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pt.3 18-1x171 김정애와 한숙희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7. 01:08

김정애와 한숙희

   숙희는 애들로부터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봤다.
자동차 한대가 집 앞을 마악 떠나고 있는데, 그 차의 뒤의 빨강색 렌즈가 숙희의 눈에 몹시 익어 보였다.
허걱! 
그녀는 그 차의 꽁무니를 많이 쫓아다녀봐서 잘 안다. '역시 아담이었구나!'
아담이 대담하게도 한밤중에 이 집 문을 두드린 것이다.
남편이 아직 집에 없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랬다가 애들을 대하니 거짓말로 둘러대고 가는 것이다.
   이상한 예감이 숙희의 머리를 스쳤다. 마치 잘 키워온 과실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렸던 열매들이 갑자기 안 보이는 그런 장면이 연상되고, 그녀는 어디론가 홀로 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숙희는 이번에도 벽을 타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배가 아까보다는 많이 말랑말랑해졌다.
   '이상하지? 갑자기 왜 아담이 두려워지지?'
숙희는 무릎을 세워서 배에 부담이 가지않도록 하고 앉았다. '남자들 중에 아담을 내가 가장 만만해 했는데... 우리 둘이 장난도 제일 많이 치곤 했는데...'
누가 올라오는지 계단을 딛는 소리가 들렸다.
허걱!
숙희는 차 한대가 떠나 가는 것을 눈으로 보기는 했지만 혹시나 해서 놀랬다.
옆방 문이 여닫히는 것으로 미루어 킴벌리가 전에 쓰던 방으로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숙희는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간 다음 침대로 올라가 누웠다.
이제 날이 밝으면 땡쓰기빙 데이 아침이다.
칠면조 구이와 그에 곁들인 음식들을 주문해 놓았는데, 누가 그것들을 찾아오나...
숙희는 창쪽을 등지고 누우려다가 더 무서워서 그 쪽으로 돌아눕되 이불을 끌어올려서 얼굴을 가렸다. 
진작에 이렇게 누우면 남편을 향해서 눕는 건데...
숙희는 눈썹들이 천근같은 자석처럼 맞붙었는데, 머릿속이 텅 비어가는 것을 느꼈다.
역으로 말하자면 올가즘 때 느끼는 그런 짜릿함처럼 몸이 공중으로 뜨는 기분이었다.
   '이 이가 셀폰도 빼앗겼다는 핑게로 정애한테 가 있으면 어떡하지?'
숙희는 긴 한숨을 내쉰다는 것이 끝에 가서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그 기집애가 내 눈 앞에 또 나타나서는 내 속을 완전히 뒤집어 놓네! 이게 한두번도 아니고! 나랑 무슨 철천지 원수지간도 아니고!'
숙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흑흑 울기 시작했다. '나 어떡해... 이러다가 운진씨 잃고 돈 마저 도로 다 빼앗기면, 나 어떡해! 그게 어떻게 번 돈인데!'
   운진의 고함소리가 숙희의 귓전을 울렸다. 
   '나와 결혼한 이유가 뭡니까! 나랑 결혼한 목적이 뭡니까! 당신 눈에 내가 만만해 보여?'
숙희는 이불을 끌어 올려서 머리까지 다 덮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남편이 동창 정애와 아직도 연락을 취하는 줄 알고 속상해서가 아니다.
아담이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것처럼 이제는 못 믿을 남자라서가 아니다.
이제 알트의 공격이 시작될 것에 미리 자지러지는 것이다.

   한편 같은 날, 개리는 땡쓰기빙 이브도 없이 전화통이 불이 났다.
한결같이 쑤의 남편이 집을 비우고 나갔다는 보고였다.
   [어디 친척들하고 어울리러 간 건 아닌가?]
   개리는 아들과 며느리 챌리가 새엄마랑 땡쓰기빙 디너를 먹겠다고 떠난 것을 기억했다. [이제 날 밝으면 땡쓰기빙인데... 저들끼리 또 따로?]
   [둘 사이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죠.]
   애론이 덧붙여 말했다. ""He looked like a man at the end of patience. (그는 인내의 끝에 선 사람처럼 보였죠.)"
   [그럴테지... 그런데 머리가 비상한 자 같아.]
그리고 알트도 똑같은 보고를 받았다.
   [아니지. 쑤만 집에 있고 우디만 나갔다?]
   알트는 흥분해서 부들부들 떨었지만 한편으로는 수상하다고 느꼈다. "It might be a bait? (어쩌면 미끼일지 모른다?)"
그는 부하 하나의 말을 인용했다.
   저도 시간이 촉박하니까 자꾸 헛점을 보이는 척 우리를 유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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