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집 안에 불이란 불은 죄다 켜놓고 리빙룸 소파에 조각처럼 앉아있다.
엄마가 긴장해서 그런지 뱃속의 아기도 가만 있다.
그녀는 부엌 식탁에서 아까부터 진동하고 있는 그녀의 셀폰을 무시하고 있다.
그녀가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은 남편이 걸어오는 전화가 아닐 것이라는 것.
셀폰은 이제 잠잠해졌다.
딸등은 벌써 들어왔다가 아빠가 안 보이고, 집안의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모두 지하실로 내려가서는 숨소리 조차 안 내고 있다.
숙희는 남편이 외박했다는 자체보다는 정애가 관련되어있다는 것에 더욱 못 참고 있다.
'왜 하필이면 정애 걔야!'
그 점이 숙희를 더욱 미치게 만드는 것이다. '허구많은 여자 중에 왜...'
정애에게 배 불러온 것을 자랑하러 갔던 것이 실수 같다.
그리고 아담으로부터 시간이 촉박하다는 말만 듣고 남편에게 실수를 한 것 같다.
남편이 제프와 통화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돈은 애담이 수고한 것이 아니라 자동 입금식으로 와이어되었던데? 그러니까 돈을 되돌려 보낸다면, 애담편이 아니라 온 그대로 와이어로 보내면 될테지.'
그렇다면, 아담이 돈을 빨리 빼돌려야 한다는 말이 이제 와서 사기 아닌가?
아담이 제프의 돈을 직접 옮겨온 것이 아니라 자동입금식으로 이동되었다면 누군가가 돈에 대해 훤히 알고 있으며, 따라서 돈은 그 움직임을 관찰 당하고 있다는 말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제프의 돈을 움직여준 인물이라야 되돌려 줄 수 있다는 말 아닌가?
'그 이는 돈이 어떻게 움직여졌는지 안다는 말이잖아!'
숙희는 누구를 통해 남편과 연락하나 하고, 벽시계를 올려다봤다. '운서언니?'
그 때 그녀의 셀폰이 부르르르 떠는 소리를 또 냈다.
허걱!
숙희는 자지러지게 놀랐다.
'자정이 임박한데도 자꾸 누구야!'
숙희는 부지런히 걸어다니며 불이란 불을 다 껐다.
그리고 이층으로 올라가서 커튼에 몸을 숨기고 밖을 내려다봤다.
헉!
'저거 아담 차잖아!'
숙희는 벽에다 몸을 기댔다. '그 이가 집에 없는 걸 아나 봐?'
운진과 결혼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키쓰는 물론 서로의 몸을 애무하고 한 침대에서 자곤 했던 아담인데.
결혼 후에도 혹간씩 폰셐스를 하며 킥킥거린 아담인데.
시기만 맞으면 돈을 모두 빼돌려서 같이 달아나기로 약속한 아담인데.
그런 아담이 집 앞에 와있으면서 전화시도를 계속 하는가 본데 숙희의 가슴이 떨린다.
바로 만 하루 전만 해도, 즉 운진이 음식을 사러 나가자마자 아담과 통화를 했을 때만 해도, 아담에 대한 기분이 이렇지는 않았다. 그를 여전히 달링이라고 불렀는데.
남편이 제프와 통화한 내용을 엿듣고는 아담에 대한 감정이 변했다.
숙희는 너무 신경쓴 탓인가 배가 꼿꼿해져 옴을 느끼고는 벽을 타고 주저앉았다.
그녀는 숨이 가빠오기도 했다.
그녀는 배를 어루만지며 옆으로 살살 누웠다.
뱃속은 마치 개스가 가득찬 것처럼 밖으로 팽팽해져갔다.
'아호오! 배야! 왜 이러지?'
숙희는 어쩔줄 몰라 배를 부지런히 문질렀다. '벌써 나오려는 건 아니겠지?'
숙희는 아랫층 현관문에서 노크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쟤들! 나가면 안 돼!'
숙희가 힘든 몸을 일으켜서 방을 나서니, 아랫층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왔다.
"맘?" 킴벌리의 음성이 들려왔다.
"Kimmie? What's going on? (키미? 무슨 일이야?)" 숙희는 계단 끝에까지만 갔다.
현관일 것 같은 방향에서 귀에 익은 문 닫힘 소리가 들렸다.
"응? 누가 왔니?"
"어..." 챌리의 그렇게 내는 소리가 들렸다.
곧 제이콥이 계단 아래에까지 왔다. "A man was looking for a neighbor. He said he's got a wrong house. (남자 하나가 어떤 이웃을 찾고 있어요. 집을 잘못 찾았다고 하네요.)"
쑤는 계단끝에 무너지듯 그렇게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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