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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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9. 04:49

   운진은 완전히 피곤한 모습으로 귀가했다.
   "자기! 하루 종일 어디 갔었어?"
   숙희가 반갑게 달려갔다. "밥은 먹었어, 자기?"
   "비켜!" 
운진이 숙희의 손길을 뿌리치고 지나갔다.
   "자기이... 왜 그래?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숙희의 비굴함은 이럴 때 나오는 법이었다.
운진이 홱 돌아서며 숙희를 째려봤다. "왜 내 돈 내놓으라는 것 마저도 안 내놓고, 헤어지자는데 안 헤어져 주는 거요!"
   "자기..."
   "개리가 훔쳐간 돈 찾아주면 내 돈 내놓는다고 했잖소! 개리가 훔쳐간 돈 뿐만 아니라 애담이 빼돌린 돈도 다 찾아줬는데, 왜 안 주는 거요!"
   "나 자기랑 이혼 안 해."
   "해!"
   "자기이..." 숙희가 또 울려고 했다.
   "노! 그런 쌍판떼기 보이지 마! 갈롱맞은 것 같으니라구! 내일까지 내 돈 내놔! 이 집 나갈 테니까."
운진이 지하실로 향했다.
숙희가 그를 쫓아서 지하실로 갔다.
   "자기, 내 말 좀 들어 봐."
   숙희는 운진의 팔을 붙잡으려다가 확 뿌리쳐졌다. "내 말 들어 봐!"
운진이 벽장의 술부터 꺼냈다.
   "차라리 내 돈 자기가 다 해, 그럼... 그리고 제발 헤어지지는 말 좀 하지 마."
   "당신 돈 다 필요없어. 내 돈만 내놔."
   "알았어. 다 줄께. 그리고 더 줄께."
   "내 돈만 달라니까!"
   "알았어. 그치만 나, 자기랑 이혼은 죽어도 못 해."
   "해! 해야 해!"
   "자기... 나 자기랑 이혼하면 죽어."
   "아, 시끄러! 누가 그 따위 말에 넘어갈 줄 알아?"
   운진이 술병을 벽에다 던졌다. "그래, 너 어디 죽나 보자!"
술병은 벽을 향해 날아가서 애꿎은 액자 하나에 맞고 박살이 났다. 
술병은 수백 수천개의 유리 가루로 부서지며 방사형으로 팍 퍼졌다.
벽을 타고 술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향긋한 술냄새가 번지기 시작했다.
   "또 그딴 소리 나한테 해. 그런 말 할 때마다 술병 하나씩 날아가 박살날 테니."
   운진이 눈을 박살난 액자에 꽂은 채 쇳소리나게 말했다. "기껏 사는 방도를 만들어주니까 돈 몇푼 아까워서... 체! 몸뚱아리 함부로 굴려서 모은 돈, 아깝기도 하겠지."
숙희는 입이 딱 굳었다. 
분하고 어처구니가 없고 그리고 은근히 겁도 나서. "돈 어디다 쓴다고 말... 안 했잖아."
   "필요없어!"
운진이 벗어던진 점퍼를 움켜쥐고 움직였다.
   "자기!"
   숙희는 얼른 운진의 팔을 잡았다. "알았어! 줄께!"
운진이 팔을 홱 뿌리쳤다. "필요없다잖아!"
숙희는 남편 운진의 눈을 보는 순간, 이 이가 정말 화났구나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운진의 허리를 온 힘을 다해 끌어안았다.
운진이 두어번의 습격으로 인해 몸이 많이 허약해진 때문에 그녀의 힘과 몸무게를 감당 못하고 소파에 주저앉았다.
숙희가 그의 몸 위로 타고 올라가서 엎드렸다. "제발 그만 해."
   "비켜!" 
운진은 그래도 팔힘은 남아서 그녀를 말었다.
숙희는 이 이를 절대로 놓아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매달렸다.
운진은 힘이 금방 지쳐서 팔을 떨구었다.
숙희는 그를 붙잡은 두 팔에 온 힘을 더했다. "가지 마..."
   "나더러 가지 말라고. 내가 가버리면 당신 죽는다고. 그래서 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돈만 아깝나?"
그의 그 말에 그녀는 울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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