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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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 버스가 66번 도로를 한참 가다가 202라고 표시된 도로를 만나면서 비탈진 길로 빠졌다.오오오오!뒤에서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였다. 이리로 가야 했었나 봐.운진은 일단정지에 섰다가 좌회전을 했다.그랬더니 도로 정면에 루레이 동굴 오른쪽 방향으로 또 꺾으라는 화살표가 보였다.밴 버스는 66번 도로 다리 밑으로 해서 만난 사거리에서 신호 안 받고 우회전을 했다.그 도로가 루레이 동굴로 곧바로 가는 202도로이다. 거대한 크기의 동굴 선전판이 나타났다.오오오오!뒤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이렇게 갔어야 하는 거였구나아!도로는 약간의 구릉도 나오고 평탄하기도 하면서 이차선으로 조용했다.왼쪽으로는 깍아지른 산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꼬불꼬불 이어지는 작은 계곡이 보였다.뒷좌석의 여성들은 다시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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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의 여성들은 여성끼리 남자들 정신 못차리게 떠든다.남자들은 각자 멋있는 폼으로 앉아 밖을 볼 뿐이다.숙희는 운진이 건네준 쏘니 워크맨 즉 카세트 테이프 플레어를 들으며 간다.두번째 좌석에 앉은 인솔 장로 양반이 몸을 앞으로 하고 운진과 열심히 얘기한다.그 장로 양반 옆에 앉은 병선이는 말하는 사람을 번갈아 보며 열심히 듣는다.그들이 하는 대화는 각자들 떠나오기 직전의 고국 얘기이다.그러고 보니 장로 양반이 운진보다 일년 뒤늦게 이민왔다.   "아, 전 지하철 2호선 공사 시작할 때 왔죠." 운진의 말이다.   "나둔데?" 장로 양반의 말이다.   "2호선이요?" 병선이의 말이다.그 쯤에서 숙희는 남자들을 번갈아 봤다. 2호선이 뭐야?   교회 밴 버스는 버지니아 주로 들어선 후 캐피털 벨트웨이를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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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몸 뿐만 아니라 마음도 가벼워진 것을 느낀다. 몸이 가벼워진 것은 약 탓이겠고, 마음이 가벼워진 것은 운진과 속읫말을 주고받고 난 이유이다.이제 그녀는 운진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변치말자는 약속도 했고, 결혼은 모든 이들이 다 좋다 할 때 그 앞에서 하기로 합의도 했어서 회사에서 마주치는 이들에게 두려움이 없어졌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차차 사무적이고 어떻게 보면 얼음같이 느껴지도록 냉정해져 간다.전처럼 사람을 보면 특히 남자를 보면 혹 해치려 들면 어쩌나 하던 과대망상적인 두려움 내지는 피해의식이 가라앉고 나니 어쩌다 업무 관계로 토론이 벌어질 때 자신의 의견을 과감히 발표하고 이견이 있을 때 부담감 없이 질문도 던진다.그녀는 같은 층에 근무하는 동료 사원들이 차차 다르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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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이글 파이넨셜에서 보내온 잉여 자금 내역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은행은 충분히 인수하겠네...'숙희는 그 두 지사가 팔린 금액이 전액 재투자 된 것을 발견했다. '진짜 새 회장은 사심 없이 사세 확장에만 관심이 있는 모양이네?'   이제 그녀는 이글이 군침을 흘릴 만한 정도의 은행을 찾아줘야 하는데.모두에게 구월이 빠르게 흘러가고 시월이 왔다.영란이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그 동안 운진과 숙희는 교회 예배라고 딱 한번 참석했다.웬일로 성렬이 운진을 보고 피하는 기색이었다.   "성이 계속 나와서 목사님 말대로 성경공부하고 문답 통과해서 세례 받으면, 일 나거든."병선의 친절한 설명을 운진은 한마디로 답변했다. "너나 열심히 해서 회장 나와라."   "에이, 나는..."   병선이가..