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pt.3 17-9x169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7. 01:04

   땡쓰기빙 이브 밤.
길거리는 차 한대도 없이 그야말로 텅 비었다. 갈 사람 다 갔고 올 사람 다 온 것이다.
운진은 빈 거리를 벤즈 차로 달리며 식식거렸다.
무력에 못 당해서 아내 숙희에게 셀폰을 빼앗겼고.
숙희가 '붘스토어' 번호를 걸어서 정애임을 재확인했고.
운진은 그 길로 달아나 나온 것이다.
셀폰을 빼앗기고 보니 김정애의 번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늘 입력된 순서만 눌러서 걸어왔던 탓에 번호를 모른다.
   '에잇! 결국 그 여자 때문에...'
운진은 차 핸들을 몇차례 두드렸다. '맞다! 누이가 그 여자를 알지, 참!'
운진은 그 밤중에 누이의 아파트 문을 두드렸다.
마잌이 자던 눈을 비비며 문을 열었다. "어, 엉클?"
   "엄마 주무시니?"
   "She's not home. (그녀는 집에 없어요.)"
   "어디 갔다 아직 안 온 거야?"
   "노. 엄..."
   마잌이 잠이 점점 깨이는지 이제는 고개를 바로 했다. "누가, 콜 해서, 엄마, 갔어요."
   "누가?"
   "Some Korean lady. (어떤 한국 여인.)"
   "I knew it! (내 그럴 줄 알았지!)"
운진은 그 길로 돌아서 나왔다. '그 여자가 누이한테 보자 했겠지!'

운진은 차 안에서 졸다가 추워서 깨면 차 시동을 걸어서 히터를 나오게 했다가 하면서 누이가 오도록 기다렸다.
새로 두 시쯤 되어 한쪽 헤드라이트가 꺼진 소형 승용차 한대가 아파트로 들어왔다.
   '왔다!'
운진은 히터를 쬐던 발동을 껐다. '보나마나다. 그 여자가 누이를 보자 했겠지.'
그 차가 차 댈 곳이 없어 움찔움찔거리며 지나쳤다.
운진은 누이의 차임을 재차 확인하고, 차에서 내렸다.
   "운진이니?" 
멀리서 운서의 음성이 날아왔다.
운진은 누이가 안심하도록 손을 들어 보였다. "예, 나요."
   "어떻게 알고 왔어?"
   운서가 동생 운진 앞에까지 와서 멈춰섰다. "그럼, 내가 누굴 만나고 오는지도 알겠네?"
   "김정애?"
   "그래. 너 어쩔려구 그래?"
   "내 이 쌍년을! 왜 만났는데요? 어디까지 얘기 나누었는데요?"
   "으응. 우선... 니 말대로 그 여자 아들, 한국에 나갔어. 걔 아버지가 비행기표 보내줘서."
   "거 봐요! 내가 그랬거든요! 한국에 나간 거 아니냐고."
   "그래. 그리구... 너 그 여자랑 어떻게 할 건대?"
   "엉? 어떻게 할 거냐니요?"
   "너... 니 처한테 내쫓겼잖어."
   "벌써... 알어요?"
   "니 처가 그 여자한테 그랬대. 멀리 도망가는 게 좋을 거라고. 잡히기만 하면 가만 안 놔둔다고. 니 처가 무슨 깡패니? 넌 어디서 그런 여자하고..." 
   운서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나 비로소 실망하고 후회한다."
   "김정애 전화 번호 좀 주슈."
   "뭐 어쩔려구?"
   "나를 이렇게 해 놓았으면 잘 자리라도 제공해 줘야죠."
   "미쳤어! 미쳤어!"
   "그럼?... 나 이제 집에두 못 들어가요. 그 여자 때문에 난 끝났다구요! 차라리 잘됐어요!"
   "그래도 그러는 건 성급해, 동생."
   "어쨌든 그거한테 전화 좀 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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