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새벽, 거의 모든 지방 방송국에서는 밤새 안녕이냐는 것처럼 오라이언 뱅크와 이글 그뤂에 대한 보도로 들끓었다.
그리고 파일을 어디서 구했는지 쑤 한의 사진이 등장했다.
이 여인이 기업의 부상과 몰락을 연출하는 인물이라고.
그와 동시에 일부 보도진은 알트의 회사로 그리고 그의 별장으로 달려가고.
다른 보도진은 쑤 한의 집을 찾아 대강 들은 정보로 외곽을 뒤지고 있었다.
그런 것을 알 턱 없는 운진은 지하실에서 술에 취해 여전히 자고 있고.
숙희는 아들을 안은 채 창 밖의 아침 햇살이 번지는 것을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그녀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손에 몰래 쥐고 있는 남편의 셀폰이 진동했다.
'새벽부터 누가...'
숙희는 행여 하고 방문을 흘낏 보고는 셀폰의 스크린을 들여다봤다. '개리 뻐꺼?'
숙희는 남편이 주소록 가지고 장난한 것에 웃으려다가 일단은 하고 받았다. [헬로?]
[아... 쑤? 하이, 쑤!]
[하이...]
"Is he around? (그가 가까이 있소?)"
"He's still sleeping. (그는 아직 자고 있소.)"
[뉴스... 안 보고 있는 모양이요?]
"What news? We don't watch TV. (무슨 뉴스? 우리는 티비를 안 봐요.)"
쑤는 거짓말 하느라 입술이 달라붙었다. 오라이언이 또 뉴스에 나오나?
[지금 방송국에서 쑤를 찾느라 난리일텐데.]
"What? Why! (뭐요? 왜!)"
숙희는 남편의 셀폰을 빨리 임자에게 줘야겠다고 창 가에서 떨어져 섰다. "Hang on! I'll get Woody. (기다려요! 우디를 찾을께.)"
[우디하고는 요즘 어떻소?]
"Difficult. (힘들어.)"
"Whatever happens, never ever let him go, Sue. You're gonna need him more than ever.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를 절대로 꼭 보내지 마시요, 쑤. 당신은 그가 전보다 더 필요할 거요.)"
운진은 숙희가 여러번 흔들어서야 눈을 떴다. "뭐요..."
"전화."
"누군데."
"개리."
숙희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개리 뻐꺼...
운진이 숙희에게서 제 셀폰을 받아서는 보지도 않고 꺼버렸다.
그리고 그가 소파에서 몸을 돌아 누었다.
지하실은 술 냄새로 진동했다.
온 벽에 술병들이 날아가서 박살나며 흘러내린 술들 때문.
'아악!'
숙희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비명을 가까스로 참았다. '정말 나도 여기서 끝낼까?'
'근데 왜 뭇 남자들이 우디와 헤어지지 말라는 건지...'
'내가 아직 안 헤어지는 것은 때가 아니니까...'
어디 아늑한 곳에서처럼 부르르 부르르 하는 셀폰의 진동음이 들려왔다.
운진이 손만 움직여서 누운 옆구리에 눌린 셀폰을 더듬었다. 그리고 그가 보지않는 상태에서 뒷껍질을 벗기고는 전화 배터리를 아예 빼버렸다. "십할!"
숙희는 얼른 돌아섰다.
그리고 그녀가 예상했던 대로 개리가 쑤의 셀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남편 곁을 떠나지 마시요! 그리고 어느 누구와도 연락하지 마시요! 이제 쑤 당신은 사방에 적만 있으니까.]
"What's going on..."
[이글 그뤂이 클로버를 사서 재오픈 했소. 동시에 오라이언은 끝났소.]
"What..." 그녀는 잘 훈련된 발음을 했다.
[이제 곧 당신이 합병 작업한 것이 재조명을 받을 것이요.]
"왓?" 숙희는 여태 조심해 왔는데 얼떨결에 옛날 발음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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