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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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9. 04:54

   숙희는 배달되어온 음식을 먹으며 남편의 눈치를 연신 살폈다.
운진은 면이 담긴 일회용그릇을 들여다 보며 젓가락질만 했다.
숙희는 입술을 달짝거리다가 용기내어 말했다. "혹, 아담한테 무슨 일 있어?"
   "없어!" 운진이 완전 시베리아 벌판처럼 찬바람을 풍겼다.
   "돈... 뭐에 필요한데?"
   "그런 건 알 필요없고. 내 돈 해내면 뭐에 쓰든 내 알아서 쓸 거요."
   "내 돈 니 돈이 어딨어... 우리 사이에."
   "당신 돈은 못 쓰겠다잖아."
   "아휴..."
   "이렇게 질질 끈다고 우리 사이 나아지는 거 없고. 나한테서 가져간 돈 돌려주면, 소송 같은 거 없이..."
그의 다음말은 그녀로 하여금 끊어졌다. "제발!..."
   "당신의 그, 이중성계략에, 글쎄, 멍청한 놈 아니고서야, 어느 놈이 몇이나 넘어갈까?"
   "이중성... 계략이라니?"
   "완전!..."
   "말해 줘.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이중성이라니..."
   "나더러 제프를 만나달라 하고는, 또 누굴 보냈나?"
   "그, 그건..."
   "누구야?"
   "그건..."
   "내가 알아맞춰 봐?"
   "아휴..."
   "제레미지? 그치?"
허걱!
숙희는 손에서 젓가락이 미끄러졌다.
운진이 흐흐흐 하고 코웃음을 쳤다. "내가 제프에게서 돈 빌리는 거 실패하면, 제레미의 회사를 회생시키지 못하니까, 제레미를 이차로 준비해 놓았는데."
   "아휴..."
   "정작 돈은 개리에 의해서 옮겨졌고..."
   "다 지난 얘기를 내가 괜히..."
   "개리가 애론에게 돈을 뺏기고는 나더러 아직도 친구냐 하더군."
   "그래서?"
   "내가 지금 당신더러 반문하라고 말하는 건가? 어이없어서 당신네들을 비웃는 거지?"
   "당신네들을 비웃는다구?"
   "그런 식으로 당신한테 돈이 모이는 걸... 세살 먹은 어린애도 아는데. 한숙희씨, 나랑 무슨 농담 따먹기를 하는 거요! 아직도 당신이 똑똑하고 잘 나서 그 돈을 모으는 것 같소?"
   "당연히 내가..."
   "내가 당신에게 희생양이 되어줘야 하는데, 못해주겠소. 여러 말 말고 내일까지 내 돈 해주시요."
운진이 먹다만 것들을 부엌 쓰레기통에다 처넣었다.
숙희는 떨어진 젓가락을 주울 생각도 없이 식탁에 눈이 꽂혔다. 
   '아직은 때가 아닌데...'
   '랜디가 아담만 할래는지. 그런데, 랜디도 남들과 다 똑같이 나를 원하고 있으니...'
   '그런데 저 이가 어떻게 저리 잘 꿰뚫어보고 있지?'
저만치서 운진의 말이 숙희에게 날아왔다.
   "당신네들이 계획한 그 때까지 내가 남편 노릇을 해줘야 하나 본데, 내가 미리 그만 둔다 하니, 내가 괜히 미안하군."
연이어 지하실 문 여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숙희는 그 문 쪽에 대고 눈을 흘겼다.
연이어 지하실에서 뭔가가 계속 깨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마 경고한 대로 술병을 벽에다 던져 작살내는 모양이다.
   '저 인간이 미쳤나 봐...' 
숙희는 처음으로 겁이 났다. 그런데 어떻게 저리 잘 알지? 
아니면, 그 인간들이 저 이까지 끌여들여서 날 죽이려고 합세하나?
저 이는 그 전에 자기 돈 따로 챙기려고 저 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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