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는 벤틀리 차 열쇠를 경찰에게 반납하러 갔다가 되려 설득당하고 말았다.
그 차는 정부가 제프의 자산을 모두 차압할 때 유독 그의 청원을 허락한 것이라 일단 가져가야 한다고.
일단 가져가서 팔든지 부수든지 맘대로 하라고.
어떤 선물로 인도 예정이었다며 차 타이틀에 변호사의 공증이 첨부되어있다고.
우디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뒤따라온 토잉 추렄이 그 벤틀리를 집 앞 드라이브웨이로 후진으로 밀어넣고 세울 때까지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수키가 나왔다. "뭐야, 이 차는?"
"경찰서 뒷뜰에 세워놓지 말고 일단 가져다가 팔든지 하래."
우디는 얼른 변명했다. "타이틀, 차 안에 있구."
그런데 수키가 차 주위를 돌았다. "차 색깔, 모양, 맘에 드네?"
"맘에 든다구?"
"근데... 자기가 이 차 써."
"왜?"
"제프가 나 주라 한 건데, 싫어."
"받어. 차가 탐나서가 아니라 제프 나름대로 뭔가 해주고 싶었던 게지."
"진짜지. 나중에 다른 말 안 하지."
"다른 말, 뭐."
"나중에 무슨 말이 나오든."
"뭐... 무슨 말일 지 모르겠지만, 뭐, 일단 차는..."
"이 차. 제프가 나한테 청혼하면서 선물하려했던 차거든."
"아아!..."
졌다! 여자에게 청혼하면서 몇십만불짜리 차를 선물해. "나는 못 들은 거로 하지, 뭐."
수키가 우디의 팔을 쳤다. "오호호호! 자기 많이 늘었다? 응?"
"청혼해 봤자 지금 수키는 나랑 있는데, 뭐. 슬픈 선물이네, 그러니까."
"야아아! 우리 오운진, 사람 달라졌네? 전 같으면 자기가 먼저 당장 갖다 치우라고 난리 쳤을텐데."
"흐. 주는 놈의 마음이 아팠겠지."
"잘 아네. 이런 차에도 안 넘어간 난데. 꼴랑 리꺼 스토어 하는 남자한테 간다고 하니까, 지 자신이 비참하다고 울더라."
"흠, 지만 돈 있나..."
"아니지. 돈으로 치면, 제프가 자기보다 몇백배는 됐었지. 단, 나의 마음을 다 가져간 자기를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이런 차를 미끼로 깔았는데, 내가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니까..."
"아아. 그 때요?"
"사실, 사장이라 해서 이런 차 척척 사면 안 되지, 응. 제프는 좀 특이했지만."
"이걸 내가 모는 걸 그자가 보면 거품 물고 나가 자빠지겠네."
"받아도 돼."
수키가 돌아서서 먼저 들어갔다.
우디는 드라이브웨이에서 웅장하게 번쩍거리는 벤틀리 차를 노려봤다.
아내 수키와는 대화를 그렇게 나누었지만, 속에서부터 울화가 치민다. '이것들이 보통 사깃꾼들이 아닌 모양이네. 그러니까 돈을 이런 식으로 빼돌리는 거잖아.'
수키가 일단 차를 받은 후, 싯가로 환산해서 등록세만 내면 된다.
벤즈도 따로 놓고 보면 묵직해 보이고 값 나가 보이는데, 벤틀리 옆에서는 초라해 보였다. 게다가 렠서스를 벤틀리에 비교해 보니 이건 시내 택싯급으로 쭉 밀려난다.
'이 차는 어차피 눈에 가시이니까... 이걸 이용해서... 신가를 처리해?'
다른 차를 이용하려 했는데 사실 아까운 생각이 들었었다. '마침 잘 됐네.'
우디는 집 쪽을 돌아보고는 주머니에서 셀폰을 꺼냈다.
그리고 영호에게 전화를 했다.
'거 먼저 식당에서 본... 친구들말야'
'직업들 있어?'
'나중에 내가 아무 때건 연락하면 동원할 수 있는 사이들이지?'
'여름에 어디 좋은 물가 같은 데 놀라가자고.'
"물론 비용은 내가 다 대지, 이 사람아!"
운진은 어차피 치워 버릴 벤틀리로 신가를 처리할 궁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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