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pt.4 15-1x141 인생의 반환점을 돌다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8. 00:49

인생의 반환점을 돌다

   다음날, 킴벌리가 챌리와 들이닥쳤다.
   "댇! 아 유 오케이?"
   킴벌리가 문간에서부터 소리쳤다. "맘? 댇?"
우디와 수키는 부엌에 있다가 내다봤다.
   "대디!"
   킴벌리가 두 팔을 벌리고 달려왔다. "유 오케이!"
킴벌리가 제 아빠의 목을 안고 돌았다.
아비는 기운이 없어 휘청하면서도 버티었다.
챌리가 화장실에 다녀와서는 리빙룸을 두리번거렸다. "맘. 애담은?"
   "오, 젖 먹고 제 방에서 자는데, 너 마침 잘 물었다. 손 씻고 따뜻하게 만든 다음, 애담 기저귀 좀 볼래?"
   "네!"
   "나두!"
챌리와 킴벌리가 다투어 이층 계단을 올라갔다.
   "자기, 이런 것도 자랑해도 돼. 애들이 착하잖아. 시집 가서도, 그것도 영국으로 가서 살면서도 아빠가 사고 났다 하니까 부랴부랴 달려오는 거."
킴벌리가 애담을 안고 내려왔다. "He's got a tiny dick! (그는 작은 고추를 가졌어!)"
   [셭 엎, 키미! 내스티!] 챌리가 동생을 살짝 때리는 시늉을 했다.
   "결혼들 다 해놓고 뭐가 신기해."
   숙희가 전혀 스스럼없이 말했다. "다 큰 어른 걸 보면서."
   "엄마!"
   "But!"
챌리와 킴벌리가 펄쩍 뛰었다.
운진은 그런 농을 서슴없이 하는 숙희가 갑자기 낯설다.
   '하긴 수십명의 것을 봐 왔으니 애들 앞에서도 뻔뻔하겠지.'

   딸 둘이 아빠 엄마가 해 준 저녁을 잘 얻어먹고. 
아빠 엄마랑 얘기도 많이 나누고. 
그리고 챌리가 자매에게 후식 사겠다는 남편 주니어를 만나러 간다고 동생과 서둘러서 나갔다.
딸들이 완전히 떠난 다음에야 수키는 남편에게 눈을 흘겼다. 
   "기껏 생각해서 용돈 줬더니 딸들에게 나눠주니? 쟤네들이 당신 보다 돈 없을까 봐? 있으면 더 있지."
   "나는 뭐 딱히 어디다 쓸 데도 없고. 킴벌리는 비행기 삯이 장난 아닐 텐데..."
   "잘 했다는 말이야. 내가 또 줄께."
   수키가 남편의 볼을 쥐고 입맞춤을 했다. "오늘... 내가 또 안아줄까?"
   "요즘 당신 기분이 계속 좋은 모양이군."
   "이러다가 우리 둘째 임신하는 거 아니니?"
수키의 그 말에 우디가 피하는 장난을 하다가 소파에서 떨어졌다.
그게 약간 화근이었다.
운진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왼쪽 옆구리에 몰랐던 통증을 느꼈다. "아오!"
   "왜, 왜, 왜! 어디가 아퍼?" 
   숙희가 덤벼들었다. "어디 좀 보자, 자기!"
   "나 좀 가만... 놔둬봐 봐."
운진은 허리에 손을 얹고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호흡을 조절했다.
숙희가 거의 충동적으로 남편의 머리를 가슴에 또 안았다. 그리고 그의 머리에다 입술을 마구 부벼댔다.        
   "당신 갑자기 왜 이러는데..."
   "자기가 너무 좋아서!"
   "좋은 감정을 이렇게 즉흥적으로 나타내나?"
   "속에서 받쳐 올라오는데, 그럼!"
   "나 좀 놔둬보시요. 허리 아픈 게 얼른 안 가라앉네."
   "이대로 안고만 있을께."
운진은 그녀의 무댓보에 신경질이 났지만 참고 아픈 옆구리를 가라앉히느라 호흡만 다스렸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4 15-3x143  (2) 2024.09.28
pt.4 15-2x142  (0) 2024.09.28
pt.4 14-10x140  (1) 2024.09.28
pt.4 14-9x139  (0) 2024.09.28
pt.4 14-8x138  (3) 2024.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