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pt.3 17-3x163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7. 01:00

   챌리와 킴벌리가 새엄마 옆에 붙어 앉아서는 그저 신기한듯 신이 났다.
   "챌리, 베비 안 가져?" 킴벌리가 물었다.
   "노!"
그러다가 눈들이 일제히 킴벌리에게 쏠렸다.
   "노오! Are you crazy?" 킴벌리가 펄쩍 뛰었다.
추수감사절이 늘 목요일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금요일도 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짧은 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의 이동이 방송마다 이슈이다.
다행히 킴벌리네는 이른 비행기편을 잡아서 편안하게 왔다고.
딸 둘의 성화에 못 이겨서 새엄마는 감춰 놓았던 김치를 꺼내와야 했다.
   "Oh, this! (아, 이것!)" 제이콥이 되려 반겼다.
숙희가 김치 그릇을 가리켰다. "Do you know what this is? (이게 뭔지 네가 알아?)"
   "Of course! This is what Kimmie buys from oriental grocery store. (물론이죠! 이것이 키미가 동양 식품점에서 사는 그것이죠.)" 제이콥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숙희가 킴벌리에게 말했다. "영국에도 김치 파는 데가 있니?"
   "그러엄! 근데, 엄마 보다 맛이 없어." 
   킴벌리가 맨 입에 김치 조각을 집어 먹었다. "으으음!"
   "희한하지?"
   숙희는 남편을 돌아다 보고 웃었다. "말해줄까? 자기가 사 먹자 해서 사는 김치라고?"
운진은 그저 식 웃기만 했다.
   딸 둘이 엄마도 사서 먹는 김치라는데도 그것과 함께 밥 한공기씩을 뚝딱 해치웠다.
제이콥은 흰 밥에 버터를 섞어서 계란 말이와 함께 먹었다.
   "우리, 엄마, 가끔 나가서 사 먹는데, 되게 비싸. 원 파운드 이꿜 얼모스트 투 달러?" 
킴벌리가 남편 제이콥의 동의를 구했다.
   "Oh, yeah! Pretty expensive. (아, 네! 매우 비싸요.)" 제이콥이 눈을 휘번덕거렸다.
밥들을 다 먹고 난 뒤, 숙희의 말에 의해 운진은 창문을 죄다 열었다.
딸 둘과 제이콥이 와인 한잔씩 한다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운진이 설겆이를 하고 있고, 숙희가 다음날 시장 볼 것들을 점검하고 있는데,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운진의 셀폰이 아까부터 계속 진동음을 내었다.
결국 숙희가 그의 주머니에서 셀폰을 뒤졌다. "누군데 아까부터 계속..."
   "내버려 둬." 운진이 다리를 뒤틀었을 때는 셀폰이 숙희 손에 이미 쥐어진 후였다.
숙희가 버튼을 조작해서 받지못한 통화를 점검했다. 
   "Bookstore?"
   그녀가 그의 셀폰을 그의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붘스토어에 뭐 주문했어?"
   "아, 붘스토어야?" 
운진은 당황함을 애써 감추었다. '그 여자, 차암...'
숙희가 부른 배를 어루만지며 부엌을 나갔다.
운진은 새삼 아내가 어디 가서 앉았나 하고 살펴봤다. '큰일날뻔 했군. 붘스토어로 남겨 놓았으니 다행이지, 만일 이름으로 나왔으면... 생각만 해도.'
   "자기, 나 먼저 올라갈께. 피곤해서 좀 쉴래." 하고는 숙희가 계단으로 향했다.
   "오오오! 그래요."
운진은 수돗물을 끄고 젖은 손을 마른 행주에 딲았다. '어디 가서 전화를 하지?'
자꾸 지하실이 쳐다봐진다. 거기는 수신이 아주 나빠서 잘 끊어지는데... 
그렇다고 수상하게 보이도록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부엌에서 망을 보며 하자니 애들이 언제 불쑥 올라올지 모르고.
다들 잠든 후에 하자니 그녀도 잠자리에 들테고. 
   '어쨌거나 무슨 이유가 있으니 자꾸 거는 걸텐데... 아니면, 아예 까놓고 나오라고 부르는 건가?'
운진은 애들이 어떻게 돌아가나 보는 척 하고 지하실 문을 열었다.
딸 둘과 제이콥은 아빠가 내려다 본 것을 알지도 못하고 좀 취한듯 큰소리로 떠들어댔다.
운진은 지하실 문을 살며시 닫고 부엌으로 도로 왔다. 
그리고 이층이 정면으로 보이도록 앉은 다음 셀폰을 마치 숨긴 보물을 꺼내듯 끌어냈다.
새삼스럽게 '붘스토어'를 찾아서 누르려는데 손끝이 떨렸다.
   오늘 보자 하기엔 좀 그런데 말야...

'[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3 17-5x165  (0) 2024.09.17
pt.3 17-4x164  (0) 2024.09.17
pt.3 17-2x162  (0) 2024.09.17
pt.3 17-1x161 후회할 일들을 만들고  (0) 2024.09.17
pt.3 16-10x160  (1) 2024.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