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키가 돋보기 안경을 걸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녀가 모니터의 작은 글씨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도, 아름다운 수키도 노안, 즉 늙어가는 것이다.
우디는 멀어서 잘 안 보이는 모니터를 읽어보려다가 소파에 털썩 앉았다.
"클로버 코포레이숀 벌시스(vs) 제프의 추라이얼(trial)이 쥰(june)에 열리네?"
"뭐가?"
우디는 고개를 반만 돌렸다. "어디서?"
"클로버 헤드쿼터가 메세츄세트에 있어서, 거기서 하나 봐."
우디는 쇠망치로 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 했다. '로드 아일랜드나 메세츄세트나!'
"뉴스페이퍼에 난 거 못 봤어?"
수키가 컴퓨터 데스크에서 신문을 집어서는 뒤로 넘기는 시늉을 했다. "자! 신문."
우디는 그리로 가서 신문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가 접어놓은 페이지를 펼쳤다.
'이게 제프야?'
우디는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로노크까지 가서 만난 제프가 아니잖어!'
그러나 우디가 같이 싸웠다고, 꿈이 아니었는 것이 맞다고 느끼게 해 준 사진의 사내는 부가된 설명에 의하면 이름이 제프 드미트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가끔 들었던 랠프도 아니었다.
갑자기 우디는 눈 앞이 흐려졌다.
사진 밑에 설명된 작은 활자들이 보이지않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키는 왜 전혀 동요도 않고 아닌 말로 남편에게 신문 따위를 감추지도 않고, 제프가 재판을 받는다면서 되려 남편더러 보라고 신문을 넘기는 것일까.
"자기! 왜 그래!"
저 멀리서 수키의 외침소리가 들린다고, 우디는 의아해했다.
"으, 어..."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혀도 굳었다.
우디는 혀로 입 안을 훑으려고 했지만 점점 더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는 땅바닥이 갑자기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눈 앞이 깜깜해졌다.
그가 눈을 떴을 때는 하얀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디선가 수증기 새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습기?'
훈훈한 바람이 그의 얼굴에 느껴졌다. '방안 히터?'
곧 수키의 걱정스러워 하는 얼굴이 다가왔다. "날 알아보겠어, 자기?"
'여긴 어디요?'
우디는 발음이 똑바로 나가면서 저도 놀랐다. '또 병원인가?'
"말 할려고 하지 마."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요?'
"역시 닥터 말보다 늘 일찍 깨네?"
'내가 왜 또 병원에 와 있냐니까!'
"물 달라구?"
'내가, 왜, 병원, 캑캑!'
우디는 목에 뭐가 잔뜩 걸려서 숨이 막혔다. '이 여자가 날 죽이려고 하는구나!'
수키의 당황해 하는 얼굴이 멀어져갔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그 어느 때처럼 어두운 방안이었다.
멀리서 삡삡삡거리는 기계음만 방안을 울렸다.
방은 천장에서 단 한개의 비상등이 비추고 있었다.
그가 올려다 본 벽시계는 한시 반을 조금 넘었다.
'어두운 걸로 보아 새벽인가?'
그는 천근같은 눈꺼풀 무게를 이기지 못 하고.
그는 안 떠지려는 눈을 도로 감았다.
그리고는 천길같은 낭떨어지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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