘기를 하며 감사의 뜻을 표한 것을 기억했다.
   [내 아들 주니어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고. 챌리로 하여금 아무 일도 못 하도록 나서오. 좋은 징조겠지. 정말 고맙소.]
   개리가 오랫만에 웃어본다고 했다. "She is so adorable, Woody. I really thank you for that. (그녀는 아주 귀엽소, 우디. 그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오.)"
어제의 적이 하루 아침에 오늘의 벗이 된 경우인지.
운진은 챌리에게 늘 미안하다.
챌리가 주니어와 드문드문 데이트를 시작했을 때, 아비로서 전혀 관심을 주지 못 했다. 아니. 
오히려 빨리 어울려져서 그저 빨리 떠나기만 기원했을까. 
그래야 운진 그도 빨리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두 어른의 필요에 의한 의도적인 접근 작전이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실을 맺었지만 그래도 그 두 어른의 속마음에는 평생 지워지지않을 미안함이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아니. 
그것이 어른들의 양심에 평생 지워지지않을 화인이 될 줄은 모를 것이다.
   추수감사절이 이틀 후로 다가왔다. 챌리가 혼자서 왔다. 
   "주니어는 투머로..."
   그리고는 챌리가 새엄마의 배를 얼싸안았다. "브라더야, 시스터야, 엄마?"
숙희가 챌리를 곱게 흘겼다. "아직 몰라."
   "언제 듀(due)야?"
   "원 모어 먼쓰."
   "빨리 나와라 하지. 나 베비 낳는 거 보고싶어."
   "뭐어? 그건 안 돼지, 얘." 계모의 얼굴이 빨개졌다.
   "왜! 나 엄마 베비 낳는 거 볼건대?"
   "얘는..." 숙희는 걱정이 쌓이기 시작한다.
   "참, 아빠는?"
   "일찍도 물어본다. 킴벌리 태우러 에어포트 가셨어."
   "키미가 오늘 와?"
   "제이콥이랑."
그럴 때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허니, 아임 호옴(honey, I'm home)!"
   킴벌리의 경쾌하고 허스키한 음성이 터졌다. "하이, 마미!"
킴벌리도 달려와서 새엄마의 배를 안았다.
킴벌리는 배 위로 입맞춤도 했다. "보이야, 걸이야, 엄마?"
   "She doesn't know yet. (그녀가 아직 모른대.)" 챌리가 대신 대답했다.
킴벌리가 그제서야 언니를 안았다가 떨어졌다. "하이."
이어 현관문이 열리고 제이콥이 앞장 서서 들어섰다. "헬로, 에브리바디!"
   "하이, 제이콥!"
   "하이, 제이콥!" 
챌리와 새엄마가 동시에 말했다.
제이컾이 장모의 부른 배를 보고 두 팔을 벌려서 가리켰다. "Beauty itself! (미 그 자체!)"
이 집 안주인의 얼굴이 홍당무보다 더 붉어졌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3 17-4x164  (0) 2024.09.17
pt.3 17-3x163  (2) 2024.09.17
pt.3 17-1x161 후회할 일들을 만들고  (0) 2024.09.17
pt.3 16-10x160  (1) 2024.09.16
pt.3 16-9x159  (2) 2024.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